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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계곡에서 만난 체체파리-카타츄타

찰라777 2008. 9. 12. 09:33

 

‘많은 머리’ - 카타추타, 바람의 계곡 트레킹

 

 

 ▲'많은 머리'란 뜻을 가진 카타추타 국립공원, 36개의 크고 작은 붉은 바위돔이 압권이다.

 

 

호주에서 울룰루(Uluru-Ayers Rock)와 카타추타(Kata Tjuta-The Olgas)를 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호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붉은 바위들의 모습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호주대륙의 한 가운데 편평한 황무지에 우뚝 솟아있는 경이로운 붉은 바위는 애버리진 영혼의 성지로 오랫동안 추앙을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오경에 우리는 오늘밤 야영지가 될 ‘에어즈락 캠핑그라운드’에서 점심을 지어 먹은 뒤 곧 바로 카타추타로 갔다. 글렘은 먼저 카타추타로 가서 바람의 계곡 약 8km 트레킹을 한 뒤 석양에 울룰루로 돌아와 울룰루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행들은 거의 모두가  ‘지구의 배꼽’이라는 울룰루를 먼저 보고 싶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카타추타에 와보니 그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다. 울룰루 서쪽 약 30km 지점에 있는 카타추타는 여러 개의 거대하고 둥근 바위 돔(domes)들이 신비한 모습을 하고 우리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머리’… 서른여섯 개의 붉은 돔

 

 

카타추타 국립공원이 가까워지자 대머리처럼 생긴 빤질빤질한 붉은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 카타추타(kata Tjuta)는 애버리진 언어로 ‘많은 머리’라는 뜻이다. 바위에 다가설수록 무언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올가산(Mt, Olga)는 해발 고도 1069m로 주변의 사막평원 위로 600m 가량 솟아있다. 좁은 협곡들에 의해 분할된 장엄한 암석 덩어리들은  5km~8km의 사이에 옹기종기 흩어져 서 있다.

 

바다가 육지가 된 것인가, 아니면 대홍수로 인해 생겨난 현상인가? 이는 지질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 규명을 할 일이지만 거대한 바위들을 보는 순간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글렘은 카타추타 트레킹에 앞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한다. 여긴 애버리진의 성소다. 사진 찍지 말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은 찍지 말 것이며, 가지 말라는 곳은 제발 들어가지 말아 달라는 것.

  

 

바람의 계곡에서 만난 체체파리

 

오늘 트레일 코스는 ‘바람의 계곡(Valley of The Winds)'을 약 8km를 걷게 되는데, 글렘은 강조한다. 첫째도 물, 둘째도 물, 셋째도 물! 물을 충분히 준비할 것을 그는 거듭 강조한다. 탈수증이 가장 무섭다는 것. 그리고 지정된 길로만 다닐 것, 가급적 대열에서 멀리 떨어지지 말 것 등. 날씨가 워낙 더워서 물이 부족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나 걷지를 못하게 되고, 계곡에는 독을 가진 파충류들이 많으므로 트레일 코스를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것.

(◀사진 : 바람의 계곡 길을 설명하는 가이드 글렘)

 

정말 날씨가 너무 덥다. 그리나 조금만 움직이지 않으면 그놈의 파리가 극성을 부린다. 파리도 그냥 파리가 아니다. 모기보다 더 맹렬하게 피를 빨아드리는 체체파리다.

 

체체파리Tsetse는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소도 죽인다’는 뜻을 지닌 녀석들은 과연 대단했다. 보기에는 그냥 날 파리처럼 생겼는데 한 번 살에 붙으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며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드린다. 녀석들은 주둥이에 가늘고 긴 침을 빨대처럼 쑥 내밀어 마치 병원 채혈실에서 주사기로 피를 빨아드리듯 맹렬하게 피를 들어 마신다.

  

녀석은 피를 빨며 원충성 질환인 수면병, 즉 트리파노소마 증을 옮긴다고 한다. 트리파노소마 증은 어쩌면 말라리아보다 더 고약한 수면병이란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이나 소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무서운 병이라는 것(▶사진 : 피를 빨아 먹는 체체파리.)

 

아프리카 내륙지방이 유럽인들로부터 식민지화를 모면할 수 있었던 데는 황열병과 말라리아 말고도 이 체체파리가 옮기는 수면병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체체파리 방어용 그물을 얼굴전체에 쓰고 다니기도 했다. 말하자면 얼굴에 모기장을 치는 것이다.

 

“전 여기서 좀 쉴래요.”

“어? 가만히 앉아 그 체체파리를 어떻게 당하려고?”

“그래도 날씨가 너무 더워요.”

