국내여행/임진강일기

[연천여행]오, 임진강 주상절리 아름다운 코스모스 길!

찰라777 2014. 9. 18. 07:28

정원이 있으면 미래가 생기고,

미래가 있으면 당신은 살아난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오, 아름다운 임진강 주상절리 코스모스 길!

이 고요함과 적막감…

아무도 없는 코스모스 꽃길…

이른 아침 나만이 걷는 비밀의 화원이다

 

 

 

 

 

 

 

 

 

 

 

 

 

 

 

 

 

 

 

 

 

 

 

 

 

 

 

 

이곳 주상절리에 핀 코스모스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보아온 코스모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모스다. 꽃은 많이 피어 있다고 해서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몇 송이 꽃이라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임진강 주상절리에 핀 코스모스는 토평 둔치나 난지도 하늘공원에 비해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 그러나 임진강 운해와 적벽, 그리고 몽돌강변, 맑게 흘러가는 임진강과 어울려 기가 막힌 절경을 이루고 있다. 임진강과 주상절리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한 폭의 그림이다.

 

주상절리 적벽에는 벌써 담쟁이넝쿨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논에는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율무들이 실하게 여물어 가고 있다. 콩이 주렁주렁 열려 있고 빨갛게 익어간 고추가 가을 하늘 밑에 빛나고 있다.

 

 

머지않아 벼, 콩, 율무, 들깨도 수확을 해야 할 시기가 곧 도래 할 것이다. 수수가 파란 영글어가며 하늘에 흔들거리고 있다. 모든 풍경이 가을로 진입하는 시기에 있다.

 

이장님 댁에서부터는 더 좁은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비록 길이 패이고 풀들이 자라나고 있지만 점점 야생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느낌이 들어 나는 이 좁은 비포장도로를 사랑한다. 벌써 예초기로 세 번이나 풀을 깎았지만 어느새 자라나 길 양옆이 잡초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번 주에 풀을 한 번 더 깎아주어야 할 것 같다.

 

 

주말에만 들리는 다른 집들은 자기 집 풀을 깎기에도 바쁘다. 그러니 상주를 하고 있는 나밖에 풀을 깎을 사람이 없다. 하기야 내가 제일 많이 사용을 하니 당연히 풀을 깎는 것도 내 몫이다.

 

금가락지는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 좌측에 자리 잡고 있다. 좌회전을 하여 급경사를 오르면 이윽고 금가락지에 닿는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대문 옆 장독대에서 코스모스들이 뾰조롬히 고개를 내밀며 반긴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예쁘다.

 

정자 옆 느티나무 밑에는 코스모스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 이사를 올 때부터 정자 옆에 코스모스 동산을 만들었으면 했는데, 그 소원이 저절로 이루어진 샘이다. 2년 전에 코스모스 몇 그루를 심었는데 그게 씨가 떨어져 내려 이렇게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다.

 

드디어… 우리들만의 시크릿 가든 속으로 들어선 것이다. 코스모스와 나팔꽃, 왕고들배기, 닭의장풀, 수세미, 메리골드 등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는 정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여주 열매가 터져 붉은 씨앗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현관 앞에는 콩들이 영글어 가고, 고구마 넝쿨이 헝클어져 있다. 무와 당근이 촘촘히 솟아나 솎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록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비밀의 화원’을 쓴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임대한 영국 요크서 지방의 저택 규모는 아니더라도 금가락지의 소박한 풍경은 참으로 마음에 드는 우리들만의 시크릿 가든이다.

 

‘소공자’와 ‘비밀의 화원’ 저자인 버넷은 1898년 영국 전원지역에서 메리탐 홈이라는 영주의 저택을 임차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버넷은 자신의 이혼에 대한 대중의 격렬한 비난 때문에 우울증에 빠졌다. 이혼 후 그녀는 아들 같은 젊은 미남자와 충격적인 연애 스캔들 사건 때문에 언론의 강한 시달림을 받았다. 언론과 대중은 인기 있는 작가나 연예인을 절대로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유명해지면 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냥 보통사람으로 묻혀 사는 것이 오히려 가장 행복한 삶이 될지도 모른다.

 

언론의 가십에 시달리던 버넷은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꾸릴 피난처가 필요했다. 그곳이 바로 메리탐 홈이었다. 버넷은 벽돌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곳에 산호 핑크색 장미나무 300그루를 심어 장미정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산호 장미정원을 자신의 ‘서재’라고 불렀다.

