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파타고니아에 핀 아름다운 들꽃

찰라777 2008. 6. 18. 07:52

 

순간영원이 교차하는 세상 끝...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들꽃

 

 

 

파타고니아의 봄은 순간에 지나가고 만다. 봄과 여름의 구분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여름에 해당하는 계절이 우리나라의 봄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여름이 시작되는 12월이 오면 꽃들은 그 짧은 순간에 생명의 싹을 틔우며 일시에 피어난다.............

 

 

 ▲ 바라보기가 곤혹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Fuchsia 자태

 

우리는 마뉴엘의 추천에 따라 로시난테를 몰고 푸에르테 블레스(Puerte Bulnes)로 향했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운 파타고니아의 꽃들을 볼 수 있다는 것.

 

"마뉴엘, 여분의 펜 벨트를 하나 더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되느냐?"

"새 것으로 갈았으니 걱정하지 마라. 이젠 절대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

 

마뉴엘은 손 사레를 치며 씩 웃는다. 푸에르테 블네스는 푼타아레나스에서 60km 떨어져 있는 마젤란 해협과 접해 있는 곳으로 원래 칠레는 이곳에 요새를 건설했다가 푼타아레나스로 옮겼다고 한다. 마뉴엘의 말대로 정말 해안을 따라 가는 길에는 헤아릴 수 없는 꽃들이 땅에 바짝 엎드려 피어 있었다.

 

땅에 바짝 엎드려 피는 파타고니아의 꽃들  

 

 

 

 ▲ 강한 바람 속에서도 일시에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꽃들의 시간이다 

 

 

파타고니아는 사계절 바람이 강하게 부는 까닭에 너도밤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은 바람에 버틸 수 있는 자세로 누어 자라며, 식물들도 줄기가 작아지면서 땅에 납작하게 엎드리다시피 한 모습을 하면서 꽃을 피운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봄은 순간에 지나가고 만다. 봄과 여름의 구분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여름에 해당하는 계절이 우리나라의 봄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여름에 해당하는 12월이 오면 꽃들은 그 짧은 순간에 생명의 싹을 틔우며 일시에 피어난다.

 

꽃들은 바람이 많은 대지에 밀착하여 바짝 엎드린 채 피어난다. 바람결에 일렁이며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꽃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게까지 보인다. "와아~ 원더풀!" 아내는 꽃을 보자 넋을 잃고 원더풀만 연발한다.

 

 

▲ 너도밤나무에 열리는 신비한 버섯 키타리아. 원주민의 식용으로도 쓰인다.

 

 

 

 

 

 

 ▲칼라파테 꽃

 

 

 

 ▲겨우살이

 

▲ 칼라파테 열매

 

 

 

 

 

 

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꽃들의 시간

 

인생의 봄이 짧듯이 파타고니아의 봄도 순간에 스쳐지나가고 만다. 그러나 꽃들은 그 짧은 촌음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피어난다. 그 짧은 순간에 생명을 잉태하고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간 꽃은 이듬해 다시 피어난다. 그러니 꽃들의 잉태와 시들음은 '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순간의 피어남과 시들음, 그리고 다시 피어남이 영원이 지속되고 있으니까…

 

푸레르테 블네스 요새에 도착을 하니 아름다운 무지개가 너도밤나무 위에 황홀하게 걸려 있다. 해변의 끝에는 티에라 델 푸에고 섬에서 떠 밀려온 고사목들이 즐비하게 널려있다. 요새에는 노란 칼라파테, 푸치시아…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특히 푸치시아(Fuchsia)라는 꽃은 그 색이 너무 곱고 신비하여 눈이 부실지경이다.

 

버섯의 일종인 키타리아는 다윈의 항해기에도 나타나는 너도밤나무의 낙엽수인 니레에 기생하여 탁구공처럼 노랗게 자라나는 버섯이다. 초기에는 크림색을 띠다가 자라면 나무에 매달린 혹처럼 보여 신비하다. 이 버섯은 원주민의 식료품으로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이 세상의 끝 아닌가요?"

"그렇고말고. 세상의 끝은 바로 당신의 마음에 있으니까…."

 

'불의 땅' 티에라 델 푸에고 섬에서 밀려온 고사목에 앉아 아내는 자못 감격스러운듯 마젤란 해협을 바라본다. 그렇다! 세상의 끝은 당신의 마음 속에 있다. 그리고 세상의 끝은 세상의 시작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 '세상 끝' 푼타 산타아나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

 

 ▲푸에르테 블레스에 걸린 아름다운 무지개

 

 ▲티에라 델 푸에고 섬에서 밀려온 고사목

 

 

 ▲너도밤나무

 

 

 

 ▲푸에르테 블네스 요새 입구

 

 ▲ 푸에르토 불네스 요새에서 정군과 함께.. 지금은 칠레의 역사적인 요새로 남아있다

 

 

 

 

▲세상의 끝에서. 남위 53도 38분 15.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 푼타 아나에서 글/사진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