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덴마크 1] 안데르센의 나라로 ...

찰라777 2004. 2. 11. 08:28

.....D E N M A R K .....




덴마크로 가는 길에 초원에 서 있는 현대식 풍차들


□ 갈수록 어려워 지는 글쓰기

역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다. 글쓰기에 문외한인 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글을 쓰기도 어려운데, 각종 소스를 이용하여 사진과 음악을 넣는 작업은 너무 힘들고 난해하다 그래서 앞으로 나의 글에는 음악을 넣지 않기로 했다.

소스도 내가 찍어온 사진 정도만 넣고 HTML문서도 간단한 폼만 쓰기로 작정을 했다. 읽는 독자님들은 음악이 없어 조금 건조하리라. 그렇지만 한가지, 글쓰기라도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글쓰기는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쓰는 것이 전부다. 다만,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해서 손에 잡히는 책은 닥치는 대로 읽어 나갔다. 책은 읽는 순간은 행복했다. 지금도 책값으로 나가는 돈이 내 용돈중에서 탑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요즈음은 책을 사는 것도 인터넷으로 싸게 살 수가 있어서 좋다.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난치병에 걸려 죽음직전 까지 갔던 아내가 가까스로 회복되어 죽기전에, 정말로 죽기전에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갈망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나의 직장, 하는 일, 나만이 구축하여 왔던 세계.... 그 모든 것을 접어두고 아내와 함께 세계로의 여행길을 떠났다. 그러기를 5년.
그리고 나는 다녀온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되씹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게 바로 이 '다음칼럼'이다. 서투른 솜씨로 일기식으로 적어나간 칼럼은 5년 후에 한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사랑할 때 떠나라"

작년 7월에 내가 출간한 책 이름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책의 제목에 토를 달았다. 왜 하필이면 사랑할때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러나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든,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이든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매우 서로에게 좋을 것 같아서 붙인 제목이다.

하여간 책은 출간하자 마자 여행서적 부문에서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세상은 참으로 묘하고 묘했다. 심심풀이로 쓴 나 의 글이 세상의 화제에 오르다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내고 나서 내가 한가지 깨달은 것은 책이란 진실을 담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속에 문학성이 깃들어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 책을 계기로 하여 우리 부부는 KBS의 '아침마당', MBC의 '임성훈과 함께'를 비롯하여 신문, 방송, 잡지에 30여 차례나 인터뷰내지는 직접 출연하는 홍역을 치루어야 했다. 그 홍역이 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긴 여행을 떠났다. 마치 세상을 등지고 어느 숲속의 호수 속으로 잠수하는'좀 머씨 이야기'처럼...

그게 바 로 이 108일간의 세계여행이다. 아내는 여행을 멈추면 바로 아파지는 여인이다. 마치 자전거가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져버리듯이 아내 는 아마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삶의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병원에 누워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최소한 100일이 지나면 그 어딘 가를 다녀와야 한다. 아내는 여행중독증 환자중에서 중증 환자다. 마치 여행에서 오는 엔돌핀을 먹고 사는 여인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내에게 여행 은 그 어떤 명의나 명약보다도 묘약이 되는 묘한 인연을 맺고 있다.

아내 덕(?)에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나는 어쩌면 행운아 인지도 모른다. 아내가 여행중독증 환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어느회사에 매달려 있을 텐데.... 아내덕에 모든것을 훌훌 벗 어버리고 이렇게 팔불출처럼 여행을 다니고 있다. 우리들 생활의 모든 것이 돈이나 명예보다는 여행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기야 돈 때문에 힘든 배낭여행의 길을 떠나고 있지만....

여행에도 마치 경영학처럼 PLAN, DO, SEE의 단계가 있다. 여행을 100점 만 점으로 본다면, 나는 PLAN을 10%, DO를 80%, SEE를 10%로 비중을 두고 있다.이 글쓰기는 SEE의 10%를 즐기기 위해 쓰고 있는 셈.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자의 마음속에 있겠지만 서투른 솜씨나마 기록을 하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글쓰기는 왠지 더욱 어려워진다. 그냥 나 혼자 일기식으로 끄적거리는 것은 전혀 부담이 없었는데....

