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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버리진의 도시 앨리스스프링스

찰라777 2008. 9. 1. 11:43

 

애버리진의 도시 앨리스스프링스

 

 

 

앨리스스프링스 공항에 도착하여 트랩을 내려가니 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물이 솟아오른다'는 의미를 지닌 앨리스스프링스는 섭씨 40도가 넘는 불가마 날씨다. 조금만 햇볕에 서 있어도 살이 곧 익어 버릴 것만 같다. 그런데 애버리진의 도시답게 비행기부터 애버리진 아트 문양이 새겨져 있어 화려하다(◀사진 : 공항에 서 있는 비행기도 애버리진 문양이...)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온 기분이 드는군요."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데 호주의 다른 도시와는 분위기가 매우 이색적이다. 아내의 말처럼 이상한 나라 엘리스 온 기분이랄까?

  

거리엔 담벼락도 표지판도, 간판도,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화려한 애버리진 문양 일색이다. 앨리스스프링스의 쓰레기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쓰레기통이 아닐까? 이건 쓰레기통이라고 하기보다는 방안에 문갑으로도 사용해도 될 만큼 깜직하고 아름답다.

 

"저게 쓰레기통이라니 너무 예뻐요. 거실에 놓아두고 싶군요!"

 

공항버스를 운전하는 운전사는 아마 족히 70을 넘어 보인다. 마음씨가 아주 좋아 보이는 운전수는 우리가 묵을 호스텔 파이어니어 YHA에 친절하게 내려준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다시 용광로에 들어온 듯 열기가 화끈 달아오른다. 하루 밤 38달러의 방값을 지불하고 뜰로 나가니 마침 풀장이 있다. 호주의 백배커스나 호스텔은 거의 풀장이 다 있다

 

짐을 풀어 놓고 우리는 우선 수영을 하기로 했다. 풀장에 가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가족이 풀장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다. 아이들 두 명과 부부로 보이는 이 한국인은 울산대학교 교수 가족인데 호주에 교환교수로 1년간 와 있다고 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그는 렌터카를 운전하여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호주를 떠나기 전에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는 울룰루였어요. 그래서 애들레이드에서 차를 몰고 여기까지 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휴, 대단하시군요. 대륙을 자동차로 운전을 하고 오시다니……"

"네, 너무 쉽게 생각을 했다가 대륙에서 톡톡히 값을 치른 샘이지요. 더구나 오는 길은 거의 허허로운 사막의 벌판뿐이어서 볼 것도 없고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럼 가실 때도 다시 차를 몰고 가셔야겠군요?"

"아니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화물로 부치고 갈 때는 비행기로 가기로 했습니다."

"거참 큰 짐을 부치셨네요?"

"네. 자동차를 자동차에 실어 보낸거죠.하하. 그런데 선생님이 부럽군요. 역시 여행은 배낭 하나만 떨렁 짊어지고 다녀야 제격이라는 생각을 이곳에서 했습니다."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애들레이드까지는 1512km나 되는 먼 길이다. 자동차를 자동차에 화물로 부치고 갈 때는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P교수.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 선생이 되는 게 꿈이었고 역사교과서에서 한국의 명승지와 세계지리에서 공부한 지구의 명소를 여행하는 것의 그의 꿈이었단다.

 

"어릴 때 역사에서 배운 남대문이라든지 경주 석굴암 등 그런 곳을 가는 게 꿈이었어요. 그리고 실지로 이런 꿈을 이룰 때는 한없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교수은퇴를 하면 선생님처럼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를 하는 게 제 꿈인데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군요."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겁니다. 아직 젊으시니 살날이 우리보다 훨씬 많이 남았지 않아요. 하하."

"하긴 그렇기는 하네요."

 

풀장에서 나와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갔고 나는 호스텔의 데스크로 가서 울룰루 2박 3일 부시워킹 투어를 신청했다. 1인당 295달러인데 텐트에서 먹고 자고 스스로 밥을 지어 먹는 야생에서 살아남는 부시워킹 투어는 생각만 해도 스릴이 있을 것 같다.

 

저녁식후 해가 떨어진 다음에 거리에 나왔지만 여전의 열기는 식지 않고 후끈거린다. 파이어니어 숙소는 토드 강(Todd River)바로 옆에 있다. '물이 솟는' 뜻을 가진 앨리스스프링스는 이 토드강과 더불어 발전한 도시다. 120년 전 다윈과 애들레이드를 잇는 통신중계국이 이곳에 설치되고, '더 간 The Ghan'이라 불리는 대륙횡단철도가 개통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앨리스스프링스는 아웃 백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점도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술과 마약으로 비틀거리는 애버리진

 

시내의 중심가인 토드 스트리트 몰 Todd Street Mall로 걸어간다. 거리는 역시 온 통 애버리진 문양 일색이고, 술 취한 애버리진 들이 비틀거리며 이상한 고함을 지른다. 술과 마약으로 세월을 보내는 저들이 진정한 이 땅의 주인일 텐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앨리스스프링스는 애버리진의 신앙의 중심지나 다름없다. 호주에서 애버리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인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4만여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호주 대륙으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애버리진 들은 이 땅에 백인들이 오기 전에는 약 100만 명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백인들이 정착을 하면서 원주민들은 땅을 빼앗기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지옥으로 변했다. 100여 년간에 걸친 탄압으로 원주민 수는 한 때 90% 가까이 줄어들었다가 요즈음은 다소 늘어 약 45만 명의 원주민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다.

 

애버리진 어른 4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않고 여성 사망률은 백인여성의 6배나 된다고 한다. 백인들의 인종 차별정책으로 어른이 되도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고, 술과 마약에 찌든 어른들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은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리기도 하고, 대부분 초등학교 3~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길거리로 구걸 행각을 나선다고 한다.

 

Red Dog 카페에서 차를 한잔 하고 나오는데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애버리진이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다가온다. 술에 취한 듯 그들은 비틀거린다.

 

"빨리 숙소로 들어가요."

"저들도 사람들인데 이 훤한 거리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

"그래도 괜히 충돌이 생기면."

 

내 생각 같아서는 그들과 뭐라도 한잔 마시며 그들 세계를 체험하고 싶지만 아내의 독촉에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호주 앨리스스프링스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