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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5] 인간 육체적 노동학대의 극치, 이삭 성당

찰라777 2005. 3. 7. 13:56


인간의 육체적 노동학대의 극치, 이삭 성당





“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어느 성당보다도 규모가 어마어마하네요!”
“철의장막 러시아에 이런 교회가 있다니 놀랍군!”

이삭 성당 앞에 서서 아내는 우선 그 규모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과연 이 성당을 건축한 피터 대제는 누구인가? 1818년부터 40년에 걸쳐 완성한 이 성당은 성스러운 교회라기보다는 인간학대의 현장이다.

로마의 베드로 성당과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을 방문했을 때에도 성당의 거대한 건축물에서는 인간의 피와 뼈의 잔해가 묻어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는데… 이삭 성당에 서 있는 기분도 그렇다.

피터 대제는 인간학대로 지어진 교회를 자신의 생일이 ‘이삭’ 성인의 날과 같다고 하여 성당 이름을 이삭 성당으로 명명했다. 1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성당은 무려 100킬로그램의 금을 부어 쿠폴을 만들고, 지반이 약한 것을 고려해 1만 개가 넘는 원목 말뚝을 박아 넣어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화강암과 석회암을 깔아 축조되었다.

돔 밑에 64개의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가공을 마쳐 네바강을 통해 옮겨왔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각각 9톤의 청동 주물을 부어 만들어 졌다. 또한 연약한 지반의 보강을 위해 490톤의 철, 990톤의 주철을 퍼부었고, 70톤의 구리, 30톤의 청동을 부어 세계 어느 성당보다도 아름다운 건축을 하고자 했다.

길이 111미터, 폭 97.6미터, 높이 101.5미터의 어마어마한 이 성당은 페테르부르그의 어느 건축물도 이 성당의 높이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였다. 마치 로마의 건축물을 베드로 성당 높이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듯이....

따라서 이삭성당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과 더불어 세계 3대 성당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피터는 자신이 마치 '이삭'이 되고자 하는 환상속에서 이 성당을 축조했을까?

교회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예언자 에제키에리의 환상, 대홍수, 최후의 심판 등 모자이크의 환상적인 율동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실내 장식은 22명의 기라성 같은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성서의 장면, 150명의 성인들이 그려져 있는데, 중앙 돔으로 새겨진 그림은 눈이 부셔 바라보기가 곤혹스럽다.

그러나 이 성당을 짓기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갔다. 돔 바깥에 수은을 섞어 금을 칠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수은에 중독 되어 죽어 갔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900일 동안 독일군에 포위되어 고립되었으나, 끝끝내 항복하지 않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잔학한 노동학대의 산물로 지어진 성당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그네의 마음은 그저 착찹할 뿐이다.

더욱이 건축물 외벽과 기둥에는 독일군의 총격을 당한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모습은 마치 노동자들의 고통의 상처를 보는 듯하여 어두운 하늘을 더욱 우수에 젖게 한다.

우리는 성당 내부의 화려함에 질식할 것만 같아 밖으로 나와서 뺑뺑이 계단을 타고 전망대 돔으로 올라갔다. 계단 입구에 있는 러시아 할머니한테 200루불을 지불하고 나서… 헐떡거리며 긴 계단을 타고 오르니 멀리 네바강과 도시 전체의 풍경이 한눈에 확 들어왔다.

마침 전망대의 계단과 돔에 장치된 스피커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간의 고통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비창'! 전쟁과 학대속에서도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러시아인들의 마음이 이러 했을까? 나는 그의 음악을 들으며 멀리 회색하늘아래 유유히 흘어가는 네바강을 바라보며 깊은 고뇌에 잠겨야만 했다.

아, 예술은 고통과 학대 속에서 ‘진리의 꽃’처럼 피어나는가? -cha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