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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찰라777 2015. 1. 13. 09:34

팔십 노구의 정신과 의사가 띄우는 56통의 편지

 

 

저자는 팔십 노구이지만 팔팔한 젊은이 못지않게 충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박사(80,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인생의 사계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띄우는 56통의 편지를 담은 책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를 출간했다.

 

저자는 팔십 세의 노구로 자신이 구분한 인생의 사계절 중 겨울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들면 도저히 팔십 노구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팔팔한 젊은이 못지않게 충만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는 항상 오늘을 가장 젊은 날로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어 각 단계별로 삶의 조언을 담은 56통의 편지를 띄우고 있다. 이는 저자가 30년 넘게 네팔을 드나들며 오래전부터 힌두교에서 100세를 4등분하여 삶을 조명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세상과 나를 알아가는 그대에게

"시간은 돈처럼 모을 수 없다"

 

 

인생의 첫 번째 단계를 저자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와 사회에서 학습을 받는 25세까지를 인생이 봄으로 본다. 저자는 첫 번째 편지에서 "왜 남과 비교합니까? 당신은 이미 유일한 존재입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시절에 부자인 친구가 자기 집이 가장 부자라고 자랑을 해서 그와 누가 더 부자인지 겨루어 보라고 친구들의 부추김을 하는 바람에 그 친구와 누가 부자인지 겨루게 된 사례를 전해준다.

 

생각이 단순했던 시절 어린 친구들은 각자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누가 더 길게 이어가는가라는 규칙을 정하고 누가 더 부자인가를 겨루게 한다. 그 때 저자의 집은 국수공장을 했는데, 저자가 국수가닥을 끝없이 이어가니, 그 부잣집 친구가 아무리 값진 것을 들고 나와도 국수가닥보다 길게 늘어놓을 수 없게 되자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두 손을 들고 말았다고 한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비교란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저자는 또 인생의 봄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시간은 돈처럼 모을 수도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막연하게 꿈을 찾지 말고 꿈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순간순간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현재의 삶을 알차게 보낼 것을 권유한다.

 

또 저자는 '일등이 아니면 더 재미있습니다'고 설파한다. 초등학교 때 일등을 하던 친구를 따라잡으려고 용을 썼지만 결국 그를 한 번도 따라잡지 못하자 '일등이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정해준 사람만이 할 수 있구나!'라고 한탄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 첫 학기 성적표를 받아보고 반에서 1/60이란 성적표를 받고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내내 무거운 짐을 안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일등을 지켜내지 못한 나로서는 공부가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일등은 고사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성적이 바닥을 헤매기도 했습니다.……중략…… 대학에 진학했고 또다시 즐겁지 않는 공부가 계속되었습니다. 의과대학 6년을 공부하면서 느낀 내 체감 성적은 늘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습니다(55페이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진급하며 가슴을 졸였으나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고백한 저자는 진짜 공부다운 공부를 교수가 되면서 새롭게 시작을 했다고 말한다. 후학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니 가르칠 만큼 스스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수가 되어서는 누구와 경쟁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능력을 배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의 묘미를 터득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한다.

 

역할을 감내하며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

"평소에 원하는 것을 야금야금 준비하라"

 

이근후 박사의 새책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인생의 두 번째 단계는 학습하고 익힌 습관대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살며 홀로 서기를 하는 50세까지의 삶으로 저자는 이를 여름의 시기라고 설정을 한다

 

인생의 여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길모퉁이마다 기회가 숨어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길모퉁이를 돌 때 마다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꾸준히 준비를 하라고 권하며, 기다리고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평소에 원하는 것을 야금야금 즐겁게 준비를 하라고 충고한다. 기회를 잡기위한 준비는 하루아침에 벼락치기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또 저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한 사람의 아버지는 열 명의 자식까지 기를 수 있으나, 열 명의 자식은 한 사람의 아버지도 보살피지 못한다'는 이스라엘 속담을 예로 들며, 자녀란 귀엽고 소중하지만 키우려면 보통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녀는 어려서 보살펴야 할 때는 '확실한 걱정거리'지만, 성장하여 성년이 되어서도 '불확실한 위로라고 꼬집는다

 

그런가 하면 자녀를 대하는 부모 유형을 첫째, 부모 자신의 삶을 자녀의 삶속에서 구하려는 부모, 둘째, 외형상으로는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지만, 조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 세 번째는 자식을 나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부모로 분류를 한다 

 

부모가 갖는 가장 이상적인 자녀관은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실정으로는 부모와 자녀와의 끈을 잘라내기에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므로 이를 단계적으로 30%씩 버리라고 권한다.

   

"먼저 자녀가 사춘기에 이르러 자기주장을 시작하면 최소 30%수준까지는 그 주장을 존중해 줍시다. 두 번째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거나 직장에 진출하는 시기에 30%를 더 존중에 줍시다. 세 번째로, 예식장에서 한 가정을 이룰 시점에 마지막 선물로 30%를 넘겨줍니다.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모두 90%의 주체적 자율권을 줍시다. 그래도 부모로서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10%의 끈이 남았습니다. 10%라는 가느다란 끈은 자녀를 조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서로를 연결하기에는 충분합니다(147페이지에서)."

