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하와이 자유여행

펄펄 끓는 화산의 여신 펠레의 품속으로...

찰라777 2018. 3. 28. 07:18

 

▲화산의 여신 펠레

 

 

화산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미스터 테드, 당신은 무척 부지런하군요. 이렇게 틈만 나면 청소를 하다니..."

"하하, 청소는 나의 즐거움이랍니다."

"하하,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비가 많이 쏟아져 내리는데 화산국립공원을 갈 수 있을까요?"

"염려 말아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면 돼요. 또 그곳에 도착하면 비가 멎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 테드 씨의 말처럼 천천히 가면 된다. 나는 테드 씨가 손수 끓여 놓은 원두커피를 컵에 가득 따라 마시며 빗방울이 장대처럼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느긋한 여유를 즐겼다. 아내와 아이들이 하품을 하며 부엌으로 나와 수프를 끓여 한국에서 가져온 비건 빵과 함께 식탁에 올려놓았다. 우리는 모두 아침의 느긋한 여유를 즐기며 수프를 후르륵후르륵 마셨다.

 

 

 

 

"아빠,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 화산국립공원을 갈 수 있을까?"

"하하, 테드 씨의 말이 천천히 가면 된데. 화산국립공원에 도착하면 비가 거짓말처럼 멎을 수도 있으니 걱정 말라는 군."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요."

", 걱정 말고 10시경에 천천히 출발을 하자."

 

경이가 오늘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드는 동안 나는 느림의 여유를 한껏 즐겼다. 화산국립공원에 들어가면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주유소도, 식사를 할 레스토랑도 마땅치가 않다. 그러니 자동차도 사람도 배를 충분히 채우고, 먹거리를 준비해가지고 가야 한다.

 

샌드위치를 챙겨 들고 10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빗속을 뚫고 테드 씨의 집을 나서 화산국립공원으로 출발을 했다. 내비게이션에 최종 목적지를 <킬라우에아 비지터센터>를 입력했다. 사전에 구글 지도를 보니 테드 씨의 집에서 130번 도로를 타다가 11번에서 우회전을 하여 1시간여를 가면 도착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의 허스키한 내비게이션 아가씨는 11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힐로 쪽으로 우회전을 하라고 했다. 여기선 좌회전을 해야 맞는데? 의아한 생각을 가졌지만 나는 내비 아가씨의 말대로 힐로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비게이션은 어제 우리가 쇼핑을 했던 월마트에 멈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내비게이션은 <다음 경유지>를 선택하고 지우지 않으면 그다음에도 경유지를 거쳐서 최종 목적지로 가게 되어 있다. 마침 인근에 텍사코 주유소가 있어 차를 멈추고 기름을 가득 채워 넣었다. 그렇지, 자동차도 배를 가득 채워주어야지. 자동차 밥값은 22달러 47센트.

 

"아빠, 이렇게 잘못 입력하면 안 되지요."

"하하, 미안 미안."

 

텍사코에서 기름을 채우는 동안 경이가 내비게이션을 다시 수정하여 입력을 했다. 와이퍼를 아무리 빠르게 틀어놓아도 퍼부어대는 빗방울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땐 테드 씨의 말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는 것이 상수다. 오늘 못 가면 내일 가면 되고, 이번에 못 가면 다음에 가면 된다는 여유를 가진다면 여행의 과정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비가 워낙 세차게 내린 탓도 있지만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 보니 1시간 이내면 도착할 거리(48km)1시간 반이나 결려서 도착을 했다.

 

낯선 혹성에 불시착하다

 

비지터센터 입구에서 입장료 10달러(7일간 사용 가능)를 내니 비지터 센터 입구에는 원주민이 로켓 팔 같은 긴 스틱을 꺼내어 짚게로 달러 지폐를 집어가더니 그 짚게에 입장권과 화산국립공원 지도를 집어서 내민다. 비지터 센터를 통과하는 순간 어느 낯선 혹성에 불시착한 작은 비행선 같은 느낌이 든다.

 

 

 

 

 

킬라우아에 비지터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지만 워낙 비가 세차게 내려 자동차에서 내려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펄펄 끓는 화산의 여신 펠레의 가슴을 식히기 위해서 일까?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다.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빗방울이 차창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이 강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혹성에 고립된 작은 우주선처럼 그대로 멈추어 있어야 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비가 멎을 때까지 점심이나 먹자."

"아빠, 굿 아이디어! 아침에 수프에 빵 한 조각 먹었으니 벌써 배가 고파요."

 

 

 

 

 

우리는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좁은 공간 안에서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빗속에서 먹는 샌드위치 맛이 기가 막히다. 샌드위치를 거의 다 먹을 무렵 정말로 비가 가늘게 잦아들었다. 비가 멈추자 강물처럼 출렁거리던 땅바닥의 물도 어느새 잦아들고 멀쩡했다. 화산섬의 특징이다.

 

", 비기 멎었네! 빨리 가자. 화산의 여신 펠레가 우리들에게 기회를 주시나 보다."

"와아, 정말이네요. 비가 멎었어요!"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속으로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의 면적은 우리나라 지리산국립공원의 약 세 배 이상 넓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두 개의 큰 활화산이 있다. 해발 4169m에 달하는 마우나 로아(Mauna Loa)와 해발 1250m의 킬라우아에(Kilauea) 화산이다. 이 넓은 국립공원을 다 돌아볼 수도 없지만 그럴만한 시간의 여유도 없다. 다만, 대부분의 볼거리가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 몰려 있어 방문객들은 킬라우에아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계획한다. 그중에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코스는 킬라우아에 화산 여행의 핵심이다.

 

 

 

 

 

나는 우주선에 시동을 걸로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Crater Rim Drive) 코스로 몰았다. 10.6마일에 이르는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는 할레마우마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일주 순환도로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아닐까? 할레아무아우 분화구는 1983년에 대폭발을 한 이후로 현재도 크고 작은 폭발을 거듭하고 있다.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는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의 화산활동으로 재거박물관 서쪽부터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 전까지는 무기한 통제되고 있다. 또한 곳곳이 상황에 따라 충입이 통제됨으로 비지터 센터나 홈페이지(https://www.nps.gov/havo/index.htm)에 들어가 확인을 한 후 출발하는 것이 좋다.

 

 

 

▲숙소에서 화산국립공원 가는 길

 

 

▲킬라우아에 크레이터를 한바퀴도는 크레이터 림 드라이브. 현재는 재거박물관에서부터 일부구간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