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생로병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병원

찰라777 2015. 11. 30. 08:05

1126일 목요일 눈

 

생로병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종합병원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을 했던 아내가 어제 퇴원을 했다. 간혹 어지럽다던 아내는 지난 21일 다용도실 김치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다가 갑자기 쓰러지고 말았다. 요 며칠 사이에 체중이 8kg이나 불어났다. 아산병원 심장주치의인 김재중 선생님께 긴급문자를 보냈더니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로 오라고 했다. 혈압 약 때문에 기립성저혈압 증세가 올 수 있어 쓰러질 수도 있지만 체증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좋지 않은 징조라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내를 싣고 아산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에 입원을 하자 심전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엑스레이 촬영 등 검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주치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없었다. 응급실은 그야 말로 초만원이었다. 지옥이 따로 없다. 응급실이 바로 지옥이다. 시급을 다투는 환자들의 비명소리,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응급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와 의사들응급실은 마치 지옥을 방불케 한다.

 

 

종합병원은 생로병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신생아실에서는 극심한 산고를 겪는 모태에서 으앙~ 울음보를 터트리며 아기들이 끊임없이 태어난다. 외래진찰실과 입원실, 그리고 수술실과 중환자실에는 각종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매일 자동차가 홍수를 이루듯 몰려든다. 하루에 서울아산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이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병원 뒤쪽 장례식장에는 부모, 아내, 남편, 자식, 친지를 잃은 문상객들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밤을 지새운다.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곡소리가 매일 울려 퍼진다. 병원에 올 때마다 인생은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에서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뒤에서는 주로 늙은 사람들이 생명을 다해 이 세상을 하직한다. 고해 속에 태어난 사람은 애로애락을 겪다가 생로병사를 맞이하게 된다. 이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아내는 검사결과 전해질수치가 부족하고 빈혈증세가 있으며, 이뇨작용이 잘 되지 않아 체중이 급격히 불어났다고 한다. 전해질을 높여주는 주사가 투여되고, 호스를 넣어서 소변을 받아내는 조치가 취해졌다. 관장조치를 하여 대변도 뽑아냈다. 심장도 약간 부어 있는데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내는 밤 10시에야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옮겨 갈 수 있었다. 그것도 겨우 2인실로 입원을 했다. 다인 실은 꽉 차서 만원이라고 했다. 아내는 지난 1116일 어금니 세 개를 뽑아내야 했다.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을 하다 보니 이빨도 점점 약해지는 모양이다.

 

 

 

이를 뽑으면서 출혈이 많은데다가 소염제와 항생제를 5일간 복용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신진대사를 가로막는 요인이 된 것 같다는 진단이다. 아내는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을 제대로 복용을 하지 못한다. 그만 큼 장기가 예민하여 소염 진통제나 항생제를 투여하면 이뇨작용과 혈액순환에 장애가 오고 만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남양주 아이들 집에 머물며 일주일 동안 아침에 병원에 왔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다행히 심장에는 큰 지장이 없어 주치의가 통원치료를 하라고 해서 아내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1125일 나는 진눈깨비를 맞으며 아내를 퇴원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