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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

찰라777 2009. 5. 27. 09:56

 “나의 왼발-My Left Foot”

위대한 사랑은 장애를 극복케 한다

-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

 

 

1. 부러진 나의 왼발-장애인이 될 뻔 했던 사건

 

내가 다섯 살 되던 해에 형들을 따라 뒷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나는 언덕에서 굴러 떨어져 그만 왼쪽 다리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무릎과 발 사이의 성문 다리가 부러져 덜렁거리는 나를 엎고 어머니는 고향 시골집에서 40리 길을 걸어서 목포시에 있는 접골원까지 갔다. 어머님의 수고로움으로 다행히 내 왼쪽 다리는 접골이 잘되어 정상적으로 사용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영원한 불구자가 될 뻔 한 사건이었다.

 

만약 좀 늦게 접골을 하였거나 접골이 잘 못 되었다면 순식간에 나는 왼쪽 다리를 절고 다니는 장애인이 되어 일생을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그 일이 있는 후 벌써 60여 년을 지나게 되었고, 나의 어머니는 이미 고인이 되어 하늘나레에 계신다. 나는 내 부러진 왼발을 바라볼 때마다 참으로 인간의 운명은 순간에 좌우되고 만다는 생각을 두고두고 회상하게 한다.

 

그런 연유로 해서 나는 항상 왼발에 신경을 쓰게 된다. 나는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을 하다가 크리스티 브라운(Christy Brown)의 자서전 “나의 왼발(원제, My Left Foot)"란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기구하게도 나의 왼발 신세외와 비슷한 책 제목이 눈에 띠어서 나는 그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책을 읽어 가면서 나는 한 인간이 이처럼 처절하게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니, 놀랍기보다는 차라리 아련한 아픔이 내 왼발을 타고 마음으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2. 성공과 실패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책을 읽고 난 나는 영화 “My Left Foot"란 영화까지 감명 깊게 보게 되었는데, 어려서 부러졌던 내 왼발이 나에게 주는 묘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샘이다. 책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줄거리는 대강 알고 있는 터였지만, 이 영화 한편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런던 비평가 상, 뉴욕비평가 상까지 수상을 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뇌성마비 장애인 연기는 가히 가공할 만큼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왼발로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말하는 것조차 힘이 들어 보이고, 똑 바로 말을 하려고 할수록 얼굴에는 심한경련이 일어나고 온 몸이 뒤틀리는 장면을 바라보다가 내 자신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만 같아 면 번씩 비디오의 화면을 정지하곤 했다. 그러나 나는 점점 화면 속의 내용에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을 반복해서 감동적인 장면을 다시 보곤 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 집에서 보는 편리함에 감사를 하면서…

 

“집에 오기 전에 녀석을 관에 넣어 둘 거야”

 

크리스티의 아버지는 술 주정뱅이였다. 아일랜드의 가난한 집에서 크리스티가 뇌성마비로 태어나던 날 그의 아버지는 술을 잔뜩 마시면서 뇌성마비로 태어난 그의 아들을 혐오한다. 크리스티는 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다.  22명의 자녀 중 13명만 살아남게 되는데 장애인 크리스티는 그 중의 하나다.

 

그는 날 때부터 선천성 뇌성마비 환자로 태어난다. 그런 크리스티를 그의 아버지는 크리스티가 한참 성장할 때까지도 자식으로도 인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말하자면 신체적 정신적 열등아로 아예 작정을 해버리고 포기를 해 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를 놀라게 하는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크리스티도 내 아들이다!”

  

 

어느 날 크리스티는 왼발에 분필을 기워 넣고 “A"자를 쓰기 시작하고 드디어 "M-O-T-H-E-R"란 글자를 그려낸다. 그것은 단순한 알파벳이 아니었다. 크리스티가 왼발로 최초로 완성한 글자였다. 이는 크리스티의 지능이 전혀 장애를 갖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MOTHER"란 단어를 완성했을 때 크리스티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고, 그의 아버지는 크리스티를 어깨에 들쳐 메고, 그가 태어날 때 낙담하며 술을 마셨던 그 술집으로 달려가 “내 아들 크리스티 브라운은 천재야!”하고 자랑을 하기까지 한다. 아버지가 뇌성마비 크리스티를 아들로 인정하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뇌성마비 장애인이건 혹은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진실로 한 인간으로 인정을 해주고, 인격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최초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후 크리스티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피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심지어 그는 동네 아이들과 축구시합에도 동참하여 누워서 왼발로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다.

 

 

 

그러나 크리스티에 대한 학교 교우들의 멸시와 놀림은 여전했다. 그는 언제나 불구자로서 놀림감이 되어야 했다. 어느 날 크리스티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그림을 그려준다.

 

“너의 파란 눈은 화려한 수영장이야.” -크리스티-

 

그러나 장애인이 보낸 그림이라는 것을 안 소녀의 친구들은 그녀를 놀려댄다. 그 놀림에 자존심이 상한 소녀는 크리스티가 준 그림을 다시 돌려준다. 그림을 잘 그렸고 마음에 들었지만 뇌성마비 병신이 그려준 그림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절망에 빠진 크리스티는 그림 그리기에 더욱 열중을 한다. 너무나 가난하여 난로에 집힐 숯이 없어 밤에 일찍 잠을 자야한다는 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밤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그림을 그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형제들과 함께 숯을 훔치기도 한다.

