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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순례 ]드디어… 코카서스로 떠나는 날이 왔다!

찰라777 2017. 10. 30. 04:28

여보, 빨리 일어나서 코카서스 여행가야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는 코카서스로 가는 길을 그리 쉽지 않게 해주지 않았다. 모이라이는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운명의 실타래를 통해 그의 수명을 재단하고 삶을 지배, 감시하는 여신이다. 이때 세 자매는 각기 다른 역할을 배정받는다. 클로토는 운명의 실을 잣고, 라케시스는 운명의 실을 감거나 짜는 역할을 하고, 아트프로스는 가위로 실을 잘라 운명을 거두는 역할을 한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아내는 지금까지 실을 잣고, 감아 우여고절 끝에 자신의 운명을 잘 짜왔다. 두 여신의 도움이 컸을까? 그러나 운명의 실을 자르는 아트프로스는 아내의 운명의 실을 자를 듯 말 듯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했다. 루푸스란 난치병과 당뇨, 심장이식 등 아픈 질곡의 시험대에 자꾸만 올려놓으며 운명의 실을 가위질을 할 듯 위협해 왔다. 허지만 지금까지는 근근히 아내는 잘 견디어 왔다. 그런데 아내에게 또다른 시련이 다가왔다.


 지난 32일 아내는 칠순이라는 시간의 구슬을 꿰매며 심장이식 9년을 맞이했다. 가족들의 소박한 축복 하에 아내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말하자면 칠순여행으로 코카서스를 가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호사다마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말인가 보다. 칠순을 막 새고 난 아내는 갑자기 감기에 결렸다. 그냥 가벼운 감기려니 했던 아내의 상태는 심한 기침과 함께 고열이 났다. 심장이식환자에게 고열은 위험한 징조이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이식환자들은 감염에 약하다. 툭하면 감기도 잘 걸린다. 그러므로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

 

119를 호출하여 황급히 아산병원 응급실로 입원을 하였다. 이렇게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 땐 119를 호출하여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것이 최상이다. 아내는 급성폐렴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응급실에서 심장병동으로 입원을 하게 된 아내는 급기야 이산화탄소 혼수로 이어지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혈중 이산화탄소가 높아지면 호흡이 정지되고 혼수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는 산소 호흡기를 씌우고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사람은 보통 혈중 이산화탄소가 35%이어야만이 정상상태를 유지한다. 만약에 동맥혈 이산화탄소가 너무 낮으면 호흡이 느려져 호흡량을 감소시키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임으로서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상승시켜 몸의 컨디션을 자동적으로 조절하게 된다.

 

그런데 아내는 그 반대였다. 혈중 이산화탄소가 65%나 되어 이산화탄소 과잉으로 혼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앞으로 며칠이 중대고비입니다. 환자가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심호흡을 시켜야합니다.” 두 딸과 그리고 내가 번갈아가며 아내가 잠을 자지 못하게 하며 심호흡을 하도록 간병을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자꾸만 눈을 감고 잠을 자려고만 했다.

 

여보, 빨리 일어나야 코카서스 여행을 가야지.”

 

나는 정신을 잃어버린 아내를 붙잡고 흔들며 코카서스 여행을 가자고 외쳤다. 그런 와중에서도 <여행>이라는 말이 들리는지 아내는 가늘게 눈을 뜨고서는 , 여행가야지하며 희미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밤샘을 하며 아내를 붙잡고 일주일이 지나자 이산화탄소혈중농도가 점점 낮아졌다. 15일이 지나자 이제 이산화탄소 혈중농도가 35%로 낮아졌다. 아내도 점차 회복을 하며 정신이 점점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섬망이라는 증세가 나타나며 아내는 극도로 불안해했다. 정신이 혼란하고 인지적 장애가 나타났다. 자꾸만 쫓기는 것 같고 누군가 자신을 잡아갈 것만 같은 불안공포에 휩싸인다고 했다. 의사는 중환자실에 오래 입원을 하는 경우 심한 불안과 함께 사고장애, 환각, 착란, 망상 등 섬망증세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일반 병실로 옮기고, 빨리 퇴원을 하여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치료하는 가장 좋은 치료라고 했다. 일반병실로 옮긴 아내는 점점 정신을 되찾아갔다. 그러나 지난 15일간의 기억은 전혀 하지 못하며 여전히 안절부절 불안에 떨었다.

 

퇴원을 하여 집에서 휴식을 취하세요. 그리고 기운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환자가 좋아하는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것도 환자의 섬망증세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아내가 잘 견디어 주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로 잘 견디어 주어서 고맙다는 카드까지 받으며... 고맙다는 카드는 우리가 써야할 일인데... 그래서 우리도 퇴원을 하며 144병동 간호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편지를 썼다.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살리기도 하고 병을 더 어렵게도 하지만, 아내의 경우는 정말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잘 보살펴주어 이렇게 회복이 될 수 있었다.

