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토끼와 함께 춤을

찰라777 2015. 4. 6. 06:15

야생 토끼와 함께 춤을  

 

다소 애처롭게 보이는 눈동자. 외로워서일까? 녀석은 나와 친구를 하자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44일 비 온 뒤 임진강 주상절리에 황홀한 일출  

 

 

비 온 뒤에 일출이 눈부시게 떠오르는 이른 아침입니다. 마당에 나가니 대문 근처에 하얀 야생 토끼 한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는 집토끼를 키우는 집도 없는데 어디서 왔을까? 아마 금굴산에서 내려온 산토끼인 것 같습니다.배가 고파서 내려왔을까? 녀석은 내가 가까이 가도 도망을 가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어디선가 찾아온 하얀 토끼 한 마리

 

 

내가 녀석에게 "오요요~" 소리를 내며 손을 펴고 부르자 녀석은 반갑게 뛰어 왔습니다. 그러더니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재주를 피웁니다. "참 별나기도 하네!" 나도 토끼와 함께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습니다.

 

멀리 있는 토끼를 부르자 쏜살 같이 뛰어 왔다 

 

 

녀석을 공중으로 팍 뛰어 올랐다가 공중제비를 돌 듯 뒷발을 높이 치켜 올리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정자로 힘껏 달려가기도 하고, 마당을 빙빙 돌기도 합니다. 멀리 떨어지면 내가 손을 내밀어 "오요요~" 부르면 금방 힘껏 달려옵니다. 그리고 다시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온갖 재주를 다 피우는군요. 녀석은 마치 길이 잘 든 개처럼 영특하게 보입니다. 

 

 

토끼와 함께 춤을 이른 아침 어디선가 내려온 토끼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녀석과 거의 30분 동안 마당에서 이리저리 뛰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며 함께 아침을 유쾌하게 보냈습니다. 내가 테라스로 올라가 녀석을 부르자 녀석은 서슴없이 따라 올라왔습니다. 테라스에는 마침 하얀 토끼 모양을 한 토끼 인형 이 두 개가 있는데, 녀석을 그 인형을 쳐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빙빙 돌기도 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토끼인형이 반가운 모양입니다 

 

▲드디어  테라스까지 올라온 토끼

 

 

아마 녀석은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녀석은 내가 자기를 해칠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물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동물들도 자신을 해칠 마음이 없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에게도 경계의 심하게 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그런데 들 고양이는 매우 의심이 많아 가까이 친해지기 어렵더군요. 매일 먹이를 주지만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먹이만 먹고 사라지곤 합니다. 조금씩 경계를 덜하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올림포스 산에서 만난 야생 개. 산 정상을 오를 때까지 우리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오래전에 그리스의 올림포스 산에 오를 때였습니다. 컴컴한 새벽에 산 중턱을 오르는데 어디선가 늑대처럼 생긴 야생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늑대인줄 알고 잔뜩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 흰 개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백구는 아무도 없는 산에서 우리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길을 잘 못 들면 앞장 선 백구는 컹컹거리며 기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동물이나 비박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컹컹 신호를 울리며 경계를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백구는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올림포스 정상까지 길을 안내하며 동무를 해주었습니다. 드디어 정상에 오르자 백구는 할일을 다 했다는 듯 편히 쉬더니 우리가 산을 내려 올 때는 잘 가라는 듯 컹컹 짖어댔습니다. 우리는 그 백구를 우리들을 수호하는 <헤르메스>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 백구가 얼마나 고맙던지, 아마 그 개가 아니었더라면 올림포스 산을 오르는데 무척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흰 개를 보면 올림포스 산에서 만난 우리들의 헤르메스를 떠올리곤 합니다.

 

 

▲순진한 토끼의 눈동자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란 책을 쓴 미국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리디아 히비에 의하면, 쉽고 어려움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파리와 대화하는 것은 개나, 고양이 등 일반 반려동물들과 대화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실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요

 

가장 중요한 건 동물들이 대화를 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것. 대화할 의지가 없는 동물과 억지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데, 그럴 땐 대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화를 하기 싫은 것도 동물이 가진 권리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나를 따라 테라스로 올라온 토끼

 

 

대학에서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수의간호사로 일을 하기도 했던 리디아 히비는 동물과 대화가 정학하기로 검증된 최고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가출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세계의 동물 애호가들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한다고 합니다. 그녀의 책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에는 그녀가 20여 년간 수천마리의 동물들과 나눈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피티>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피티가 수많은 야생동물들과 대화하는 이야기가 소개 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동물을 전문으로 찍는 프랑스 사진작가의 딸로 태어난 티피는 동물과 교감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녀는 나미비아와 보츠와나 동물보호구역에서 십 년을 사는 동안 코끼리와 카멜레온, 표범들과 장난을 치고 살을 맞대면서 우정을 쌓아갑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사자와 가젤영양, 얼룩말, 비비원숭이들과도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녀석은 내가 등을 만져도 가만히 있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케빈 코스트너 주연했던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존 던버(케빈 코스트너 분)는 연합군이 시민전쟁에서 승리하게 한 영웅으로 미국 개척지에서 근무하길 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아무도 없는 들판에 버려진 그는 어느 날 막사 근처를 맴도는 늑대 한 마리를 발견하고, 드디어 그 늑대와 친해져 모닥불 아래서 함께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게 됩니다.

 

 

 

비록 늑대는 아니지만 이곳 최전방 오지인 연천군 임진강변에서 야생 토끼와 함께 신나게 춤을 추고 난 오늘 아침은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오지의 자연과 접하며 살다보니 고라니, 너구리, 멧돼지, 노루, , 등 갖가지 야생동물들과 접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나와 함께 춤을 추어준 토끼가 생각할수록 기특하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녀석은 내가 외로운 줄을 알고 있었을까요? 아침식사를 하느라 녀석에게 관심을 쏟지 못하게 되자, 녀석도 슬금슬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습니다. 나는 다시 내 친구 흰 토끼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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