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강원도

새해 아침, 태백산을 오른다!--살아천년, 죽어천년, 朱木의 위대한 힘

찰라777 2006. 1. 1. 16:30

살아 천년 죽어 천년 - 주목(朱木)의 위대한 힘

 

새해아침, 태백산을 오른다!

 

 

 

 


- 새해아침 태백산에 떠오르는 태양과 주목 나무



 

새해 아침이다!

태백산!

민족의 영산!

대한민국의 등뼈!

이른 새벽 태백산에 오른다.

 

민족의 영산을 찾는 사람들은 말이 없다. 사각사각 귀에 밟히는 눈(雪)소리만 들려올 뿐. 사람들은 한 걸음 한 걸음 눈 위에 발자국을 새기며 각자의 소원을 마음에 담고 있다. 해가 바뀐다고 해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무언가를 행동하며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하얀 그리움!

날이 새면 놀라운 은빛 세계가 펼쳐지리라.

그것은 아무도 손대지 않는 순백의 도화지다. 사람들은 그 위에 새해의 꿈을 그려 넣기 위하여 이 살인적인 추위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지도 모른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앉아있던 눈 덩이가 매서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스르르 밀려 추락한다.

 

눈썹과 코끝에 고드름이 맺히는 것만 같다. 아무리 옷을 두껍게 껴입었어도 칼바람이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지독히도 춥다!  고드름이 천지를 가리고 있다!

 

 

 

유일사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낮게 깔린 잔가지들을 제치고 우뚝 우뚝 서 있는 주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년의 세월을 넘게 산다는 주목(朱木)이다! 이 추운 새벽, 눈발을 헤치고 내가 태백에 오르는 것은 오로지 이 주목과 만나기 위해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혹자는 썩어서 천년을 간다고도 말한다. 태백의 주목들은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것은 속이 텅 빈 채 껍데기만 남아있고, 어떤 것은 생명이 다하여 유령처럼 고사목(枯死木)으로 남아있다.

 

강풍에 직각으로 꺾여 바람에 휘날리며 백발노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도 있다. 오랜 세월 비바람, 눈보라를 견디며 저마다 다른 몸부림으로 서 있는 거목들의 모습은 그저 위대하기만 하다. 

 

 헌데, 주목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무주위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텅 빈 속살에 스티로폼으로 메워놓은 모습은 어쩐지 눈에 거슬린다.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온 주목다운 모습일진대… 

 

 

한 겨울이 오면 주목엔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보다 드넓은 눈밭과 주목에 핀 아름다운 눈꽃을 만나려면, 눈이 길을 만들고, 지우는 태백의 적막한 능선에 올라야 한다. 전망이 확 트인 곳일수록 바람은 더 매섭고, 거목에 핀 눈꽃도 더 화려하다.

 

 

눈꽃은 어떤 꽃일까?

눈이 오지 않았는데도 서리나 안개가 나뭇가지에 붙어 수채화처럼 하얗게 수놓은 것은 상고대다.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급강하했을 때, 대기 중의 수증기가 맺혀 얼어붙으며 생긴 것. 나뭇가지에 눈이 쌓이고 쌓여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것은 눈꽃(雪花)이다.

 

 이 눈꽃이나 상고대가 날씨가 풀려 녹아 흐르다가 다시 기온이 떨어져 투명하게 얼어붙으면 이른바 얼음꽃(氷花)이 된다. 태백과 같은 고산지대에는 이 세 가지가 섞이고 어울려 하나의 화사한 눈꽃나무가 된다. 태백의 주목에 핀 눈꽃은 잘하면 3월 초까지도 볼 수가 있다.

 

 

 

주목에 핀 화려한 이 눈꽃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필설로 표현 한단 말인가!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강산이다! 눈꽃에 묻혀있는 주목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도저히 분간을 하기조차 어렵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말없이 보여주고만 있을 뿐… 속이 텅 빈 고사목도 모두가 눈꽃을 피워 살아 있는 듯 보이니 과연 죽어 천년의 신비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주목은 과연 무슨 나무인가?

 

 


주목(朱木)은 글자그대로 붉은 색 나무라는 뜻이다.

학명은 택서스 커스피다타(Taxus Cuspidata)인데 이는 ‘뾰쪽한 잎을 가진 붉은 나무’란 뜻이다.

 

주목은 생장이 몹시 느리다.

