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코카서스3국순례

[코카서스 순례1]희망의 지도-코카서스3국 여행

찰라777 2017. 10. 29. 22:46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을 하게 되면 나는 햄릿의 이 독백을 떠올리곤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일에 봉착을 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생사의 기로에 섰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햄릿의 이 명대사를 떠올리면 다른 사소한 일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어떤 일을 결정 할 때는 나는 늘 햄릿의 이명대사를 떠올리며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번에도 그런 결정을 내릴 때가 왔다.

 

지난 2월 중순 어느 지인의 소개로 나는 아내와 함께 조계사 찻집에서 조지아에 살고 있는 블라디미르 박을 만났다. 그는 독일에 유학을 갔다가 조지아로 건너와 와인무역을 하고 있다는데, 1년에 몇 차례 패키지여행을 주선하기도 한다고 했다.

 

40대 전 후반으로 보이는 그는 검정 싱글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검정색 코트를 입고 있어서인지 자못 근엄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여행업자나 와인무역업자라기보다는 기자나 학자 모습 같은 깐깐한 뉘앙스를 풍겼다. 그가 내민 명암은 <GGTOUR>(글로벌 조지아 투어)라는 여행사 대표이사로 되어 있었다. 2월이라 하지만 아직 영하의 추운 날씨라 밖은 몹시 추웠다. 우리는 뜨거운 쌍화차를 시켜 놓고 호호 불어가며 마시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조지아에 살고 있는 블라디미르 박(이하 불 박)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코카서스 3국 투어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하는데요. 한 팀에 20여명 정도로 숫자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너무 많으면 고객을 컨트롤하기도 어렵고 호텔예약 등도 쉽지 않으며 또 잘 못 모시면 부실한 여행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금년 봄 투어는 이미 마감이 되었고요, 가을투어 일정인 91일부터 15일까지 투어가 19명이 이미 차 있는데 2~3명 정도 더 받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신청을 해놓고도 꼭 못 가시는 분이 2~3명 생기더라고요.”

 

그의 말이 떨어지자 말자 내가 말을 하기 전에 아내가 선수를 쳐서 먼저 말했다.

 

아하, 그래요? 우린 무조건 신청하겠습니다.”

 

당시 아내는 컨디션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금년에 아내는 심장이식을 받은 지 만 9년이 되었는데, 4개월마다 한 번씩 아산병원 심장센터에서 체크하는 외래 검사에서 아내는 모든 항목에서 <All a>를 받아 이 지구상의 어디라고 날아 갈 듯한 기세였다. 금년이 칠순인 아내는 칠순기념으로 그럴싸한 여행을 꼭 다녀와야 한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불 박님의 설명을 듣고 즉석에서 벼락처럼 결정을 내렸다. 어쩌랴! 오직 여행 하나만을 기다리며 온 심신을 매일 닦고 조이는 아내를 위하여 찬성을 할 수밖에

 

그럼 구체적으로 여행비용은 얼마이고 어떻게 액션을 취해야 하지요?”

 

여행비용은 2,600달러인데요. 항공권은 별도로 각자 구입하시어 전자티켓 사본과 여권사본을 카톡으로 보내주시면 여행신청을 하시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그 이후 자세한 일정은 <코카서스 91일팀>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자세하게 안내를 해드립니다. 여행비용은 8월 달에 송금일자를 보내드리면 계좌로 송금을 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저희 투어는 노 옵션, 노 팁입니다. 그냥 오시면 모든 일정을 제가 직접 인솔하여 안내를 해드립니다.”

 

국내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조지아 현지 여행사에서 다이렉트로 진행하는 일정에다 노 옵션, 노 팁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여행자인 우리는 불 박 앞에서 마치 오디션을 보듯 여행신청을 하였다. ㅋㅋㅋ 여행고객이 여행사에게 오디션을 보다니항공사는 어는 항공을 이용하던 91일 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도착을 하면 되는데, 아에로플러트 러시아항공이 가장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좋다고 하였다.


불 박을 만나고 온 그날 밤 나는 아에로플러트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여 인천-모스크바-바쿠-예레반-모스크바-인천 일정으로 항공권을 1인당 1,026,700원에 구입하였다. 그리고 불 박에게 항공권 사본과 여권을 카톡으로 발송하였다. 그렇게 해서 코카서스 3국 여행이 결정되었다.

 

<코카서스여행>이라는 희망의 지도 한 장을 가슴에 품은 아내는 더욱 열심히 몸을 갈고 닦았다. 하루에 네 번의 인슐린을 스스로 맞고, 두 시간의 실내 자전거 운동, 1시간동안 걷기운동 등 심신을 매일 갈고 닦으며 생활의 모든 것을 여행을 위한 시간으로 투자하였다.



 

지난 20여 년 동안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는 이렇게 <여행>이라는 희망의 지도를 가슴에 품고 지난한 시간을 감내해왔다. 여행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힘든 고통의 여정을 이겨내고 치유해주는 오직 하나의 명약이었다. 아마 여행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아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