   

저자는 부모가 자식을 조종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를 한다. 자녀의 삶은 결코 부모의 삶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녀들에게는 부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고 충고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자식들에게 하게 되어 있는데, 똑 같은 이야기를 자신의 분신인 자식에게 되풀이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나이든 부모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고 긍정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자식이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살아있을 날이 별로 많지 않은 부모에게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며, 하나의 존재로서 부모가 하는 말을 또 다른 존재인 자식이 들어주고 인정해준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최고 행복의 된다는 것이다

 

다시 온전한 나를 찾고자 하는 그대에게 

"아내의 비난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세요!"

 

인생의 세 번째 단계는 가을에 해당하는 계절로 50대를 넘어 75세를 사는 사람들에게 온전한 나를 찾아가야 한다는 편지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퇴직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지 일을 그만 두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한다.

 

은퇴를 한 이후에는 노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노인답게 행동을 하되, 노인의 여건에 맞추어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려놓는 것은 포기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내려놓음이란 나나 주변의 형편에 걸 맞는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지 결코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혼을 막을 필요는 없지만 권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혼은 결혼과 마찬가지로 오직 본인의 선택 사항으로 당사자만이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 그러나 아무리 세태가 이혼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스스로 이혼의 이유를 명확히 해서 현명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번 결정을 하면 결혼 못지않게 번복하기 어려운 것이 이혼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비난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세요!'38번째 편지도 눈에 띤다. 주미 중국 대사까지 지낸 후스는 많은 지도층들이 신여성과 새로 결혼을 했지만 무학에 옛 풍습을 따르는 전족 여성을 조강지처로 끝까지 고수했다고 한다. 후스는 그 부인과 일생을 살다가 임종이 가까워지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부인이 외출할 때 꼭 모시고 다녀라

부인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라

부인이 아무리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해도 맹종하라

 

후스의 이 말은 지금의 아내들이 들으면 참 좋아할 말들이다. 그러나 후스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의 네 가지 덕목을 덧붙였다고 한다

 

부인이 화장할 때 불평하지 말고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 

부인의 생일을 절대 잊지 말라  

부인에게 야단맞을 때 쓸 때 없이 말대꾸하지 말라  

부인이 쓰는 돈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을 들으면 아내들은 더더욱 좋아 할 것이다. 그러나 무학인 후스의 아내가 외교가에서 보여준 솜씨는 후스의 능력을 능가했다고 한다. 그 비결은 그녀의 음식 솜씨였다. 그녀가 친정 고향에서 가져온 무쇠 가마솥에 중국 전통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하자 그 음식을 맛보기 위해 많은 외교관들이 운집했다고 한다. 무학인 그녀였지만 그녀의 희생적인 음식솜씨는 없는 후스의 외교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남편에 대한 부인의 잔소리는 바가지로 여길 수 있지만, 그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부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을 한 적이 있는지 반문을 해보야 한다는 것. 설사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파악을 할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잔소리를 충분히 들어준다보면 아내의 감정이 저절로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부간의 대화는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화가 잘 안되면 시간을 정해서라도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를 한다. 또한 가족 간에도 네트워킹을 만들어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수시로 소통을 하라고 권유한다

 

행복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그대에게 

"가져갈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이 주고 가세요." 

 

 

 

인생의 네 번째 단계는 75세에서 100세까지로 이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겨울에 해당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는 나 자신과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이 시기에 저자는 인생을 스마트하게 나이 들어 갈 훈련을 하라고 권하며, 저자 자신이 ()가족아카데미아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상세하게 소개한다

 

'SMART'란 알파벳 중 'S(Simplifying, 단순화하기), M(Moving, 움직이기), A(Affecting, 마음을 유연화 하기), R(Relaxing, 몸과 마음을 이완하기), T(Together-ing, 함께하고 나누기)'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자는 스마트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인생 이모작을 꾸려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끝으로 저자는 배우자가 떠난 후의 생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생로병사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니 유언장을 미리 써놓고, 어차피 가져갈 수 없는 것이라면 주먹을 펴고 링을 떠나는 권투 선수처럼 다 주고 빈손으로 편안히 떠나라고 충고를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권투를 주제로 삼은 영화 속의 대사를 인용한다

 

"나는 지금 링을 떠납니다. 이제 나는 누구를 때려야 할 이유도 없고 맞아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처음 링에 올랐을 때는 주먹을 불끈 쥐고 올랐으나 이젠 주먹을 펴고 내려갑니다(318페이지에서)."

 

저자는 죽음이 두려워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드리고 사전에 맞이할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가장 두려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음은 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손님이니 차근차근 맞을 준비를 해가야 한다면서 마지막 56번째 편지를 끝낸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이근후 박사가 80년 동안을 살아오면서 저자 스스로 체험한 삶과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낀 사연들이 편지체로 구구절절하게 담겨있다. 그 편지들을 한장 한장 읽어내려 가다 보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주옥같은 충고들이 비수처럼 꽂혀온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에는 캘그라피 박병철 작가가 그린 '마음글씨'가 우화처럼 새겨져 있어 쉼표를 찍고 잠시 생각할 틈을 주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