대기만성을 신조로 삼는 나무랄까. 정원에 옮겨 심고 10년을 공들여 키워도 심을 때 모습 그대로다. 잘 자라야 10년에 1미터, 제대로 다 자라면 높이가 10여 미터에 직경은 1미터를 넘는다. 추운 지역 그늘을 좋아하는 주목은 다른 나무 그늘에서도 백년이고 이백년이고 자라난다. 생명력이 어지간히 질긴 나무다.

 

 이 시기를 지나면 생장이 조금 빨라지고 천년을 우습게 알 만큼 장수를 누린다. 주목은 그 성품이 고고해서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꼭대기나 능선에서 산다.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태백산, 소백산,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덕유산 등 내노라 할만한 명산의 산꼭대기에서만 주로 서식을 하고 있다.

 

 

새빨간 주목의 열매는 새들을 유혹한다.

주목의 잎은 진한 녹색이다. 잎이 좁고 길지만 부드러워 손을 찌르지는 않는다. 반면에  가을이 되면 콩알만 한 크기로 빨갛게 익는 열매는 푸른 잎 속에서 신비롭게만 보인다. 앵두보다 더 선명하고 새빨간 장미 빛을 발하며 터질 듯 탄력이 넘친다.

 

그 빨간 색이 새들을 유혹하여 먹이가 되어주고, 새의 똥으로 나와 세상에 번식을 한다. 그 열매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운데가 움푹 파이고 마치 항아리 속에 종자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짜 거죽에 진짜 씨를 품고 있는 것이다. 이 열매는 물이 많고 단맛이 있어서 먹으면 달콤하나 독성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된다.

 

 

주목은 최고급 가구재로 쓰인다.

주목은 목재의 재질이 붉고 향기로우며, 치밀하면서도 단단하여 예부터 절에서 부처나 염주를 만드는데 써 왔고, 문갑, 바둑판 등 최고급 가구재로 귀하게 써왔다. 또한 민간에서는 이 나무의 붉은 빛이 악귀를 쫓는 효력이 있다하여 그릇이나, 부적, 지팡이로 만들어 썼다.

 

특히 주목 지팡이는 가볍고 튼튼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주목의 붉은 빛이 귀신을 쫓아내고 무병장수를 하게 해 주는 힘이 있다하여 매우 귀하게 쓰여 왔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노인들한테 주목 지팡이를 선물하는 것을 가장 큰 효도의 하나로 여기기도 했다.

 

 

최근 주목에 대한 보다 비상한 관심은 ‘택솔’이라는 항암성분이다.

주목의 잎과 가지에는 택신, 택시놀, 계피산 등이 있어 예부터 한방에서 신장병과 위장병에 쓰고, 열매는 민간요법으로 설사나 가래를 다스리는데 써 왔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와  주목의 나무껍질에 들어있는 ‘택솔(Taxol)'이라는 성분이 난소암, 유방암, 폐암 등의 말기환자에게 항암제로 특효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주목의 독이 세포 분열과정에 작용하여 암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

 

이미 미국에서는 임상실험을 거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입증한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껍질에서 독을 추출하려면 수령이 100년 정도 된 나무를 수없이 베어내야 하기 때문에 환경 보호론 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최근에는 주목을 베어내지 않고도 잎과 종자의 씨눈에도 택솔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어 이를 추출하거나 합성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산 주목을 대산으로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

 


‘주목의 진동파는 매우 강한 에너지로 다가와 자기성찰을 이루게 하고, 그로인해 자신의 병들고 약한 부분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힘을 준다. 주목 에너지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켜주고, 모든 변화에 대한 자신의 의식을 일깨워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나무의 힘>중에서-

 

 

과연 천년의 세월 동안 모진 풍파를 견디어 온 주목 다운 힘이다.

눈 밟는 소리에 새로운 마음의 귀가 열리고, 살을 에는 칼바람에 각오가 더욱 다져지는 태백의 새해여정.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끈질기게 살아가는 주목은 인내력의 한계가 없어 보인다. 주목을 바라보며 인생을 다시 배울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거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더딘 사람은 새해를 맞이하여 태백산에 한번쯤 올라가 볼 일이다. 거기, 천제단에 오르면 주목의 강한 에너지가 그대를 말없이 안아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대는 험한 세상, 모진풍파를 헤쳐 나갈 새로운 인내력과 에너지를 얻게 되리라.

 

 

                                 - 태백산 단군성전인 천제단

 

 

 

여러분!

태백산과 주목의 정기를 받아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06년 새해아침 찰라 올림

 

(사진은 2005년 12월 18일 영하 25도에서 촬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