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텃밭일기

양배추 결구 시작-2차 웃거름 주기

찰라777 2016. 5. 27. 23:07

농촌의 구수한 향기를 맡으며...


드디어...양배추가 결구를 시작했다. 점점 블랙홀처럼 오무러 드는 양배추의 속이 싱그럽기만 하다. 감사 감사! 그러나 감사하다고 팔장만 끼고 있으면아니 된다. 양배추는 많은 거름을 필요로 한다. 화학비료를 쓰지않는 나는 푹 썩혀둔 깻묵퇴비를 한주먹씩 묻어 주었다.


면사포를 벗기고 포기마다 작은 구덩이를 판다. 지난번엔 오른쪽에 주었으니 이번엔 왼쪽에 주어야 한다. 포기 사이나 줄기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에 호미로 10㎝ 정도 구덩이를 판다. 그 자리에 퇴비를 한두 주먹 넣은 다음 흙을 덮어준다. 깻묵퇴비 냄새가 구수하다. 황세기 젓갈과 누룩 냄새의 중간이다. 그야말로 농촌의 진한 향기랄까?


황세기는 조기 새끼 같은 것인데 바른 표현은 황석어다. 전라도 지방에서 오뉴월에 황세로 젓를 담는다. 진한 소금에 절여 만드는 항세기 젓은 엄청 짜다. 어머님은 항아리 바닥에 소금을 깔고 그 위에 황세기를 켜켜이 놓으며 소금도 켜켜히 뿌려주었다. 그리고 맨 위에는 항세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듬뿍 뿌리셨다. 그 위에 소금물을 끓여서 식인 후에 부은 후 입구를 봉해서 무거운 돌을 얹어 서늘한 곳에 놓아 두었다. 그렇게 짜게 담지 않으면 구더기가 일기 때문이다. 그래도 항세기에 구더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


지금 깻묵퇴비가 그런 골골한 항세기 젓갈 냄새가 돈다. 깻묵퇴비에 소금은 넣지 않지만 만드는 법은 황세기 젓 담는 법과 유사하다. 큰 통에 깻묵을 으깨서 넣고, 물을 적당히 부은 다음, 왕겨를 섞어서 잘 비벼서 입구를 비닐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싸서 덮고 그 위에 뚜껑을 덮고 무거운 돌을 얹어 놓는다. 그리고 수시로 뚜껑을 열고 휘저어 주어야 숙성이 잘된다. 숙성이 잘된 깻묵퇴비는 바로 황세기 젓갈과 누룩 냄새의 중간즘에 해당하는 골골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난다. 이 퇴비를 한줌씩 잎채소류에 넣어주면 기가막힌 거름이 된다.


채소들은 참으로 신기하다. 이 골골한 퇴비를 자양분으로 빨아먹고 그토록 맛있는 향기를 담은 쌈채소로 변하니 말이다. 뭐든지 잘 썩혀야 자양분이 된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듯이 모든 만물은 생사를 순환하며 나고 죽는다. 잘 발효된 깻묵퇴비는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 모든 잎채소에 매우 좋은 거름이 된다. 고소한 깻묵퇴비를 준 잎채소류는 먹을 때도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하하, 조금 과장했나?


아주 심은 양배추가 자라는 시기에는 풀 관리와 함께 웃거름이 필요하다. 주로 자라는 풀은 명아주, 비름나물, 바랭이, 피 등이다. 이 풀들은 웃거름을 줄 때 같이 호미로 긁어주면 된다. 양배추가 많이 자라 우거지기 시작하면 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풀이 많은 영향을 주지 않을 때는 가만히 둔다. 그러나 키 큰 종류의 명아주, 까마중 등은 한 번 정도 베어 깔아주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웬 변고일까? 같은 날 같은 종자를 심었는데도 성장이 멈추어 버린 양배추가 있다. 핀드혼 농장 스토리를 보면 '데바'의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데바의 신에게 정성을 덜 들인 탓일까? 그래도 깻묵퇴비를 주어 본다. 데바여, 이 작은 양배추의 성장을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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