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이스터 섬으로...

찰라777 2007. 12. 20. 08:19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수수께끼의 이스터 섬

칠레 해안에서 3800km, 타히티에서 4000km, 우리나라에서는 16,000km나 떨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도 이스터 섬...

 

 △ 이스터 섬에 도착하여 공항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에 그려진 "새사람鳥人"상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2월 10 아침 8시 15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을 이륙한 란 칠레 755호 점보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육지로만 기어왔던 남미대륙을 가로 질러 안데스 산맥을 넘어간다. 11월 초 페루 리마에서 출발하여 볼리비아, 칠레 아타카마 사막,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 리오데 자네이루까지…

 

우린 그 긴 여정을 순전히 버스를 타거나 혹은 걸어서 다녔다. 강도와 도둑을 만나고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고산병 때문에 토하고 또 토하면서 지나왔던 고행의 여정 길. 역시 여행길은 고행 길이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우리가 이미 지나간 지상에 건물들이 마치 성냥갑을 엎어 놓은 듯 점점이 보인다.

 

 

 △이스터 섬으로 가는 브라질 상공해서 바라본 상파울루 모습

 

 

비행기는 남미 최대의 도시 상파울루를 지나 안데스산맥을 넘어 현지시간 1시에 칠레 산티아고 국제공항에 착륙을 한다. 도대체 몇 시간을 날아 왔는지… 시차가 자주 변경되다 보니 시간개념이 희박해 진다. 산티아고에서 우린 다시 이스터 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그러나 산티아고 공항에서 이스터 섬으로 가는 비행기가 출발을 할 때까지 무려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세트 국제공항(Arturo Merino Benitez)은 산티아고 중심가에서 26km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다. 공항 내에 가방을 쌓아 탑을 이룬 모습이 퍽 이채롭게 보인다. 오후 6시 정각에 우리는 드디어 이스터 섬으로 가는 란 칠레 항공 833호를 점보기를 탔다.

 

 

△산티아고 국제공항에 설치된 가방으로 쌓아 놓은 조형물 

 

 

"이스터 섬에 뭐가 볼 거 있다고 이리도 사람들이 많이 타지요?"

"모두가 수수께끼의 모아이에게 홀린 사람들처럼 보인는데..."

"모아이가 뭐길래..."

 

일주일에 두 번 이륙한다는 이스터 섬으로 가는 점보기에는 관광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산티아고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곧 바로 남태평양을 향해 날아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바다뿐인 망망대해가 눈 아래 펼쳐진다. 멀고도 먼 이스터 섬.

 

밤 9시가 조금넘어 우리들이 탄 비행기는 무사히 이스터 섬에 착륙을 했다. 산티아고에서 5시간 넘게 날아와 남태평양의 한 점같은 작은 섬에 도착을 한 것이다. 우리는 수수께끼의 모아이와 조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비행기의 트랩을 내려왔다. 비록 비행기를 타고 섬에 상륙을 하였지만, 101일 동안 뗏목을 타고 8000km를 항해했던 노르웨이의 인류학자 토르 헤이에르달 만큼이나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스터 섬 공항의 모습. 공항 주변은 온통 "새사람"조각과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이스터 섬은 1722년 4월 5일, 부활절(Easter)에 네덜란드의 항해자 야코브 로헤벤이 발견한 것을 기념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섬의 원주민들은 이스터 섬을 여전히 '라파누이(Rapa Nui)'라고 부르고 있다. 원주민어로 "Rapa"는 "빛나다", "Nui"는 "큰"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원주민들은 절해고도에 있는 이 섬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것.

  

칠레 해안에서 3800km, 타히티에서 4000km, 우리나라에서는 16,000km나 떨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도 이스터 섬... 컴컴한 밤, 공항에 도착하여 맨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이상한 새의 눈이다. 공항터미널로 들어가는 벽에 그려진 그림은 가면무도회에서나 쓸 법한 묘하게 생긴 '새사람(Bird Man 鳥人)'이란 그림인데, 섬 사람들이 우상으로 섬겼다는 신적인 존재이다.

 

2000여 명이 살고 있다는 이스터 섬의 주민들에게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마치 성찬식과도 같다. 공항터미널엔 파스쿠엔스(폴리네시아 원주민)와 칠레 본토인들인 '콘티'들로 북적댄다. 관광객을 반기는 안내원들, 라파누이 어로 귀향한 파스쿠엔스를 반기는 원주민들, 우편물과 화물을 부산하게 내려 담는 노무자들은 그동안 일어난 섬의 주요 화제들로 숨 가쁘게 돌아간다.

 

 

지금의 공항은 미국 나사의 우주왕복선이 극궤도로 진입을 할 때 문제가 생기면 비상 착륙이 가능하도록 활주로를 3000m로 확장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비행장의 건설로 더 많은 여행객들이 들이 닥치면서 섬은 점점 오염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모아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간 이스터 섬. 그러나 이스터 섬에는 모아이보다 더 맑은 영혼의 기(氣)를 불어넣어주는 그 무엇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여행자들이 호텔이나 혹은 민박집 객주를 따라 하나 둘 사라져 가 버리고, 텅 빈 공항터미널에서 우린 배낭을 지고 어디로 갈까 서성거리고 있었다. 우린 숙소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왔던 것.

 (지도: 칠레해변에서 3800km, 타히티에서 4000km, 우리나라에서 16000km 떨어진 절해고도 이스터 섬)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우리에게 어떤 원주민 여인이 ‘하루 밤에 10달러, 아침 포함’이라는 피켓을 들고 히죽 웃으며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 그 팻말에 적힌 가격은 우리가 보아 온 것 중에서 가장 싼 값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우리를 마법처럼 끌어당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