 

의사로부터 여행을 떠나라는 말을 들은 아내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퇴원을 한 아내는 상태가 점점 호전되었지만 정신상태는 여전히 불안했다. 그렇게 3월이 가고 4월이 돌아왔다. 아내는 빨리 여행을 가자고 졸라댔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불안한 상태에 있는 아내를 데리고 짐짓 여행을 떠나자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런 컨디션에서는 가까운 여행지는 물론, 91일 날 떠나기로 예약을 해 놓은 코카서스 여행도 떠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허지만 결국 아내의 성화에 우선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오사카에는 아내의 조카가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데 진즉부터 한 번 오라는 전화를 여러 번 받고 있었다. 420, 아내와 나는 오사카로 여행을 떠났다. 오사카에서 일본의 북 알프스라고 부르는 해발 2,500m의 알펜루트를 여행하였다. 눈이 집채만큼 쌓여 있는 놀라운 풍경을 바라보며 아내는 즐거워했다. 놀라운 풍경은 사람의 몸을 새로운 신진대사로 이끄는 모양이다.


▲퇴원후에 곧바로 일본 알펜시아 눈의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 섬망증세를 치유했다.

 

일본 알펜루트를 다녀온 아내는 컨디션이 급상승되어 점점 정상을 되찾게 되었다. 생활의 리듬을 다시 되찾고, 9월 코카서스 여행을 기대하며 하루에 2시간의 실내 자전거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무슨 일이던지 날을 받아 놓으면 세월은 빨리 지나간다. 섬망증 치료를 위해 정신과 의사까지 예약을 해 놓았지만 갈 필요가 없어졌다. <여행>이란 명약이 아내로 하여금 코카서스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일어서게 해준 것이다!


나는 코카서스로 떠나는 여행준비를 서서히 진행했다. 푸쉬킨은 그루지아(현 조지아)의 요리 하나하나는 한편의 시와 가탇고 하며 <그루지아 언덕에서>라는 시를 노래했다. 푸쉬킨의 시는 코카서스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해주었다.


그루지아 언덕에서

- 푸쉬킨

  

그루지아 언덕 위에 밤안개가 깔려있고 

발아래 아라브가강 굽이쳐 흐르네

내 마음은 쓸쓸하고 가벼우며

내 슬픔은 너로 가득 차 있네

너, 너만이라도...내 참담한 가슴이여

이제 그 무엇도 고통스럽고 심란케 하지않으니

내 심장 또 다시 불타고 벅차오르네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푸쉬킨은 "내 생에서 트빌리시 온천욕은 러시아나 터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고 말하며 그루지와 와인은 맛이 뛰어나다고 했다. 나는 톨스토이이의 <하지무라드>란 소설과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을 도서관에서 구해 읽었다.

톨스토이는 코카서스에서 군 장요로 3년간 복무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만년에 코카서스를 배경으로 <하지무라드>란 소설을 썼다. 그외에도 코카서스에 대한 문학으로 <코카서스의 죄수들>(The prisoners of the Caucasus, 발레마스터 샤를 디들로 작), 아르즈룸으로의 여행>(A Journey to Arzrum, 레빈 작) 등이 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러시아 문학에 속한다.






조지아의 순수문학으로는 <호피를 두른 용사>가 있다. 이 책은 그루지아 인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모험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표현했다. 이 책은 쇼타 루스타벨리의 독특한 세계관이 나타나 있다. 일반적으로 민족 서사시라면 한 민족과 다른 민족 간의 투쟁이 나온다. 그런데 이 서사시에서는 인도 문명과 아랍 문명이 잘 융합되어 나타난다. 저자는 타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보다는 휴머니즘에 입각해 이야기를 서술한다. 저자 쇼타 루스타벨리(1172∼1216)는 조지아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휴머니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조지아의 세력이 절정에 올랐던 시기, 즉 조지아 문화의 “황금시대”라 불렸던 타마르 여왕 시대(1160∼1213)에 궁정 시인으로 활동했다. 


로버트 카플란은 중동전문 기자다. 특히 최근작 여행기 <타타르로 가는 길>은 조지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이 중동 정책을 펴는 지침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코카서스를 가지 전에 일독을 하면 코카서스 3국에 걸친 주변 국가들의 정세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카서스 3국에 대한 여행가이드북인 론니 풀레닛은 나의 길잡이이자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 날자를 받아 놓으면 곧 돌아 온다.  


그리고 드디어코카서스로 떠나는 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