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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13]호박으로 도베를 하다니- 62년만에 문을 연 호박방

찰라777 2005. 9. 3. 22:51

호박 보석으로 도베를 하다니 ...

- 62년만에 문을 연 예카테리나 궁전의 호박 房



▲ 호박보석으로 도베를 해 놓은 호박방을 둘러보는 사람들



에카테리나 궁전으로 들어가기전에 모든 입장객은 입구에서 신발 겉에다 일회용 덧신을 신어야 한다. 실내 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길이 300여 미터에 55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궁전 내부는 장대한 계단과 금도금 세공, 거울, 보석 등으로 호화롭게 장식되어 있다.

긴 복도를 따라 늘어선 가지가지의 방들. 도대체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기둥색깔에 따라 붙여진 ‘붉은 기둥의 방’, ‘초록의 방’, 무슨 무슨 방….  막 횟갈린다.

호박방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뿜어내는 황금빛에 눈이 어지럽다. 가지가지 색깔의 호박 보석을 정교하게 가공한 후 큰 판으로 만들어 벽과 천장 전체에 붙여 방 전체를 호박보석으로 채워 놓고 있다.

 

 


▲ 호박방으로 들어가는 관람객들

 


장식장과 가구, 탁자도 모두 호박 보석 일색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방’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모두 호박이란 보석을 사용하여 만든 이 방은 ‘세계의 8대 기적’이라 칭찬을 받을만도 하다.

한 때 독일 군이 점령하여 퇴각을 한 후, 지금까지도 그 호박들의 행방이 묘연하지만, 다시 24년간의 복구 작업끝에 상프페테르부르크 도시건립 300주년 기념일(2003년 5월 1일)에 맞추어 완성, 문을 열게 되었던 것.

러시아의 호박은 발트 해 연안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생산 되는데, 이 호박방에 사용된 6톤의 호박은 모두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운반한 것이다. 큰 덩어리는 1200kg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독일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호박방은 한 때 적군이었던 독일이  35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여 독일 총리 슈뢰더와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호박방의 복원 테이프를 커팅 했다고 하니 아이러니칼한 일이다.

 

 


▲ 장신구도 모두 호박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다.

 

 

호박은 앰버Amber에 어원을 두고 있는데 마찰을 하면 전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리스어 'elecktron'에서 발생된 것이라고 한다. 3천만 년 전에서 5천만 년 전에 호박성분이 있는 나무들의 송진이 화산활동 등으로 땅속에 묻혀 열과 압력으로 화석이 되어 생성된 것이라는 것.

 

 

인류 최고의 장신구로 사용되어온 호박은 거미, 개미, 파리 같은 곤충류와 새들의 날개 등이 들어간 것이 값이 비싸다. 세상엔 파리같은 곤충이 들어가서 비싼 보석도 다 있다니....

 

 

예카테리나 궁전이 입장객을 제한하는 것은 호박의 성질 때문이다. 호박은 많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가스나 40도 안팎의 더위에도 파괴될 정도로 약하다 것. 그러나 호박은 오랜 옛날 이집트에서도 무병장수를 상징하고,'사랑의 묘약"으로 알려져 인간이 지니는 최고의 장신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와~ 정말 호박으로 도배를 해 놓았군요.”
“난 호박이 먹는 호박만 있는줄로 알았는데… ”
“언제 보석을 사 줘 봤어야지요.”
“그럼 저 호박 한쪽 사줄까?”
“에게게, 호박 보석이 얼마나 비싼 줄이나 아나요?”

나중에 궁전의 기념품을 파는 곳에서 가격을 알아보니 다이아몬드 값에 버금가는 가격이어서 혀만 내두르다가 그냥 나오고 말았는데, 호박이 그렇게 비싼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새로운 일이다. 새로 복원된 호박방으 가치는 무려 2억달러(2400억원)나 된다니 호박의 값이 얼마나 비싼지 짐작이 간다.

호박방을 나와 ‘왕관의 방’에 들어서니 방 전체가 금박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우린 다시 황금방의 미아가 되고 만다. 이제 호박이 아닌 황금 속에 파묻힌 듯한 느낌이다. 보석으로 도베를 한 방들을 한참을 돌다 보니 어지럽다. 이제 그만 나가자.


 


▲난 아무래도 신선한 공기, 물, 나무가 보석보다 좋은 데....

 


밖으로 나오니 비가 개어 있고 햇빛이 눈부시게 초원과 호수에 부서지고 있다. 한쪽은 노랗게 단풍이 든 나무가, 다른 한쪽은 푸른 삼나무가 도열해 있는 정원도 이채롭다. 계절이 바뀌면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할까? 내게 가장 귀한 보석은 아무래도 이 신선한 공기와 물, 나무들인 것 같은데....


“난 호박방보다 이 싱그러운 정원이 훨씬 좋아.”
“전 호박방이 더 좋은데요.”

남자와 여자의 생각은 언제나 다르다. 여자는 저 단풍처럼 환경에 따라 수시로 색깔이 달라지는 것일까? 아내에게 호박 보석을 사 주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정원을 산책하다가 오후 늦게 우리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푸슈킨 시를 뒤로 하고 페테르부르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