“그럼 나중에 후회 안하기.”

“………”

 

더위에 지친 아내는 입구의 정자 그늘 아래에서 쉬겠다고 한다.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바람의 계곡에 가면 시원할 텐 데. 아내를 두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모두들 큰 물병을 한 개 이상씩을 들고 트레킹에 나섰다. 우리가 트레킹 중에 하는 일은 걷는 것, 물을 마시는 것, 체체파리를 좇는 일이 급선무였다.

 

글렘은 간간히 멈추어 서서 아웃백에서의 서바이벌 방법을 일러준다. 선인장 같은 나무의 침으로 손바닥에 침을 주며 머리가 아플 때나 소화가 안 될 때는 이 방법이 직방약이라고. 애버리진들이 황량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오랫동안 전수해 내려오는 민간비법이란다. 이건 우리나라 수지침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어쩌면 원주민 애버리진은 우리와 같은 민족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붉은 머리 계곡을 휘돌아 칠 때는 원주민의 악기 디제리두 소리가 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많은 머리’를 돌고 도는 동안 어디선가 ‘디제리두’ 소리가 붉은 계곡을 휘돌아 치며 들려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디제리두Didjerdoo는 자연의 원음을 내는 애버리진의 고유 악기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의 소리를 내는 디제리두는 황토색 대지의 소리다. 이제 디제리두는 애버리진들이 절규하는 소리로 호주 대륙에 남아있는 샘이 되고 말았지만, 여전히 이 대륙의 주인이 내는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름 모를 꽃들도 발견한다. 꽃들은 타는 가뭄도 이겨내며 겁도 없이 피어있다. 한없이 연약하게 보이는 꽃들이야말로 야생에서 살아가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오우! 물소리 아닌가!”

“정말이요!?”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착각이러니 했는데 정말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도착했다. 물은 바람의 계곡으로 가는 바위 언덕에서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메마른 바위에서 물이 흘러내린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숲도 없는 곳인데...

 

 

▲바람의 계곡으로 가는 길에 만난 시냇물

 

 

일행들은 비명을 지르며 시냇물로 달려간다. 저러다가 누구 한 사람 쓰러지고 말지. 물장구를 치며 일행들은 한 동안 멋진 휴식을 취했다. 과연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시냇물 옆에는 다른 곳보다 나무들도 더 무성하다.

 

시냇물을 떠나 우리는 다시 쪽문처럼 좁은 협곡을 기어서 올라간다. 비지땀이 온 몸을 적신다. 글렘은 말한다. 바람의 계곡에 올라가는 마지막 깔딱 고개라고. 깔딱고개를 넘어서 드디어 바람의 계곡에 도착했다.

 

바람의 계곡에 도착을 하니 넓은 벌판이 붉은 바위계공으로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정말 신기하게도 바람이 시원하게 온몸을 덮쳐왔다. 어디서 바람이 이렇게 불어올까? 바람은 마치 디제리두 소리처럼 계곡을 흔들고 지나간다. 나는 바람의 소리에 취해 계곡 앞으로 확 트인 시야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의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과 바람의 계곡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 

 

 

“찰라님  저기 좀 봐요!”

“어딜?”

“저 아래 찰라님 와이프가 오고 있어요!”

“엇, 저런! 정말이네!”

   

아내가 바람의 계곡 깔딱 고개를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튼 반가웠다. 아내는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체체파리의 극성에 못 이겨 한 걸음 두 걸음 걷다가, 나중엔 걸어온 길이 아깝기도 하고, 또 바람의 계곡을 가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침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단다.

 

“와아! 이렇게 시원한 바람은 난 생에 처음이에요!”

 

아내는 바람의 계곡 저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곧 취해 버린다. 누구나 이곳에 올라오면 모두 바람에 취하고 말리라. 그래서 비지땀을 흘리며 이곳에 또 오게 되고…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아내는 체체파리의 극성도 잊어버리고 아이처럼 즐거워한다.

 

“정말 아주 잘 했어요. 이런 곳은 두 번 오기가 힘든 곳이거든.”

 

글렘은 아내를 보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하하, 나대신 칭찬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 좋군.

 

“자, 여러분 이제 울룰루의 일몰을 보러 가야 하니 그만 내려가야 합니다.”

  

울룰루, 지구의 배꼼, 세상의 중심이라는 곳. 거대한 바위산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일행은 버스에서 일어나 모두 울룰루의 황홀한 일몰을 바라보며 탄성을지른다.(계속)

 

 

 

 

 

 

☞ 카타추타 '바람의 계곡' 트레킹 Map

 

 

 

 

(호주 울룰루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