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전라도

최고로 아름다운 가로수-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찰라777 2005. 11. 17. 13:18

 

“최고로 아름다운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길을 아시나요?

 

담양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이루고 있는 메타세쿼이아란 나무가 있다. 길 양쪽에 일렬로 도열해 있는 모습은 마치 근엄한 영국 버킹검 궁전의 근위병을 연상케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 따라 색깔이 다른 옷을 갈아입으며 원뿔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의 모습은 다분히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숲과 멋진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찾아다니는 나는 아마 전생에 나무가 아니었을까?


남도의 끝자락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시절에 심심하면 산에 올라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며 자라났다. 그런 내가 조기 은퇴를 한 후 ‘숲 해설가’가 되어 숲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은 마치 연어가 고향을 찾아가듯 지극히 당연 일인지도 모른다.

 

모든 나무의 낙엽이 다 떨어져버린 늦은 가을, 담양의 15번 국도와 24번 국도로 이어지는 총연장 6.5km에 이르는 길에는 원추형의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가 어김없이 황갈색으로 붉게 타오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아련하게 휘 돌아치며 가느다란 낙엽들이 떨어져 내리는 감동적인 모습을 무엇으로 설명을 한단 말인가?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보면 도심에서 찌들어 오염된 심신에 나무들의 진동파가 속속 들어오는 신성한 기를 느낄 수가 있다.

 

실제로 실험에 의하면 세쿼이아의 진동파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기를 발산해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세쿼이아의 기는 자신의 가치를 마음껏 펼치고 싶은 사람에게 매우 유익하다는 것.


내가 메타세쿼이아 나무에 매료되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을 여행하다가 우연히 들른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방문하고 나서부터다. 오리곤 주에서 101번 해안 국도를 따라 렌터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해오던 우리는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레드우드의 거대함과 웅장함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리곤 주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캘리포니아 해변 클라마스(Klamath)에서부터 오리크(Orick), 트리니다드(Trinidad)시에 걸쳐있는 방대한 레드우드 숲에는 높이 110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Tall tree)가 있는가 하면, 자동차를 타고 통과하는 나무(Tour Through Tree)도 있으며, 100미터에 근접한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수도 없이 늘어서 있다.


도대체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데도 나 같은 사람은 무려 20초나 넘게 걸리는데, 내가 20초 동안 온힘을 다하여 달리는 거리보다 더 높은 나무를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무들의 높이가 하도 아실해서 나무의 꼭대기 끝까지 도저히 다 볼 수도 없었다.

바람소리, 새 소리만 간간히 들려오는 조용한 숲 속에 마치 숲의 정령처럼 서 있는 저 거대한 나무들은 보통 1000년에서부터 어떤 것은 5000년 가까이 사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몇 천년동안을 묵묵히 살아온 나무들이 그저 경이롭게만 느껴졌다.

이 나무들을 바라보며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떻게 저렇게 높은 꼭대기까지 물을 빨아올리느냐 하는 문제였다. 최첨단 과학의 힘으로도 가장 높이 쏘아 올리는 분수는 고작 200미터 높이라고 하는데, 이렇다할 동력장치도 없는 나무가 저 높은 꼭대기까지 물을 끌어드리며 살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밀은 두꺼운 나무껍질에 있었다. 세쿼이아 나무의 수피는 무려 30cm 이상이나 되어 매우 두껍다. 나무들은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두꺼운 수피를 통해 빨아올리며 추위를 이겨 낸다. 특히 온대우림지역인 캘리포니아 해안은 강물이 자주 범람하여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는데, 엄청난 물을 필요로 하는 세쿼이아가 자라나기에는 아주 적합한 토질이라고 한다.

세쿼이아(Sequoia)란 나무이름은 미국 테네시 주에서 살았던 체로키 인디언인 ‘Sequoiah'라는 사람의 이름을 기념하기 위하여 붙여진 것인데, 세계적으로 세 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 해안 레드우드 국립공원주변에 주로 자라는 해안 세쿼이아(Coast Redwood)를 비롯하여, 캘리포니아 내륙 세쿼이아 국립공원 근방에서 자라는 시에라 레드우드(Sierra Redwood, 혹은 Giant Sequoia라고도 함), 그리고 중국을 비롯하여 동양권에서 자라고 있는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미국에서는 Dawn Redwood라고 함)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세쿼이아는 1941년, 중국 호복성과 사천성 사이의 양자강 상류에서 발견된 메타세쿼이아 나무다. 중국의 어떤 산림공무원이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마타호치 계곡에서 1000여 그루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있는 나무를 발견하였는데, 동양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어서 미국 하버드 대학으로 보내 검사를 해본 결과 세쿼이아 나무의 일종으로 판명되었다는 것.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공룡이 살았던 화석시대부터 살아남은 아주 드문 나무다. 새의 깃털 같은 잎이 두 개씩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모양이 서로 어긋나는 낙우송과 다른 점이다. 메타세쿼이아는 방음, 방열 효과가 뛰어나 실내 방음장치나 포장재, 건축 내장재로도 몫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그런데 이 나무가 왜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가 뒤늦게 다시 출현하였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빙하기에 떼죽음을 당했다는 설도 있지만, 해수면이 높아져 나무들이 자라는 낮은 평지위로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짠 소금물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갔을 것이라는 설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드려지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토질에 적응을 잘하는 이 멋진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나 공원수로 많이 심을 것을 적극 권장하고 싶다. 또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중, 일정구간은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사람만 다니는 산책로로 정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나무에 대한 교육장소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광릉의 전나무 숲길’이나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 정도는 산책로로 투자를 할 만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금년 겨울에도 잔설이 휘날리는 담양의 24번 국도를 다시 찾아가 걷고 싶다. 흰 눈이 뒤덮인 원뿔형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다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만나는 듯한 신비감과  더블어 수억 년 전 백악기에 공룡과 함께 살았던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겨울 여행의 백미라고나 할까?

 

 

* Copyright by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