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펜하겐에서 만난
“거참, 잘되었군요. 도대체 방향감각을 알 수 없는데 함께 가면 되겠네요.” 우리는 갑자기 나타난 이 두 여인이 마치 길을 안내하는 천사와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한 여인이 아내가 무거운 배낭으로 낑낑 대는 모습을 보더니 아내의 작은 가방까지 대신 매 주질 않겠는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자 그녀들은 아르헨티나의 부에 노스아이레스에서 왔다고 했다. 어쩐지 영어 솜씨가 스페인어 억양이 들어 있다싶었는데…. 역사에서 호스텔까지는 꾀 멀었다. 길도 꼬불꼬불하여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우린 그녀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호스텔에 도 착하였다. 어제 도착한 그녀들은 오늘 시내 구경을 하고 들어오는 길이라고 했다. 호스텔까지 오는 길이 컴컴하여 여인들의 얼굴을 잘 볼 수가 없었는데, 호스텔에 도착하여 그녀들을 바라보니 놀랍게도 70대를 넘은 듯한 할머니들이었다. 편하게 대접이나 받 아야 할 나이에 남의 짐까지 들어주다니... 이 두 자매가 아니었더라면 우린 오늘 저녁에도 무지 헤맬 뻔 했다. “정말 너무도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우린 둘리 자매에요. 또 봐요.” 다음 날 아침 아내와 나는 식당에서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둘리 자매가 먼저 와 있었다. 내가 손을 들고 인사를 하자 그녀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린 토스트를 구어들고 그녀들과 함께 합석을 하였다. 두 자매는 편한한 자세로 앉아서 차 종지에 파이프를 대고 아르헨티나 고유의 차를 돌아가며 마시고 있었다. 너무나 정다운 아침 풍 경이었다. “어제는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천만예요. 여기에 며칠 동안 머무실 건가요?” “이틀정도 머물 예정입니다. 두 분께서는요?” “저희들은 한 도시에 최소한 3일 이상 머물며 여행을 다닌답니다. 이곳 코펜하겐엔 5일정도 머물 예정입니다.” “아, 그래요! 참 좋은 생각이군요. 그런데 그 차 그릇이 너무 멋있네요?” “아, 네. 마떼란 차지요. 우린 매일 이 차를 마시지요. 좀 들어 보실래요?”
그 중 언니가 차 종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파이프를 타고 구수하고 따뜻한 차가 혀의 미각을 자극하며 목구멍 속으로 넘어갔다. 차 맛이 마치 둘리 자매의 마음씨처럼 따스했다. 그녀들은 이곳에서 노르웨이의 오슬로를 거쳐 독일의 함부르크로 간다고 했다. 여행기간은 약 3개월. 둘리 자매는 우리가 이번 여행길에 만난 첫 은인들이었다. 아내와 나는 그녀들을 ‘퍼스트 엔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주고, 무거운 배낭까지 들어준 고마운 멋쟁이 할머니들이 아닌가! 만약에 우리나라의 할머니들이라면 무거운 배낭 을 들어 줄 수 있을까? 길을 가르쳐 주기도 어려웠으리라. 나이를 잊고 배낭여행을 다니는 참으로 천사 같은 멋진 할머니들이었다. 하늘이여! 이 천사같은 멋쟁이 할머니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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