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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의 중심, 울룰루

찰라777 2008. 8. 28. 12:26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의 중심

지구의 배꼽, 울룰루 Uluru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의 중심이라는 울룰루(퍼스에서 앨리스스프링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촬영)

 

   

 

 

 

퍼스를 이륙한지 거의 3시간이 지날 무렵, 붉은 황무지 위에 혹처럼 나와 있는 한 점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광활한 벌판에 붉은 돌기처럼 솟아나와 있는 바위덩어리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는 울룰루Uluru라고 하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늘에서 내려가 본 울룰루는 생각하기에는 내 주먹 크기의 붉은 바위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오장육부에 있는 간의 형태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방향에서 보면 펑퍼짐한 배에 붙어 있는 배꼽의 돌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울룰루Uluru는 원주민 애버리진 어로 '그늘이 지난 장소'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펀펀한 사막에 그늘이 질만한 장소는 이 바위 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우연히도 이 바위덩어리는 호주대륙의 한 가운데 있다. 시드니에서 2804km, 퍼스 3595km, 브리즈번 2290km, 다윈 1935km 등 대륙의 외곽의 도시로부터 멀고 먼 오지(Outback)에 위치하고 있지만 지도를 보면 호주대륙의 중심에 솟아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배꼽 크기만한 바위덩어리를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퍼스에서 앨리스스프링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세 번 놀랐다. 호주대륙의 방대함에 놀랐고,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 그리고 산이 없는 대지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미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과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 중동의 아라비아 사막, 미국의 애리조나 사막,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몽고의 고비 사막 등을 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호주대륙의 사막은 별로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사막하면 그런 곳이 떠오르지 호주에 있는 사막은 전혀 떠오르지가 않는다.

 

 

 

 

다는 다시 소설 '토끼 울타리Rabbit Proof Fence'가 떠오른다. 어린 세 자매(8살, 10살, 14살)가 퍼스 북부 무어 강변의 수용소를 탈출하여 서호주 북서부 지갈롱까지 무려 2400km를 사투를 벌이며 걸어서 갔다는 사실은 역사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정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더구나 1930년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무시무시한 야생의 불모지 사막에서 연약한 소녀들이 야생의 생존을 지켜 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해냈다.  

 

 

아웃백 여행시 읽어보아야 할 책 한권 '토끼울타리' 

 

몰리의 딸 필킹톤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설로 출판 할 때까지 몰리와 그녀의 동생 데이지는 생존해 있었다. 그들은 불굴의의지로 가족을 되찾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고향 지갈롱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참으로 감동을 주었던 드라마 같은 사실이었다. 호주의 아웃백을 여행을 하려거든 꼭 한 번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가시나무 새 The Thorn Birds'가 백인출신 여류작가에 의해 호주 백인 사회의 갈등을 그려낸 반면, '토끼울타리'는 백인들에 의해 탄압을 받는 애버리진들의 애환을 애버리진 출신 여류작가가 담아 냈다는 점에서 서로 상대적이다.

 

거의 미국의 땅 덩어리와 맞먹는 크기의 호주대륙은 그 57%가 사막성 기후대에 걸쳐 있고, 평균고도는 330m에 지나지 않는 평지의 땅이다. 더욱이 '토끼 울타리'란 소설로 유명해진 북서부는 소금호수와 불모지로 농사를 짓기엔 거의 쓸모가 없는 땅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무지무지하게 많은 금속광산이 매장되어 있다. 아라비아 사막에서 기름이 쏟아지듯 황량한 불모지에서 황금 노다지가 쏟아진다니 세상에 쓸모없는 땅은 없는 모양이다.

 

곧 비행기가 앨리스스프링스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세 자매가 수용소를 탈출하여 몇 달 동안을 걸어갔던 길을 나는 불과 3시간 만에 날아온 것이다. 어쩐지 신성한 대지에 소음을 내며 편하게 날아온 것 자체가 다소 사치스럽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앨리스스프링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