책을 내고 난 후부터는 글 한줄을 쓰기가 어렵다. 왜 그럴까? 좌우간 어렵지만 그래도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이 없는 사진과 음악은 매우 공허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찍어온 사진과 함께 그 기쁨을 여행매니아들과 공유하고 싶기 도 하고.... 하여간 글이 없으면 모든 것은 알맹이가 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아하~ 글이 본론에서 많이 빗나가고 있네. 좌우 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 "다음" 측과 미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에게 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마음 으로 글을 써내려 가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타고 간 유로라인 버스


□ 유로 버스를 타고 간 덴마크

아직 모든 세상이 잠들고 있는 새벽.
나는 누에고치처럼 꿈틀거리며 유스호스텔의 2층 침대에서 일어났다. 20여명이 함께 자고 있는 호스텔의 방은 오직 잠을 자는 숨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다. 실내는 어둡다. 사다리 를 타고 살금살금 내려와 아내의 이마를 짚어 본다.

“응… 지금 몇 시지요.”
“쉿, 조용히. 좀더 자고 있어요. 6시에 깨 우러 올게.”
“그럼 6시에 라면 끓일 물을 좀 올려나요.”
“오케이.”

아내에게 속삭이며 방문을 살짝 열고나오니 자 기키보다 더 큰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 여성 여행자가 나를 보더니 미소 지으며 눈인사를 한다. 방 바로 밖에는 짐을 넣어 놓는 락카가 따로 있었던 것. 나도 짐을 꺼내어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스키폴 공항?”
“아니, 유로라인 버스정류장.”
“ 난 비행기로 부다페스트로 가요.”
“난 버스를 타고 코펜하겐으로 간답니다.”
“그렇게나 멀리?”
“그래도 난 버스가 좋 아요. 창밖으로 구경을 할 수가 있으니…”
“허긴…”

그녀가 먼저 그 큰 가방을 지고 떠나갔다. 아래층의 부엌에 가서 라 면 끓일 물을 올려놓고 다시 락카로 올라오니 아내가 나와 있었다.

“좀더 자질 않고?”
“몇 시인데요.”
“하긴… 6 시가 넘었네.”

룸으로 들어가 다시 침대에 놓아 둔 물건이 없나 점검을 하고 모든 짐을 들고 일단 리셉션으로 갔다. 리셉션에 는 어제 보이지 않던 청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벌써 떠나가나요?”
“네, 아침 8시 코펜하겐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 거든요.”
“그럼 지하철로 가시는 게 빠릅니다.”
“우리도 그렇게 가려고 생각중이죠.”

배낭여행자가 택시를 타지 않 는다는 것을 알기에 친절하게 알려주는 호스텔 직원. 배낭을 일단 내려놓고 부엌에 들어가 끓는 물에 라 면을 하나를 풀어 아내와 둘 이 나누워 먹었다. 이제 떠날 준비 완료! 이게 아침 일직 호스텔을 떠나는 우리들의 일상 풍경이다.

호스텔에서 지하철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낑낑거리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열차에 오르니 마침 앞자리에 젊은 아가씨 한분 이 앉아있다. 암스테르담 의 지하철 열차 량은 몇 개 안된다. 대부분 자전거나 트램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해서일까?




네덜란드의 역사에 세워둔 자전거들



“암스텔 역까지는 몇 정거장이지요?”
“세 정거장에서 내리면 되지요.”

긴 머리 아가씨의 모습이 마치 인어공주처럼 예 쁘다. 유로라인 버스 터미널은 암스텔역에 있었던 것. 암스텔역에 도착하니 7시 30분. 8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알고 왔 는데 사 람들은 그리 많지를 않다.

매표소에 가서 코펜하겐으로 가는 버스티켓 두 장을 끓었다. 일인당 120 유로. 그러나 일 인당 180 유로를 하는 기차요금에 비하면 훨씬 싼 요금이다.

버스는 예상보다 15분 늦게 출발하였다. 지정좌석이 없고 아무데 나 편한 곳을 골라서 앉으면 되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코펜하겐까지는 약 12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시간표에 나와 있다.


□ 드디어 안데르센의 나라에

상쾌한 아침이다.
버스는 펀펀한 네덜란드의 땅을 미끄러지며 달려갔다. 네덜란 드의 땅은 대부분 끝없는 초원이다. 초원 위에는 돌고 있는 풍차, 돌아가 지 않는 풍차들이 한가롭게 서 있다. 산이 없는 땅, 네덜란 드.

