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달맞이꽃은 왜 밤에만 필까?

찰라777 2015. 7. 15. 11:26

달맞이꽃의 기가 막힌 생존 방법

 

오늘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다. 습도가 높아 아침부터 푹푹 지는 날씨다. 낮에는 엄청 더울 것 같다. 안개 속에 달맞이꽃이 장독대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올해 들어 처음 보는 달맞이꽃이다. 안개가 해를 가린 탓인지 달맞이꽃은 네 장의 노란 잎을 벌리고 아직 활짝 피어 있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달맞이꽃은 <그리움>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장독대에 핀 달맞이꽃. 안개덕분에 아직 시들지 않고 있다. 아침 614분경

 

밤이 되면 퍽퍽 피어나며 달님을 맞이하는 달맞이꽃은 아무리보아도 신기하다. 다른 꽃들은 모두 낮에 피어나고 밤에는 오므라든데, 유독 달맞이꽃과 야래향은 밤에 핀다.

 

달맞이꽃은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그래서 황무지나 길가 돌 틈, 버려진 땅에서도 잘 자라난다. 우리 집에도 달맞이꽃은 장독대의 시멘트 틈이나, 도로가 담벼락 틈에서 자라나고 있다. 달맞이꽃은 경쟁력이 뛰어난 식물이 아니다. 경쟁력보다는 적응력이 좋은 식물이다.

 

 

장독대 시멘트 바닥에서 자라나는 달맞이꽃

 

달맞이꽃은 왜 낮 시간을 포기하고, 기온이 낮아지는 밤 시간을 그들의 무대로 선택한 것일까? 험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치열한 경쟁에 뛰어 들기보다는 적응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달맞이꽃은 우리에게 그런 적응력을 일깨워준다. 경쟁을 하기보다는 틈새시장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라고…….

 

달맞이꽃은 뿌리에서 1개 또는 여러 대의 줄기가 쭉쭉 뻗어나며 곧게 자란다. 높이 50~90cm 정도이나 어떤 것은 2m가 넘는 것도 있다. 우리 집 대문 앞에 담벼락 틈에 자라는 달맞이꽃은 내 키(174cm)를 훌쩍 넘기고 있다.

 

 

 

길가 담벼락에 내 키를 넘는 달맞이꽃

 

뿌리 잎은 땅바닥에 방석 모양으로 펼쳐지고, 줄기 잎은 선형으로 어긋나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7월에 줄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지름 2~3cm의 노란색 꽃이 피어난다. 해질 무렵에 피어나 해가 뜨면 다시 시든다. 꽃잎은 4개로 끝이 둥글게 파져있고 꽃받침조각은 4개가 2개씩 합쳐져 있다.

 

 

선형으로 어긋나는 잎은 끝이 뾰쪽하고 가장라리에 잔 톱니가 있다.

 

 

달맞이꽃의 수술과 암술

 

꽃 잎 가운데 8개의 노란 수술이 네 개의 연둣빛 암술을 감싸고 있다. 노란 꽃가루가 붙어 있는 수술을 만져보면 끈적끈적한 점액이 붙어 있다. 밤에 불나방 등이 꿀을 빨아먹을 때 잘 붙도록 하기 위한 달맞이꽃의 기가 막힌 전략이다.

 

 

▲ 척박한 돌 틈에서 자라나는 달맞이꽃 뿌리

 

달을 사랑한 달맞이꽃 전설

 

그리스 신화에는 달맞이꽃에 얽힌 전설 하나가 있다. 옛날에 별을 사랑하는 님프(nymph-요정)들 틈에 유독 홀로 달을 사랑하는 님프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님프는 별이 뜨면 달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심코 이런 말을 하게 되었다.

 

"별이 모두 없어졌으면... 그럼 매일 매일 달을 볼 수 있을 텐데……."

 

곁에 있던 다른 님프들은 제우스에게 곧바로 달려가 이 사실을 고했다. 화가 난 제우스는 그만 달이 없는 곳으로 달을 사랑하는 님프를 쫓아버리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달의 신은 자기를 좋아했던 님프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곳곳에서 제우스가 방해를 하는 통에 둘은 끝내 만날 수 없었다.

 

 

 

별보다 달을 사랑했던 달맞이꽃

 

결국 달을 사랑했던 님프는 너무나 지친 나머지 병들어 죽게 되었고, 님프가 죽은 후에야 찾아 올 수 있었던 달의 신은 눈물을 흘리며 님프를 땅에 묻어 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든 제우스는 님프의 영혼을 <달맞이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달맞이꽃은 달을 따라 꽃을 밤에만 피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리운 달을 기다리는 달맞이꽃은 기다림, 밤의 요정, 소원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 지식in 에서 인용)

 

밤에만 피어나는 달맞이꽃은 'Evening primrose'란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라고도 하며, 일본에서는 '석양의 벚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가 뜨자 시들어 가는 달맞이꽃. 아침 730분경

 

남미 칠레가 원산지인 달맞이꽃은 인디언들이 약초로 활용했던 꽃이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 전초를 물에 담여서 피부염이나 종기를 치료하는 데 썼다. 또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달여 먹기도 했다.

 

어떻든달맞이꽃은 7월 한 여름밤 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밤이 되면 나는 달맞이꽃 앞에 앉아 천일야화를 나누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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