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Australia

'골드러시'시대로 떠난 시간여행-소버린 힐

찰라777 2007. 12. 4. 13:09

'골드러시'시대로 떠난 시간여행

19세기 금광체험, 소버린 힐

 

 

누구에게나 허락된 금 사냥 

 

△사금을 채취하는 어린이들

 

 

"와, 금이다!"

 

마침내…… 한 아이가 모래 속에서 겨자씨만한 사금을 찾아냈다! 그가 번쩍이는 사금을 들고 환호를 지르자 주변에서 열심히 사금을 걸러내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아이들은 햇빛을 받아 빤짝거리는 겨자씨만한 사금을 신기해하며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다시 흐르는 물속에서 모래를 건져 대야에 담아 열심히 걸러내며 사금 찾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번쩍이는 사금을 보고 아이들은 자신들도 사금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계곡의 사금 채취장에서는 누구나 허가 없이 사금을 채취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그 때 그대로다" 1850년대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거리

 

 

모든 것이 그 때 그대로... 

 

모든 것이 '그 때 그대로'다. 대장간, 은행, 빵집, 우체국, 바, 인쇄소, 볼링장까지…. 소버린 힐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1850년대의 과거로 돌아가고 만다. 19세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플래시가 번쩍 터지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 장작을 패서 빵을 굽는 빵집, 오래된 우체국과 은행, 그 시대의 복장을 한 안내원들, 덜커덕 거리며 굴러가는 볼링장…. 그 모든 것이 마치 장난감으로 만들어 놓은 동화속의 세상과 같다.

 

11월 8일 아침 8시 30분, 멜버른에서 버스를 타고 우리는 마치 19세기 금광을 찾아 나선 개척자라도 된 듯 흥분된 마음으로 소버린 힐을 향해 떠났다. 1시간 30분을 달려가자 금광도시 발라라트(Ballarat)가 나타난다. 발라라트는 금광으로 부를 얻은 풍요한 도시다. 발라트를 잠시 돌아보고 곧바로 노다지를 캐냈던 소버린 힐로 들어섰다. 비록 말을 타고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입구에서부터 과거로 떠난 시간여행을 실감케 한다.

 

1851년, 유럽을 떠나 멜버른 항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들은 황금이 무진장 발견 된다는 '기회의 땅' 멜버른에서 노다지 금광을 캐내어 부(富)를 누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금광 소문을 듣고 깃발만 꽂고 울타리만 쳐 놓으면 자신의 몫이 되는 기회의 땅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멜버른의 역사는 미국 서부시대처럼 소버린 힐의 '골드러시'와 함께 막을 올랐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19세기 거리로 들어서면 19세기 '골드러시' 시대의 현장이 그대로 재현된다. 소버린 힐은 단순히 간판만 달아놓은 민속촌이 아니다. 거리와 점포, 공장들은 골드러시 당시와 똑 같이 실제로 운영이 되고 있다. 서부영화에나 나옴직한 사륜마차가 삐거덕거리며 거리를 누비고, 총을 찬 건 맨 들이 거리를 할보 한다. 대장간엔 시뻘건 쇠를 달구어 편자와 징을 담글 질하고, 양초공장엔 그 시대의 양초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19세기 복장을 하고 현장역사체험을 하는 호주 어린이들

 

 

승객을 실은 마치는 '달그닥 달그닥' 말밥굽 소리도 요란하게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 간다. 마차는 주기적으로 손님을 태우고 마을을 돌고 있다. 물탱크를 실은 마차도 있다. 멜빵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이 19세기 모자를 쓰고 분주히 걸어 다닌다. 소버린 힐은 멜버른의 역사가 시작된 현장이다. 그래서 유독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하루, 혹은 며칠 씩 묵으며 조상들이 미개척의 땅을 개척하며 일구어낸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고 배운다. 아이들은 사금도 채취하고, 빵도 만들며, 가재도구도 직접 대패로 깎아서 체험을 한다. 체험 학습을 소중히 여기는 호주 인들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다.

 

 

△19세기 마차 체험

 

 

지하세계로 들어가 금광을 체험 하는 것은 소버린 힐의 백미중의 하나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깊은 지하세계로의 여행은 얼마나 처절하게 금을 채취했는지를 느끼게 한다. 지하금광 탐험은 상자처럼 생긴 지하 괘도열차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끝난다.

 

제련소에는 증기터빈을 돌려 금을 제련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지하에서 원광을 파내 끌어올려 제련하는 과정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가동을 하고 있다. 제련을 하여 모은 금덩어리는 금괴를 만드는 곳으로 보내진다. 금덩어리를 녹여서 5만 달러짜리 금괴를 만드는 과정을 아이들은 숨을 죽이며 바라본다. 이윽고 금괴가 완성이 되면 아이들이 실제로 만져보게 하는데, 번쩍번쩍 빛나는 금괴를 아이들은 서로 만져보려고 한다.

 

 

 

 

△19세기 영국식 군대의 행진과 소총 사격

 

 

"빵 빵 빵!"

 

사람들은 총을 쏘는 소리를 예견했지만 막상 너무 큰 총성에 모두들 몸을 움찔하며 놀란다. 메인스트리트 광장에는 매일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3시에 19세기 영국식 군대들이 구식 소총을 발사한다. 그들은 요란한 밴드 소리에 맞추어 행진을 하며 마을을 한 바퀴 돈 뒤 이 광장에 돌아와 익살을 부리며 소총을 발사한다. 총을 발사한 후에는 광객들에게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며 사진 촬영을 한다.

 

뉴욕베이커리에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중절모를 쓴 신사가 나타 술주정을 부리며 미치광이처럼 소리를 지른다. 처음엔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으나 알고 보니 이 사람도 19세기 주정뱅이를 흉내 내는 광대 같은 사람이었다. 결국 그의 유머의 익살에 모두들 까르르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골드러시의 역사, 금박물관

 

 ◁금박물관의 금 피라미드

 

소버린 힐에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인근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설립 당시부터 비영리 지역단체가 운영을 해오고 있다. 은퇴한 노인들은 술주정뱅이나, 광부 흉내를 내고,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대학생들은 몽둥이를 들고 경찰역할을 한단다. 도끼로 장작을 패는 사람도 모두가 자원봉사자다. 향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호주 인들의 봉사정신이 돋보이는 모습이다.

 

소버린 힐 맞은편에는 금박물관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소버린 힐 금광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를 해 진열해 놓았다. 시간의 흐름에 다른 금광의 역사가 차례로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 제작된 금제품과 보석도 전시되어 있다. 소버린 힐에서 채취한 금광석 중 가장 크다는 70kg짜리 금덩어리도 번쩍이며 유리관 속에 전시되어 있다. 또 전시장 깊숙한 곳에는 금물을 칠하여 만든 피라미드가 천정을 찌르듯 서 있다.

 

소버린 힐을 떠나면서 옆 사람 한 마디,

"금 구경은 실컷 했는데 모두가 그림에 떡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