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Australia

3분 동안 호주가 멈췄다! - 한 멜버른 컵 카니발(동영상)

찰라777 2007. 12. 3. 09:17

 

멜버른 컵 카니발

레이스 3분 동안 전 호주가 멈췄다!

 

 

 

DAUM에서 실시한 2007 UCC 이벤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호주"영상작품이 생각지도 않게 당첨이 되어 호주 왕복 항공권을 상품으로 받고, 지난 10월 24일 캐세이퍼시픽 항공으로 아내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멜버른으로 날아갔습니다.

 

우리는 20여일 동안 멜버른 컵 카니발과 빅토리아 주, 태즈마니아의 원시 자연에 흠뻑 빠지고 말았습니다, 글자 그대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호주를 경험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여준 'DAUM"측에 감사를 드리며, 여행의 감동 장면을 몇 회에 걸처 특집으로 싣고자 합니다.

 

 

 ● 멜버른 컵 카니발 하일라이트

 


 

 

 

  말 잔등을 타고 오는 호주의 봄 소식...

 

 

 △한 껏 멋을 부린 숙녀들이 플레밍턴 경마장 잔디밭을 걸어가고 있다.

 

 

호주대륙의 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주마들의 말 등을 타고 호주 최남단에 위치한 빅토리아 주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호주의 봄은 축제에 참여한 여인들의 노출된 가슴에서 온다고 해야 더 정확한 말이 될 것 같다.

 

해마다 10월이 오면 호주 빅토리아 주는 멜버른을 중심으로 스프링 레이싱 카니발(Spring Racing Carnival)로 들끓게 된다. 금년엔 10월 3일부터 11월 21일까지 50여 일 동안 빅토리아 주 전역에서 21개가 넘는 컨트리 컵에 80여 회의 경마대회가 열렸으며, 100여 만 명의 관람객이 참여하여 축제를 즐겼다. 

 

그 중에서도 매년 11월 첫째 화요일 플레밍턴 경기장에서 열리는 멜버른 컵 경마대회는 축제의 정점을 이룬다. 146년의 문화적 전통을 자랑하는 멜버른 컵 경마대회가 열리는 날은 '말' 그대로 '말(馬)' 때문에 호주 전체가 마비가 되고 만다.

 

경마대회하면 우리는 흔히 말들의 경주를 좇아가는 도박만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는 데, 멜버른 컵 카니발을 관람하고 나면 이런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고 만다. 멜버른 컵 카니발은 단순한 경마대회를 뛰어 넘어 말, 조키(경마선수), 조련사, 관람객이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사람 열기로 들끓는 플레밍턴 경마장

 

 

 

△ 경마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찬 플레밍턴 경마장

 

  

11월 3일 아침 8시,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다. 경마대회가 열리는 플레밍턴 경마장으로 가기 위해 '사우선 그로스' 역에 도착을 하자, 화려한 의상을 입은 숙녀들과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기 시작한다.

 

플레밍턴 경마장은 몰려드는 군중들로 교통이 거의 마비가 되기 때문에 축제에 참가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차를 이용하여 경마장으로 간다. 기차에 오르자 열차 안은 마치 찰 차려 입은 신혼부부와 하객들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다. 배낭여행 차림으로 기차를 탄 사람은 우리 부부뿐이어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쑥스러울 지경이다.

 

 

  △플레밍턴 경마장으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멋쟁이 아가씨들

 

 

기차가 플레밍턴 역에 도착하자 경마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선남, 선녀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는 사람들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사람꽃"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깃털과 꽃으로 장식한 헤어스타일, 멋들어진 모자, 가슴까지 내려온 화려한 드레스, 말쑥한 신사 정장에 한껏 폼을 내는 넥타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이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사람꽃 틈새에 끼여 경마장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은 더욱 들뜬 분위기다. 경기장은 멤버들을 위한 VIP석, 일반 지정석, 그리고 자리가 없는 일반입장권으로 나누어진다. 스탠드와 경마장 사이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고, 주변엔 갖가지 꽃들이 피어 있다.

 

 

 

   야외 사교 파티장으로 변한 경마장

 

 

 

 

 

 

 

 

 

 

 

 

 △경마는 뒷전이고, 경마장은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떠는 야외 사교 파티장이다.

 

 

경마장 내의 잔디광장에는 남녀들이 무리를 지어 매트와 음식, 그리고 레저용 의자, 심지어는 텐트까지 가지고 와서 장사진을 이룬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떠는 모습은 마치 야외 사교 파티 장을 방불케 한다. 남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말에 베팅을 하기도 하지만, 여자들은 경마에는 관심이 거의 없고, 도착하자 말자  준비해온 음식을 먹고, 샴폐인과 맥주 등의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다.

  

지정좌석이 없는 일반 입장권(55달러)을 산 우리들도 경마 트랙 바로 옆 잔디에 자리를 잡았다. 한껏 멋을 낸 사람들 속에 에워싸인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맞추려는 듯 아내는 잔디에 비옷을 깔고, 그 위에 숄을 덮어서 작은 우산 두 개를 펴 나름대로 우아한(?) 자리를 만들었다.

 

오늘 열리는 '빅토리아 더비 컵(Dirby)'은 주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며 축제를 즐기는 수준 높은 사교의 장이라고 한다.

