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9] 마두로담

찰라777 2004. 2. 9. 06:51
.... 마두로담 Madurodam ....

손으로 물이 새는 댐의 구멍을 막고 있는 전설의 '한스 브랑카' 소년. 마두로담 입구


마두로담 입구
□ '한스 브링카' 소년의 전설

헤이그 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우리의 애국지사 이준 열사다. 한일합방의 부당함을 세계만방에 알리려다 장열하게 순국한 이 준 열사의 묘소가 이곳 헤이그에 있기 때문.

그러나 우리는 이준 열사의 한이 맺힌 묘소를 가보지 못하고 헤이그 시내를 관통하여 마두로담으로 직행한다. 이준 열사의 묘소를 가 려면 헤이그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30여분정도를 가야 하는데, 시간이 없기 때문.

마두로담 입구에 도착을 하니 제일먼저 눈에 띠는 것이 물줄기가 터져 나오는 땜을 막고 있는 한 소년의 조각상이다.

‘한스 브링카’ . 이 소년을 독자 여러분은 기억하고 계시리라. 바다보다 낮은 땅을 막은 제방에 물이 새어나오자 이 소년이 그 구멍을 손으로 막아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아 냈다는 소년영웅의 이야기를….

시골벽촌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시절에 이 소년의 이야기를 읽고 너무나 진한 감동을 받아 그 나라에 꼭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나. 그러나 농촌벽지에서 그 꿈을 실천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까마득한 꿈에 지나지 않았던 것.

이제 그 상상은 50년이 지난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꿈(소망)은 이루어지던 이루어지지 아니하든 항상 마음속에 품고 다녀야 하나 보다.

마두로 家의 슬픈사연이 담긴
미니어처 타운 마두로담 모습
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한스 브링카’라는 소년의 이야기는 하나의 허구적인 동화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 한 소년의 주먹으 로 무너지는 둑을 막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턱도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동화는 더구나 미국의 동화작가에 의해서 지어진 이야기다. 동화는 허구에서 시작되고 허구는 상상나래를 펴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신이 인간을 창조 했다면 네덜란드는 그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진 국토다. 그러기에 ‘한스 브링카’ 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큼 네덜란드의 상징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 슬픈사연을 간직한 '마두로담'

‘마두로담’ 이란 어휘가 풍기는 의미는 마치 '마담 로담' 같은 엉뚱한 뉘앙스를 풍겼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전혀 딴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마두로담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내가 걸리버가 된 착각에 빠지고 말았던 것.

마두로담은 네덜란드의 유명관광지를 실물의 25분의1로 축소를 해 놓은 미니어처 타운이다. 암스테르담의 담 광장 왕궁, 스키폴 공항, 헤이그의 비넨호프, 군함, 교회, 운하, 풍차…등을 축구장만한 크기에 전시해 놓은 환상적인 타운이다. 이곳에 오면 네덜란드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마두로담의 특징은 모든 것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운하위로 배가 다니고, 기차와 자동차가 씽씽거리며 다닌다. 비행기도 항공사별로 이착륙을 한다. 기차소리와 뱃고동 소리, 돌아가는 풍차.... 그 역동적인 모습은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기에 적합한 시설이다.

그러나 마두로담은 그 화려함 못지않게 슬픔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명문가 마두로의 한 사람인 조지 마두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지원 병으로 활약하다가 나치에 체포되어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하고 만다.

명문가의 마두로 家. 그 부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다가 마침내 아들의 활약상을 기리기 위해 이 미니어처 타운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한 아들의 전사를 기리는 부모의 갸륵한 마음이 담긴 곳인 셈.


풍차를 집어 삼키는 거인 '걸리버'가 되어
□ 거인 '걸리버'가 되어

이 마두로담은 자치 조직으로 운영되는데 현 여왕이 명예시장으로 되어있고, 매년 헤이그 시내 30명의 어린이들이 시장과 의원으로 활 동한다.
그러니 이곳은 어린이들의 꿈동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요, 꿈이다. 아이들을 위한 투자는 정말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보, 내가 거인 걸리버 같질 않소.”
“그보다 더 큰 거인으로 보이는 군요. 호호호.”
"그래, 난 걸리버 보다 더 큰 거인이야. 어린시절 걸리버를 읽으며 걸리버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거던..."
"그럼, 이제 그 소원을 풀으셨네."

풍차를 잡아 삼킬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는 나를 아내는 마치 어린아이 구경하듯 재미있어라 하며 깔깔거린다.

사실 나는 소년시절에 영국의 신학자 조나단 스위프트가 지은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마치 내가 걸리버가 된 것 같은 환상에 사로 잡혔던 허무맹랑한 소년이었던 것.

아직도... 마음은 소년과 소녀다. 우리는 꿈을 먹은 아이들처럼 미니어처 타운을 쏘아 다녔다. 이럴 때 엔도르핀이 팍팍 솟아 나오겠지. 아내의 몸에 엔도르핀이나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럼 그 고약한 병들이 좀 겁을 먹겠지. 아니 아주 얼씬도 못하게 했으면 좋겠어. 세상도 바꾸고, 몸도 바꾸고, 모든 게 새로운 세계로 바꿔 졌으면 좋겠어..... 바꾸자! 바꿔! 이 거인 걸리버가 바꿔보자!

네덜란드의 주요 관광지를 25분의 1로 축소한 미니어처 타운 '마두로담'의 무습


네덜란드에서 제일 크다는 다리가 겨우 이 정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