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풍경소리와 토마토

찰라777 2015. 5. 6. 06:12

풍경소리를 들으며...

 

 

뎅그렁~ 뎅그렁~ 처마 밑에 달아놓은 풍경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풍경소리가 들릴 정도이면 바람이 상당히 세차게 부는 아침이다. 이 풍경은 지난달 곡성 태안사에 갔을 때에 절 매점에서 사온 것인데, 너무 적어 바람이 웬만하게 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곳 금가락지는 굼굴산 자락 언덕에 지리 잡고 있어 바람을 많이 타는 곳이다. 그렇지 않아도 토마토 지주 대를 새우고 끈으로 묶어주려고 했던 참인데 바람에 여린 줄기가 꺾어지기 전에 묶어주어야 할 것 같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꽤 큰데다 바람까지 부니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나는 재킷을 걸치고 텃밭으로 나갔다. 그리고 토마토 지주 대를 세우고 그 지주대에 토마토 줄기를 하나하나 묶기 시작했다. 워낙 여린지라 신주 모시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흰 끈으로 다소 여유 있게 지주 대와 줄기를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팔자로 묶었다. 팔자로 묶다보니 마치 토마토에 리본을 다는 느낌이 든다. 그 여린 줄기에는 벌써 노란 꽃이 피고, 곁싹이 돋아나고 있다. 곁싹은 미리미리 잘라주어야 원줄기가 성장이 잘된다. 나는 조심스럽게 곁싹을 꺾어주며 토마토를 묶어주었다.

 

 

▲토마토 곁싹 자르기

 

 

식물도 심었으면 자식을 돌보듯 정성스럽게 가꾸어 주어야 한다. 생명이 있는 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 마찬가지다. 리본을 달아주자 녀석들이 빵긋 웃는다. 토마토라고 해 보아야 겨우 30립이지만 나에게는 큰 농사다. 지주를 하나하나 세우고 30립의 토마토를 다 묶어주고 나니 거의 한나절이 다 지나간다. 녀석들은 머지않아 싱그러운 토마토 열매를 맺어줄 것이다.

 

매실나무와 살구나무, 자두나무에도 일제히 열매가 맺혀 영글기 시작했다. 꽃이 핀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싱그러운 열매가 달려주다니, 자연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다. 여기저기서 열매가 커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블루베리와 산수유도 콩알처럼 작은 열매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금년에는 실과들이 예년에 비해 더 실하고 많이 달리는 것 같다.

 

 

살구열매

 

 

산수유 열매

 

 

블루베리 열매

 

 

매실열매

 

 

자두열매

 

 

살구, 매실, 자두 꽃은 거의 비슷비슷한데 열매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살구는 타원형에 열매가 크고 둥글다. 반면에 매화열매는 끝이 뾰쪽하다. 그런데 자두열매는 좁쌀처럼 적게 달려있다. 이 열매들을 바라보니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풍경소리를 들으며 아내는 큰 아이 영이와 함게 잔디밭에 난 잡초를 뽑았다. 노동절 휴가를 맞이하여 서울에서 온 영이는 이틀째 잡초를 뽑고 있다.

 

"잡초를 뽑으니 시골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요. 몸은 좀 고단하지만 마음은 참 편안해지네요."

"그게 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란다."

 

 

 

▲텃밭에 돋아난 명아주

 

노동의 기쁨이랄까? 잡초를 뽑으면서 마음이 힐링이 되는 모양이다. 해마다 잡초의 종류도 달라진다. 금년에는 잔디밭에는 냉이류, 텃밭에는 명아주가 엄청나게 많이 돋아나 있다.  토마토를 묶어준 뒤 텃밭의 명아주를 뽑아냈다.

 

뎅그렁~ 뎅그렁~ 풍경소리가 리듬을 타고 텃밭에 울려 퍼진다. 적막한 산사에 울리는 풍경 소리는 마치 작물들이 잘 자라는 자장가이자, 아침에 일찍 깨어나라는 기상나팔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 하루도 무사하게 지내게 해준 자연의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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