 

그녀는 하루 종일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글을 썼다. 화창한 날에는 커다란 꽃무늬 양산으로 햇볏을 가리고, 추운 날에는 무릎덮개로 몸을 따듯하게 감싸며 정원에 머물면서 글을 썼다. 버넷은 그곳에서 세 권의 책을 썼는데, 임차기간이 끝나 어쩔 수 없이 정든 메리탐 홈을 떠나야 했다. 1907년 미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롱 아일랜드 집에 다시 새로운 정원을 만드는 동안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비밀의 화원’을 쓰기 시작하여 1911년에 완성했다.

 

소설 ‘비밀의 화원’은 인도에서 태어나 고아가 된 메리라는 소녀가 어른들에게 버려진 후 자연의 도움을 통해 구원을 받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스토리이다. 소녀의 부모가 콜레라로 세상을 뜨자 졸지에 고아가 된 메리는 영국 요크셔 지방에 사록 있는 고모부 댁으로 보내진다. 아름다운 화원이 있었던 그 곳에는 메리의 고모인 부인과 사별한 고모부 크레이븐 씨가 살고 있었다. 허지만 크레이븐 씨는 사랑하는 부인이 죽자 너무나 슬픈 나머지 그 아름다운 화원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긴 여행을 떠나버린다.

 

크레이븐 씨에게는 콜린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병약해서 날마다 골방에 누워서 신경질만 부리는 아이였다. 메리는 비밀의 화원 열쇠를 찾아 친구 디콘과 함께 그곳에 장미꽃을 심으며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병약한 콜린을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늘 걷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누워만 있던 콜린에게 걸을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자 콜린은 어머니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장미꽃 핀 뜰에서 드디어 걷기 시작한다. 어는 날, 여행에서 돌아온 크레이븐 씨는 굳게 잠가 두었던 비밀의 뜰에서 아들이 걷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도 장미꽃이 핀 정원에서…

 

‘비밀의 화원’은 이처럼 버려진 아이들이 자연의 힘을 통해서 구원을 받는 과정을 다룬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죽음을 앞둔 버넷은 메리탐 홈 정원에서 정원을 가꾸면서 ‘자아를 회복했다’고 회상했다. 버넷은 “정원이 있으면 미래가 생기고, 미래가 있으면 당신은 살아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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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의 시골 집 작은 정원에서 장미꽃 두 송이를 심으면서 약혼을 했다. 나는 빨강 장미를, 그리고 아내는 노란 장미를 심었다. 6개월이 지난 후 우리는 어느 작은 암자에서 각자 국화 일곱 송이를 부처님 전에 올리며 아주 간소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것이 우리들이 가꾸기 시작했던 최초의 시크릿 가든의 시작이었다.

 

 

그 후 우리는 가는 곳마다 작은 화원을 만들었다.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 빼꼭히 들어 찰 정도로 화초를 가꾸었다. 몇 해 전 지리산 섬진강변 빈농가에서는 리어카로 흙을 실어 나르고 냇가에서 돌을 주어다가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회원의 크기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주 작은 화원이라도 꽃을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며 밖으로 만개하는 꽃을 보면 그냥 좋았다. 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두웠던 마음도 훤해지고, 약해진 포부, 실망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져 갔다. 비록 작은 화원이나 화분 하나에서라도 피어나는 꽃을 보면 내 영혼이 비옥해지고 강한 열정이 생겨나곤 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늘 잔디 정원이 있는 2층 전원주택을 꿈꾸어 왔다. 그리고 정말로 우연하게 최근에 그 꿈이 이루어졌다. 이곳 연천군에서 잔디정원이 있는 2층 집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곳에 이사를 온 후 자갈밭과 모래땅을 일구어 텃밭을 만들고 야생화를 키웠다.

 

황무지처럼 허허롭기만 하던 집에 생기가 돌고 사계절 꽃을 피워 주었다. 문이 굳게 잠겨있던 이 집은 마침내 생기를 되찾고 살아서 움직이는 화원과 텃밭이 있는 집이 되어가고 있다. 임진강 주상절리와 어울리는 장엄한 자연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버넷의 말을 되 새겨 본다.

 

정원이 있으면 미래가 생기고,

미래가 있으면 당신은 살아난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