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누가 귀촌을 낭만이라고 했지?

찰라777 2015. 11. 30. 18:06

 

누가 귀촌을 낭만이라고 했지?

 

강물이 되고 만 보일러실과 다용도실

 

 

 

 

아내가 퇴원을 하고 나니 연천 금가락지 텃밭에 아직 거두지 못한 양배추와 상추, 배추가 염려가 되었다. 더구나 모레(1127)는 영하 8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가는 강추위가 온다고 한다.

 

여보, 나만 혼자 연천에 다녀올 테니 당신은 이곳에 있어요.”

나도 가야지요. 갑자기 입원을 하는 바람에 정리할 것도 많고 가져 올 것도 많아요.”

 

다음날 내가 극구 말리는데도 아내는 기어코 따라나섰다. 연천으로 가는데 눈이 펑펑 내렸다. 산과 들이 점점 하얗게 덮여 가고 있었다. 동두천을 지나다가 28사단 근처 <옥이네 순두부>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연천 집에 가면 밥을 하기도 늦어지고 양배추 등만 설거지를 하여 당일로 남양주 집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소고기 순두부를 먹던 아내가 틀니를 꺼내서 탁자에 내려놓았다.

 

어금니를 세 개나 빼고 나니 틀리가 제대로 걸리지 않아 통증이 와서 더 이상 낄 수가 없네요.”

허참, 그렇겠군. 그 틀니나 잘 보관 하세요.”

 

점심을 먹고 연천 집에 도착하니 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 말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텃밭으로 나갔다. 텃밭에는 양배추가 눈을 맞으며 껍질이 얼어 있었다. 만약 영하 8도로 내려가는 내일까지 이대로 두면 전체가 얼어버릴 것이다. 양배추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낫으로 베어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내가 거실이세 비명을 지르며 뛰어 나왔다.

 

 

 

여보, 큰일 났어요! 빨리 보일러 실로 가 봐요!”

무슨 일이오?”

하여간 빨리 가 보기나 해요.”

 

아내의 자지러지는 재촉에 보일러 실로 가보니 보일러실과 다용도실이 강물이 되어있다. 맙소사! 어디가 터졌나? 물은 발목이 빠질 정도로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보일러실로 들어가 점검해보니 세탁기로 연결한 호수가 터져 그곳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거야 정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보일러가 터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바가지와 양동이를 동원해서 다용도실과 보일러실의 물을 품어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이 한겨울에 홍수가 나다니그것도 꼭 내가 집을 비울 때만 이런 일이 터진다.

 

 

 

금가락지에 수도가 터진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화장실 세면대의 호수가 터져서 물이 며칠간 샜다. 그 때는 여름철이었는데 가족들과 휴가를 간 사이에 거의 10여 일 간 물이 샌 것이다. 그 다음에는 보일러실의 온수통이 터져 보일러실이 강물이 된 적이 있었다.

 

집이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 설비가 노후화 되어 애를 먹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꼭 집을 비울 때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 어설픈 농부가 집을 비운 대가를 톡톡히 치루는 샘이다.

 

다용도실에 놓아둔 고구마, 반찬, 곡식 등이 물에 다 젖고 말았다. 2시간 여 동안 물을 퍼내고 다용도실과 보일러실을 정리를 했다. 허리가 휘어질 것만 같다. 누가 귀촌을 낭만이라고 했던가?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처럼 보이는데, 낭만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이럴 땐 내가 그 편안 아파트 생활을 하지 않고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후회를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