 

11월 6일 열리는 '멜버른 컵'은 우승상금이 510만 달러로 가장 많아 베팅에 관심이 높은 경마꾼들이 주로 모여들고, 11월 8일 '크라운 오크스 데이'는 크라운 카지노에서 스폰서를 하여 여성들을 위한 잔치를 벌리며, 11월 10일은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이 주선하는 '스테이크 데이 컵'이 연속해서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에는 베이비시터(baby sitter)를 구하기가 힘들고, 모자가게와 머리를 장식하는 플라우어 숍은 여성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5불씩 걸었던 우리들의 경주마

 

 

△우리가 5달러씩 걸었던 경주마 Exeedingly good과 Reaan 

 

 

티켓박스에서 10시 20분 첫 경주를 시작하는 경마권 WIN 5달러짜리 2개를 사서 아내는 'Exeedingly Good'라는 말에 나는 'Reaan'라는 말에 배팅을 했다. WIN 티켓은 1등말에 올 베팅을 하는 티켓으로 이기면 1.8배의 상금을 타는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경마권을 사본 것인데, 우리는 작은 돈을 걸어서 경마결과로 각자의 운을 점쳐보기로 했던 것.

 

10시가 되자 드디어 첫 경주마들이 조련사 함께 선을 보이며 나타기 시작했다. 1번부터 10번까지 경주마들이 차례로 선을 보이고, 조키들이 마을 타고 출발점으로 워밍업을 하며 가볍게 트랙을 달려갔다. 드디어 신호에 따라 말들이 바리어(Barrier-출발구)를 박차고 뛰어나오자 경마장은 환호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말들은 1000m를 순식간에 달려갔다.

 

"당신 말이 1등이야, 1등!"

"정말이요!"

 

결과는 놀랍게도 아내의 지정 말인 'Exeedingly Good' 이 1등을 했고, 내가 지정한 'Reaan' 은 2 등을 했다.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피치를 올려 순위를 순식간에 바꾸어 버리는 말들의 경주는 손에 땀을 지게 하는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했다. 그 맛으로 사람들은 경마에 미치는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아내는 4달러를 벌고 나는 5달러를 잃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더 많은 돈을 걸걸 그랬지?"

"아서요. 그냥 재미로 한 건데."

"당신 오늘 경마 운이 짱인데. 딴 돈으로 한 장만 더 사볼까?"

"이걸로도 충분해요. 당신말도 2등을 했잖아요. 다시걸면 백전 백패할 건 뻔한데..."

 

 

 

 패션 경연대회로 축제에 참여하는 여성들

 

 

  △멋진 패션을 하고 샴폐인을 마시는 숙녀들은 모두가 패션모델들 같다.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다시 해보아야 잃을 확율이 높기때문이다. 경마의 순위가 정해지면 승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서 날뛰고, 패자는 마치 벌레를 씹은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서 있다. 승자와 패자의 입장이 이렇게 천지차이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잃고 따는 문제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기분이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도박성보다는 작은 돈으로 스릴을 만끽하며 축제를 즐기는 것 같다.

 

한 차례 함성이 지나간 경마장은 다시 먹고, 마시고 떠드는 파티의 장으로 변했다. 말들의 경주는 오후 5시 15분까지 계속되었다. 경마 막간에는 여러 가지 이벤트가 열린다. 여성 패션 경연대회는 카니발에 참가한 여성을 대상으로 가장 멋들어진 여성을 찾아내는 것.

 

 

△머리에 달린 깃털리본 패션

 

여성 패션대회는 3F(Fashion, Flower, Favorites)를 주제로 펼쳐지는데, 마이어 패션(MYER fashion on the field), 키드 패션(Kid' fashions on the field), 모자패션(Classic Hat & Race Wear) 등 다양한 분야별로 대회를 열어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모자 의상도 독특하다

 

 

"모두가 다 멋진 패션이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정말 다들 늘씬한 모델같군요."

 

정말 잔디밭에 앉아 있는 여성들의 모습 모두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하루 종일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을까? 카니발이란 말에 처음엔 무슨 댄싱이나 퍼레이드가 있을 줄로 생각했는데, 그냥 편하게 앉아서 먹고, 마시고, 수다를 떨며 즐기는 것이 카니발의 전부다. 그게 호주인들의 스타일이라는 것.

 

 

 

△익살스런 남자들의 표정과 패션도 관심을 끈다.

 

 

 

레이스 3분 동안 전 호주가 멈췄다!

카니발 하알라이트는 3200m 멜버른 컵

 

  

 △전 호주를 멈추게 하는 긴장의 순간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11월 6일 열린 3,200m 멜버른 컵 경주였는데, 51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걸고 21마리의 경주마들이 숨막히는 경주를 벌여 결과는 뉴질랜드에서 온 'Efficent' 말을 탄 'M Rodd'가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 멜버른 컵 우승마 Efficent와 우승조키 M Rodd) 

 

"이날 레이스 3분 동안 호주 전역의 모든 기능이 멈췄다(Stops the nation)" 란 기사처럼 멜버른 컵은 호주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30개국에 생중계를 했다.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 축제의 장

 

1861년 17마리의 경주마와 170파운드의 상금으로 시작된 멜버른 컵은 146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제1,2회 대회 우승마인 '아처'는 멜버른 컵에 참가하기 위하여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나우라'에서 장장 560마일(850km)를 걸어서 플레밍턴 경기장까지 왔다고 한다. 또한 1930년부터는 종전의 상금수여방법과 달리 조키(승마선수)는 물론 마주, 조련사, 그리고 경주마에게도 트로피를 증정하여 참여자들 모두를 축하 해주고 있다.

 

멜버른 컵은 단순한 경마를 뛰어넘어 호주 인들의 삶에 활력과 스릴, 박진감을 불어 넣어주는 세계적인 축제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호텔은 동이 나고, 레스토랑은 만원을 이루며, 각종 소비를 유발시켜 빅토리아 경제발전에도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패션경연대회를 통한 여성 참여는 투기만을 좇는 건조한 경마장의 분위기를 고급 사교장으로 탈바꿈시켜 친구와 친지, 전 가족이 참여하는 건전한 스포츠 문화 행사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멜버른 플레밍턴 경기장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