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왕숙천 징검다리와 인창도서관

찰라777 2016. 12. 24. 21:51

12월 20일




남양주에 오면 가끔 구리 인창도서관을 간다.

도농동 아파트에서 1시간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간다.

골목길을 지나고 빙그레 공장을 지나면

왕숙천이 나온다.

왕숙천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상왕으로 있을 때에

팔야리(八夜里)에서 8일간 머물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도농동에서 인창도서관을 가려면 왕숙천 징검다리를 건너게 된다.

나는 왕숙천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것이 참 좋다.

그것도 겨울 왕숙천이 더욱 좋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차거운 물이 징검다리 사이 사이로 빠져 나가는 물소리도 좋고

징검다리 가까운 곳에 하얀 백로들이 날갯짓을 하며 평화롭게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도 좋다.




또 마른 갈대가 바라멩 흔들리는 모습도 참 좋다 .

그 갈대 사이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사람들의 풍경도 자연스럽고 좋다.






나는 도서관에 가다가 왕숙천 징검다리에서 한 참동안 해찰을 한다.

물소리도 듣고, 갈대와 백로들을 바라보노라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그래서 어떨때는 도서관에 도착하는 시간이 2시간이 걸릴때도 있다.

왕숙천 징검다리를 건너 인창도서관에 도착한다.



인창도서관을 들어서면 나를 반겨주는 분이 계신다.

고 박완서 작가님이시다.

인창도서관 2층에는 박완서 작가님의 자료실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자료실에는 박 작가님의 대표작 <나목> 초판본을 비롯하여 177점의 친필원고와 자료들이 모여 있다.

지난 2009년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하여 조성한 문학공간이다.





나는 항상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박완서 작가가 참으로 좋다.

그곳에 가면 마치 살아있는 작가님과 조우하는 느낌이 든다.

늘 겸손하시고

엷은 미소를 지으시던 작가님의 모습이 그립다!

작고하신지 벌써 6년째라니 세월 참 빠르다.


작가님과 나와늬 인연은 네팔여행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작가님은 네팔과 티베트, 히말라야 트레킹을 참 좋아하셨다.

칠순이 넘어 걷기가 힘들때는 나귀를 타기도 했다.

작가님은 1997년에 티베트, 네팔 기행 산문집 <모독>을 펴 냈는데

나는 이 기행문을 참 좋아 한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막 함부로 버리고 산을 오염시키는 모습을 보고

자연과 히말라야를 모독한다는 생각이 들어 <모독>이라 이름진 책이다.  

이 책은 '모래바람 속의 침묵과 초원의 바람 냄새, 푸른 하늘 공기 냄새까지

자유롭게 사유하는 작가님 특유의 사유 정신이 깃들어 있다.


작가님은 아차산 기슭 아치울 마을에 사시다가 작고하셨다.

나는 그녀의 육필원고를 천천히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유일한 작가 엘리스 먼로의 저서

<떠남>과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빌려왔다.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왕숙천의 징검다리를 건너왔는데

아무리 보아도 완숙천 징검다리를 걷는 느낌은 참으로 좋다.

징검다리를 걷다보면 마음의 여유도 주고

징검다리를 건너듯

나의 삶도 한땀 한땀 성실하게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지칫 보폭을 잘 못 딛으면 난간에 빠지고 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