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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⑧]제2의 두바이를 꿈꾸는 바쿠의 두 얼굴-부자 동네와 달동네

찰라777 2018. 2. 16. 18:23

2의 두바이를 꿈꾸는 바쿠의 허와 실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자원이 고갈 될 때를 대비하여 제2의 두바이를 꿈꾸며 바쿠를 치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올드시티를 보전하고 카스피해변의 블바르 파크를 중심으로 마천루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바쿠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불꽃 타워(Flame Towers)'를 건설하여 바쿠의 랜드 마크로 정하고 블바르 파크를 말끔하게 단장하여 시민들과 여행자들의 산책로 겸 휴식처로 꾸며 놓고 있다.

 

 

 

▲제2의 두바이를 꿈꾸고 있는 바쿠 전경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넵칠러 거리(Neftchlar Ave)는 넓고 시원스럽게 뚫려져 있다. 넵칠러 거리를 중심으로 정부청사, 금융가, 오피스 빌딩들이 고급스럽게 들어서 있다.

 

중심가에서 다소 벗어난 헤이다르 알리예프 거리 언덕 57,500의 방대한 대지에 건설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는 엄청난 돈을 들여 기가 막히게 건설해 놓았다.

 

2012년도에 완공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는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고 하디드가 디자인을 한 건물이다. 하디드는 한국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F)를 설계한 건축가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곡선으로 구비치는 백색 건물로 하디드는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들은 천재성의 분명한 발현이며, “바람에 올라간 마릴린 먼로의 치마처럼 섹시하다등의 표현을 쓰며 건물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고 한다.

 

 

▲이라크의 건축가 하디드가 설계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이 건물의 이름은 독재자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이름을 땄는데, 그는 옛 소련 시절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서기 출신으로 소련 붕괴 뒤 1993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에 취임하여 독재정치와 부패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사망하기 전 아들 일함 알리예프에게 대통령직을 사실상 세습시켜 부자가 수십 년 넘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독재정부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를 건축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고, 그들의 집을 강제로 철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심지어 가스와 전기, 수도 공급을 무자비하게 끊고, 때로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상태에서 건물을 허물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를 방문하기는 했지만 겉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바람에 올라간 마릴린 먼로의 치마처럼 섹시하다고 표현한 백색의 건물은 내 눈에는 하얀 고깔 콘처럼 보였으며, 멕시칸의 거대한 모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넓고 푸른 잔디밭 속에는 강압에 의해 쫓겨나야만 했던 민초들의 피눈물 나는 삶의 터전이 숨겨져 있다.

 

실재로 바쿠의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가난한 민초들의 삶이 엿보인다. 시내에서 쫓겨난 민초들은 황폐한 산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다.

 

바쿠를 떠나던 날 나는 황량한 언덕에 성냥갑처럼 끝없이 엎어져 있는 민초들의 집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바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장면이다. 독재정부는 승용차를 타고 가면 이 허름한 집들이 잘 눈에 띠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가로수를 심어 놓거나, 콘크리트 팬스를 치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슬럼가가 보이지 않도록 눈가림용으로 심어진 가로수와 콘크리트 벽을 목격 할 수 있었다.

 

카스피해의 석유 덕분에 권력자들과 부자들은 바쿠 중심가의 플레임 타워 아파트나 거대한 저택에서 떵떵거리며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가난한 민초들은 산언덕 달동네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바쿠 외곽 황량한 산억덕가난한 만초들이 살고 있는 빈민가

 

 

▲빈민가가 보이지 않도록 심어 놓은 가로수(바쿠에서 세키로 가는 바쿠 외곽)

 

 

▲빈민가가 보이지 않도록 막아 놓은 콘크리트 팬스(고부스탄 가는 길)

 

어디를 가나 독재자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민초들의 허름한 집 위에 악어의 미소를 띤 독재자 알리예프의 얼굴과 민초들의 삶을 가잘로 노래한 아제르바이잔의 국민시인 알리아가 바히드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져  떠올랐다. 나는 언덕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허름한 집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기분으로 바쿠를 떠나 세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