버스는 10시 15분에 그로니겐 Groningen에 도착하여 운전수를 교대하였다. 운전수 교대를 위하여 버스가 잠시 정차 하는 동안 나는 버스 안에서 쓴 엽서를 부치기 위해 우체통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첫 엽서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편지야 잘 가라’

우체통 옆에는 끝없는 자전거의 행렬이 선채로 매달려 있다. 네덜란드의 어디를 가나 버스정류장 과 지하철 역사, 큰 빌딩 옆이라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까운 거리를 가는 네덜란드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그래서 축구 를 잘할까? 가자기 히딩크 감독이 생각이 났다.




이번여행중 첫 엽서를 부쳤던 우체통


우리들 앞좌석에는 70세 정도 들어 보이는 두 할머니들이 연신 수다를 떨고 있다. 그들은 수다 못지않게 버스가 정차를 하기만 하면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스페인 말이라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11시 33분에 버스는 독일 국경을 통과했다. 그 런데 독일의 국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국경 경비원은 버스에 탄 여행자들의 모든 짐을 내려서 창고에 갔다 넣으라고 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사냥개 세 마리를 데려왔다. 사냥개의 크기는 정말로 늑대보다 더 컸다. 사냥개들은 각각 창살이 막아진 별도 우리에 가두어 놓고 있었다.

국경경비원들은 사냥개를 한 마리씩 교대로 짐을 풀어 놓은 토치카 같은 창고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창고 문을 닫아 놓고 아마 짐을 검사 하는 모양이다. 사냥개 세 마리가 교대로 짐을 검사 하는데 무려 2시간 정도가 결렸다.

“아니 세 상에 이런 일도 있나요?”
“나도 내 일생을 통하여 처음 당하는 일이랍니다.”

수다를 떨던 할머니가 담배를 피워 물고 웃 으며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아마 마약이나 무기류를 검사하는 모양이었다. 테러에 대비하여 철저히 짐 검색을 하는 독일병정과 독일사냥개. 참으로 지루했다.




함브루그 버스터미널의 정경


“참으로 징하군요.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씩이나…”

아내는 어이가 없는 듯 사냥개들을 바라보며 연신 하품을 토해 내면 서 말했다. 장시간의 조사 끝에 드디어 사냥개들이 철수를 했다. 휴~ 과 연 독일병정답군.

버스는 함브루그에서 잠 시 정차했 다. 커피 한잔을 마실 시간이 있다고 운전수가 코멘트를 한다. 커피한잔에 1.3 유로. 우리나라 돈으 로 치면 1,700원 정도 된다. 200~300원 하는 자판기 커피를 생각하는 아내는 커피가 너무 비싸다는 것. 여보, 여긴 유럽이라오. 한국 이 아닌 유럽하고도 독일…

“여보, 한잔만 시켜요.”

커피 한잔을 시켜 아내와 둘이 나누워 마셨다. 두 잔을 시키면 아내는 분명 스트레스를 받 아 커피 맛을 잃고 말테니까…. 당뇨가 심한 아내 덕분에 나는 설탕이 없는 쓴 커피를 마셔야 했다. 따는 쓴게 약이 되지....

함부르그를 출발하여 석양 무렵에 버스는 덴마크의 국경을 통과했다.

드디어 안데르센의 나라에 온 것이다. 덴마크 하면 덴마 크의 부흥 운동가 달가스와 동화작가 안데르센이란 두 인물이 떠오른다. 그러 내 가슴에는 이미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자리 잡고 있다 .
‘못 생긴 새끼오리’. 그래 나는 동양에서 온 못 생긴 새끼오리가 아닐까?

버스는 E47번 2차선 도로를 지나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배 안으로 들어간다. 자동차를 먹어 치우는 배는 매우 컸다. 히야! 자동차와 기차까지 실을 수 있다는 페리 호라고 하니 과연 기 관차까지 먹어 치우는 배다.




버스여행에 지친 아내의 표정



※ 추신 : 독일의 독자 "와운"님께서 보내주신 이준열사 묘적



"와운"님께서 보내주신 '이준 열사'의 묘적입니다.
와운님은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계시는 분으로
제가 이준열사 묘적을 가보지 못한 안타까운
칼럼 내용을 보시고 메일로 전송해 왔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 중후한 멋을 풍기는 분이
바로 와운 독자이십니다. 지면을 빌어서
다시한번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