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아디오스, 파타고니아!

찰라777 2008. 6. 20. 17:04

 

아디오스, 파타고니아!

 

 

이제 길고 긴 칠레의 여정도 다 끝나가고 있다. 내일이면 우린 칠레를 떠나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만큼이나 여정도 길고 다양한 자연경관을 만끽을 한 샘이다. 만년설에 덮인 안데스, 빙하,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지구의 땅 끝 파타고니아의 강한 바람… 고물차 로시난테, 이 모두가 잊지 못할 추억 거리다....

 

  

▲ 포구에서 바라본 푼타아레나스 전경. 남극으로 가는 기지인 푼타아레나스는 육지로서는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도시다. 

 

 

마뉴엘의 집으로 저녁 늦게 돌아오니 일본인 아가씨들 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브라질 리오 왔다는 이들은 두 여인은 리오에서 포르투갈어를 공부를 하고 한 여인은 여행을 떠나와 함께 만난 사이라고 한다.

 

어디를 가나 일본인들은 만난다. 아무리 오지라도 일본인들은 있다. 그 중 한 아가씨가 심한 감기에 걸려 있어, 가지고 있는 바이엘 아스피린을 그녀에게 주었더니 감사하다는 ‘오하이오 고사이마쓰’를 몇 번이나 연발한다. 하여간… 일본인들의 매너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다니까. 여행 중 아스피린은 매우 필요하다. 어지간한 병은 아스피린 몇 알이면 다 낳으니 꼭 챙겨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제 길고 긴 칠레의 여정도 다 끝나가고 있다. 내일이면 우린 칠레를 떠나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만큼이나 여정도 길고 다양하고 풍부한 자연경관을 만끽을 한 샘이다. 눈에 덮인 안데스, 빙하,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지구의 땅 끝 파타고니아의 바람… 이 모두가 잊지 못할 추억 거리다.

 

 

아디오스, 로시난테!

 

오늘은 마침 크리스마스 전야인 12월 24일이다. 아침 일직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역시 강한 바람이 분다. 아침을 커피 한잔 빵으로 간단하게 먹고 짐을 챙겼다. 12시 40분 발 산티아고 행 비행기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

 

 

▲푼타아레나스 항구에 어디론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여객선

 

 

우리는 정든 로시난테를 몰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갔다. 인터넷 메일을 체크를 하고, 등산 장비 숍을 돌아보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마스이브이지만 바람이 강하게 부는 푼타아레나스의 거리는 어쩐 황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항구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고, 출항하기 직전의 배를 바라보고, 갈매기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아르마스 광장에 가서 ‘행운의 원주민 발등’을 다시 한 번 만져 보았다. 우리의 남은 여정을 무사하게 해 주소서.

 

 

 ▲아르마스 광장에서 원주민의 발등에 다시 한 번 키스를 하고 우리의 남은 여정의 행운을 기원했다.

 

 

10시30분. 마뉴엘의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마뉴엘 부부와 긴 포옹을 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었다. 며칠간 정이 듬뿍 들어버리고 말았던 마뉴엘 가족이다.

 

"마뉴엘, 다음에 올 때에는 제발 로시난테의 펜 벨트를 잘 점검해 두게나."

"초이, 여부가 있나. 오기만 해라. 그 땐 팔팔한 로시난테를 무료로 빌려줄 거다. 하하."

"정말이냐? 고맙다. 아디오스 마이 아미고!"

"아디오스, 초이!"

 

 

▲아디오스, 로시난테! 며칠간 정든 75년산 고물자동차하고도 이별이다.

 

 

파타고니아의 강한 바람에 눈물이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을 겨우 추스르고 마뉴엘 가족과 헤어졌다. 정군과 함께 파초코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11시다. 그는 일단 산티아고로 가서 이스터 섬으로 갈 거라고 했다.

 

12시 40분. 이윽고 ‘란 칠레 080’ 비행기가 바람이 강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나는 다시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떠 올리며 눈을 감았다. 오늘은 내 생애 가장 긴 비행이 될 것 같다.

아디오스, 파타고니아! (계속)

 

파타고니아를 떠나며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