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풍요의 계곡속으로!

찰라777 2005. 3. 5. 04:25

아타카마에 사막에 지는 석양. 마치 여인의 속살처럼 아름답다.



□ 안데스의 마술이 일구어 낸
풍요의 계곡 속으로!



산티아고로 가는 Tur버스
사막에 지는 노을은 때론
여인의 속살처럼 아름답다.
짙 푸른 하늘아래
태양이 떨어지고나면
세상 만물 모두
고요!
침묵!
어둠으로 잠기고 만다
붉은 입술
살가운 여인의 속살 같은
사막의 노을 속으로 묻히고 만다.


하루 밤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아직 밖은 사막이다. ‘칠레’라는 뜻은 안데스 원주민의 아이마라어로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대지는 끝이 나지 않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칠레의 땅은 길고 지루하다.

버스의 차장이 아침 도시락을 나누어 준다. 길이 너무나 멀기 때문에 마치 비행기처럼 저녁이면 담요도 주고 밥 때가 되면 차장들이 식사와 차를 날라준다. 아침을 먹으며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강한 햇빛이 눈부시게 사막을 비추고 있다. 칠레가 이렇게 사막이 많을 줄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다. 사막은 막막한 불모지다. 끝없는 불모지의 세계…

안데스 계곡에 펼쳐지는 선인장 군락
그러나 버스가 라세레나 지역을 통과하자 회색의 민둥산이 사라지고 드문드문 초록의 빛깔이 나타난다. 라세레나는 산티아고에서 470km 떨어진 북쪽에 있다. 파란 선인장만 보아도 반갑다! 선인장의 지대가 끝나더니 이제 포도밭이 광대하게 펼쳐지고, 채소밭도 보인다.

끝없는 불모지가 막을 내리고 드디어 인간의 숨결이 파동 치는 초록의 초원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냥 퍼질러 자고만 있던 여행자들도 하나둘 일어나 밖을 바라보며 창밖의 풍경을 즐기고 있다.

멀리 안데스의 만년설이 보인다. 뜨겁던 사막이 마치 마술처럼 사라지고 신선한 바람과 함께 초록의 들판이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안데스의 영봉에서 흘러내린 눈 녹은 물은 계곡을 타고 내려와 대지를 적시고 풍요한 토양을 이루어 젓과 굴이 흐르는 풍요의 대지로 변모시킨 것이다. 안데스 눈 녹은 물은 마치 신의 눈물처럼 고귀하고 맑다.

안데스 계곡 평원에 끝 없이 펼쳐진 포도밭.
그러나 풍요의 계곡은 좁다. 안데스의 고산 지대와 태평양 해안 사이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 이 계곡들은 멀리 남부의 푸에르토몬트까지 장장 1000km에 걸쳐 이어진다. 풍요의 계곡은 하얀 눈을 덮어 쓴 만년설이 장관을 이루며 연출해 낸 안데스의 마술이다.

버스가 발파라이소에 도착하자 많은 여행객들이 내린다. 칠레 제1의 항구도시로 가는 여행객들이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무려 30여 시간을 달려온 긴 여정! 우리가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끝없이 긴 나라, 칠레! 아무래도 우린 끝이 없는 긴 마술의 나라에서 헤매는 방랑자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