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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정신적인 고향, ‘아스카촌’를 가다

찰라777 2018. 4. 26. 17:19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고향, ‘아스카촌를 가다

백제 장인들에 의해 118년 동안 '아스카문명'을 꽃피운 '일본불교 1번지'

 

 

▲나라현 주택가에 만개한 벚꽃. 나라현은 백제의옛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정감이 간다.

 

 

일본 히라카타 시에 있는 왕인박사묘소를 참배한 후, 오사카로 돌아온 나는 내친김에 아스카촌(明日香村)도 가고 싶어졌다. 어쩐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나라지방은 백제의 기운이 느껴지는 땅이다. 오사카의 옛 지명은 나니와쓰(難波津)’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당도한 항구라는 뜻이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이 제일먼저 닿은 항구도 오사카라고 한다.

 

박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호텔이름도 우연히 오사카의 옛 지명인 나니와(naniwa難波)’와 동일하다. 그도 30여 년 전 험한 파도를 헤치고 오사카 항구에 도착하여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끝에 자수성가를 한 백제인이의 후손이. 그래서인지 그의 고국에 대한 애국심과 애향심은 남달리 큰 것 같다.

 

그 중에서 아스카촌은 왕인박사가 논어와 천자문을 일본에 전한 이후, 백제에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들이 전한 불교, 유교, 건축, 의학 등으로 7세기 아스카문화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곳이다. 도래인들이 전수한 백제문화 덕분에 아스카촌(明日香村)1400년 전 일본이 최초로 국가로 탄생하여 118년간이나 수도역할을 하며 일본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아스카시대(592~710)의 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정신적인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나라현에 위치한 아스카 5개 공원지구

 

 

나라 현 남쪽 다카이치군에 위치한 아스카촌은 오사카에서 약 50km 떨어져 있다. 내가 다른 여행 일정을 포기하고 아스카촌을 가고 싶다고 하자, 이번에도 호텔 나니와 박총석 사장이 손수 운전하여 안내를 해주겠다고 선 듯 나섰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오사카에서 전철을 이용하여 아스카촌을 가려면 긴테쯔 선을 이용하여 아베노바시를 거쳐 아스카역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아스카 역에서 '기토라 직통버스'를 이용하여 아스카 촌으로 간후 자전거를 렌탈거나 전기로 주행하는 렌터카 'MICHIMO'를 이용하기도 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박 사장이 운전하는 차를 편하게 얻어 타고 나라 현으로 출발했다. 오사카의 복잡한 빌딩숲을 지나 나라 현으로 들어서니 벚꽃이 만개하게 피어 있는 낮은 산과 질펀한 들판은 마치 우리나라 나주평야를 닮은 듯 포근하고 은은하게 다가와 마음이 편해졌다.

 

나라(奈良)’라는 지명이 우리나라 국가를 의미하는 나라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보다는 고대 일본에서는 시가지가 평탄한 지형에서 나라(奈良)’라는 도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더 유력하다. 어쨌든 나라라는 지명도 그렇고 풍경도 내 고향 모습과 닮아 어쩐지 푸근한 정감이 간다.

 

낮은 산과 질판한 들판 풍경이 전라도 나주평야를 연상케 한다.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 했던가? 우리는 아스카촌으로 가는 도중에 나라시에 위치한 도다이지(東大寺)와 호류지(法隆寺)를 답사하고 호류지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오후 4시경 아스카촌에 도착했다.

이 두 곳에 위치한 사찰도 아스카문화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백제에서 파견된 승려와 전문기술자들의 지도와 협력으러 건립된 것이다.

 

 

▲나라시 동대사

 

 

▲법륭사

 

 

아스카촌은 5개 공원지구로 나누어져 있어 짧은 시간에 그 넓은 지역을 다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아스카데라(飛鳥寺)라는 절이었기 때문에 그곳을 먼저 가기로 했다.

 

 

▲비조사와 이름이 똑 같은 일본신사 비조사

 

 

'아스카데라'는 한국어로는 '비조사(飛鳥寺, 이하 비조사로 표기)'로 표기되는데, '明日''飛鳥'를 일본에서는 같은 발음으로 읽는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飛鳥''새 날아' '새 나라'라는 뜻으로 나라 이름을 '아스카(飛鳥)'라고 지었다고 한다.

 

박 사장도 아스카촌이 초행길이어서인지 시골 깊숙이 묻혀 있는 비조사를 찾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도착한 곳은 '비조사(飛鳥社)'라는 간판이 붙은 신사였다. 비조사(飛鳥寺)라는 절 이름과 발음이 똑 같아 처음에는 이곳을 비조사로 착각하고 입장을 하려고 하는데, 입구에서 간판을 자세히 보니 끝 글자가 ''자가 아니고 ''자였다. '비조사(飛鳥社)'는 사찰이 아닌 신사였던 것.

 

죽기 전에 고향땅을 꼭 밟고 싶다는 조총련 할아버지

 

마침 신사의 앞마을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일본어를 잘 하는 박 사장이 안전복장을 하고 차량을 통제하는 노인에게 비조사 위치를 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팔순에 가까워 보이는 그 노인이 한국인이세요?”라고 한국어로 묻지 않은가?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노인은 친절하게 비조사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안내해 주었다. 나는 한국어로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준 노인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비조사로 가는 길에서 만난 조총련계 할아버지. 그는 죽기전에 한국의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한다.

 

어르신, 어떻게 한국어를 그렇게 잘 하시지요?”

어려서 한국인 학교를 다녔지요.”

그럼 원래 고향은 어디신가요?”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고부모님의 고향은 경상남도 창원입니다.”

, 그렇군요. 그럼 고향에는 몇 번 가 보셨겠네요.”

그게아버님 고향을 꼭 가보고 싶은데아직까지 가보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니, 이 연세가 되시도록 고향을 가보시지 못하시다니요?”

, 그게저희 부모님이 조총련 쪽이어서 저도 자연스럽게 조총련에 소속이 되었지요. 그래서 비자를 받기도 어렵고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팔순이 다 되도록 가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것참 안됐군요. 앞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져 비자 받기가 수월해지면 좀 더 쉽게 고향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 제발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죽기 전에 부모님의 고향땅을 꼭 한 번 밟아보는 것이 저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어르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자라고 끊어서 또렷이 밝히며 부모님의 고향인 창원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간절한 노인의 소망을 듣고 있던 아내가 기념촬영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기꺼이 응하며 포즈를 취해주었다.

 

팔순이 되도록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도로공사 안내를 하고 있는 노인을 뒤로하고 비조사로 가는데 어쩐지 코끝이 찡해졌다. 정말 하루 속히 남북관계가 좋아져 저 노인의 소원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