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수능시험 날만 돌아오면 왜 이리도 추워질까?

찰라777 2014. 11. 13. 21:48

중요한 검진결과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의 초초한 마음

 

 

오늘 아침 최저기온 영하 2도,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춥습니다.  수능시험 날만 다가오면 왜 이렇게 날씨가 추워질까요? 그렇지 않아도 수험생들은 시험 때문에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하필이면 수능시험 날만 돌아오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훈풍이라도 불어와 얼어붙은 수험생들의 마음을 좀 녹여주면 안될까요?

 

 

  

저는 오늘 새벽 5시부터 아내의 정기 검진 때문에 서울 아산병원에 와 있습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병원으로 가는데 찬바람이 목 줄기와 옆구리를 타고 솔솔 들어와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습니다.

 

더욱이 무더운 나라 네팔에서 돌아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아 온몸으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더욱 몸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아내는 심장이식으로 얻은 생명을 제2의 삶을 살아가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자비공덕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이번에 네팔어린이 장학금 후원을 하고 있는 네팔 칸첸중가 오지에 위치한 후원학교에  한국자비공덕회 회원들과 함께 한국에서 마련한 컴퓨터를 전달하러 네팔에 다녀왔습니다. 네팔은 섭씨 35~40도를 웃도는 무더위 인데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은 거의 40도가 넘는 온도차이가 나서 그런지 온몸이 동태가 된 느낌이 듭니다. 극심한 기온차로 아내는 감기에 걸려 있어서 이번 검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더욱 걱정이 됩니다. 

▲지난 10월 29일 아내가 네팔 칸첸중가 오지 장학금후원을 하고 있는 생활이 어려운

한 가정을 방문하여  위문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오늘 수험생을 둔 가족들은 애를 태우며 이른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수험생에게 온 정성을 쏟고 있겠지요. 그리고 시험이 끝나는 5시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문 밖에서 떨며 기다릴 것입니다. 수험생보다는 오히려 수험생의 엄마나 가족이 더 추위를 견디며 간절한 마음으로 아들딸들이 시험을 잘 보기를 기도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병원에 와 있는 저도 수험생 부모 못지않게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여기저기 휠체어를 밀며 아픈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마음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병원에 오면 언제나 마음이 겸손해지고 가난해 지곤 합니다. 겸손하고 가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이 진솔해진다는 것이겠지요. 누구나 할 것 없이 아픈 환자들이 빨리 쾌유되기를 비는 마음이 여기저기에  꽉 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08년도에 심장이식을 한 아내는 매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습니다. 더욱이 오늘은 심장 초음파검사를 하는 날입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는 6개월마다 한 번씩 받는데 바로 오늘이 그날입니다. 초음파 검사로 중간 중간 이식한 심장 상태를 종합적으로 체크하여 진단을 하는 날이지요.

 

아침 6시 공백 상태에서 혈액 검사를 하고, 다시 식사를 한 후 2시간 후에 혈액검사를 한 번 더 합니다. 그리고 10시에 심장 초음파검사를 하고 12시 이후에 그 결과를 외래 진찰실에서 보게 됩니다. 오후 2시 반에 이비인후과, 3시 반에 내분기과에서 당뇨검사와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약을 타고 나면 이래저래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게 되어 거의 5시가 다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시각은 수능생들이 시험을 끝내는 시간과 거의 같습니다.

 

그러니 수험생을 앞둔 부모의 마음과 정기검진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환자 가족의 마음은 동변상련의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수능시험 결과는 몇 개월 후에 발표가 나겠지만 수험을 치른 당사자는 자신의 성적을 거의 당일 날짜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난 3개월 동안의 건강관리 상태를 오늘 새벽부터 하루 종일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당일로 알아볼 수 있는 환자와 비슷한 상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시각이 11시 50분, 12시가 되면 아내의 심장검사 결과를 담당의사로부터 듣게 됩니다. 지금 저는 심장내과 진료실 앞에서 아내의 결과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별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노파심에 걱정이 됩니다. 수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과,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아내도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