 

드디어 그의 그림은 뇌성마비 전문의사인 아일린 콜 박사의 눈에 띠게 된다. 크리스티의 그림을 본 콜 박사는 크리스티의 그림에 감동되어 그를 자기 병원으로 데려가 무료로 치료를 하기에 이른다.

 

“성공과 실패는 자신에게 달려있어”

 

콜 박사의 병원으로 가던 날 그의 어머니는 크리스티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한다. 어머니는 언제나 크리스티를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후원자였다.

 

 

3. '희망을 가지는 일'이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어요.

  

 

콜 박사와의 만남은 크리스티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일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콜 박사는 그에게 말을 하는 방법, 행동을 하는 방법, 글씨를 쓰는 방법, 그리고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도록 치료와 배려를 해준다. 그러나 크리스티는 콜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희망의 격려를 해주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다.

 

“희망을 가지는 일이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 희망이 기대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간은 오히려 상처를 받게 된다. 콜 박사의 도움을 얻어 전시회까지 열게 되었던 크리스티는 자기보다 10살이나 위인 콜 박사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콜 박사가 크리스티를 사랑한 것은 에로틱한 사랑이 아니라, 어디까지 플라토닉한 사랑, 즉 연민의 정이었을 따름이었다.

 

전시회가 열렸던 날 파티에서 콜 박사가 피터와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티는 크게 실망을 하며 술에 만취하게 된다. 그의 희망이 상처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콜 박사는 인간 크리스티를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았을 뿐, 뇌성마비 장애자와는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랑도 차별을 받게 되는 아픈 상처였다. 크리스티는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 번도 이성으로부터 ‘애정’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인생이 의미가 없기에 막을 내린다”

("Life is nothing, therefore nothing must end")

 

콜 박사를 지독히도 사랑했던 크리스티는 장애를 갖게 된 것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지하고 슬픔과 외로움에 젖어 위의 글을 왼발로 써 놓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뇌성마비 장애는 자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왼발로 자심의 동맥을 끊는 것조차 신체불구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슬픔과 소외감 속에서도 단 한 분, 그에게 늘 희망을 주는 분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 “나의 생각에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보다 분명 한 가지는 행복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어머니다.” 크리스티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글을 썼다.

 

어머니는 절망에 빠진 크리스티를 위하여 건축의 ‘건’자도 모르면서 크리스티가 그림을 그릴 방, 즉 화랑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했다. 크리스티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포기하라는 주위사람들의 권고에도 그는 크리스티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머니는 크리스티의 장애를 전혀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에게 글을 가르치고, 교회에 가지 못하는 그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쳤다.

 

 

5. 어머니라는 이름은 위대하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놀라운 사람은 바로 크리스티 어머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참으로 위대하다. 선천적 불구자인 아들에 대한 피눈물 나는 어머니의 사랑과 집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크리스티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언제나 크리스티의 편이었다. 아니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아무리 못된 자식이라도, 심지어 악마라고 불리는 자식이라도, 어머니는 자식의 편이다. 크리스티가 괴로울 때, 어머니는 두 배, 세 배나 더 괴로워하며,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자신보다 자식을 더 많이 생각했다.

 

어머니라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어머니다. 크리스티는 어머니의 끊임없는 사랑에 힙을 얻어 육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 내면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게 되었다.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그는 단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운명의 굴레와 싸우는 데만 급급해 하며 생애를 허비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나의 왼 다리가 부러졌을 때, 나를 업고 40리 길을 달려가 내 다리를 접골시켜 주신 어머니가 아니 계셨더라면 어찌 오늘날의 내가 존재했겠는가? 그런데 나는 어머니에게 무엇을 해 드렸는가? 아, 나는 그런 나의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다. 세월이 흘러 6순을 넘은 시점에서도 나는 이미 고인이 되신 나의 어머니에게 그저 죄송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어머니에게 죄인이요, 불효자다. 그래서 '불효자는 웁니다'란 노래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6.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름은 어느 특정인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내는 30년이 넘도록 병원 한번 제대로 가보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는 난치병에 걸리게 되었고, 결국에는 심장이식수술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하늘의 도움일까? 아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리고 아내는 심장병 장애인이 되어야 했다.

 

‘심장 3급 장애인’. 아내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붙여진 장애인 이름이다. 어린 시절 왼쪽 다리가 부러져 하마터면 장애인이 될 뻔했던 나의 인생,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심장 3급 장애인이 되어 버린 아내. 이처럼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 될 수도 있다. 이는 그 누구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에서 크리스티는 선천적인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나지만 그의 형제들은 모두 정상인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장애인을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멸시와 놀림보다는, 사랑과 애정으로, 정상인과 똑 같은 시각에서 한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선진 복지국가일수록 장애인에 대한 예우는 각별하다. 북유럽, 미국, 호주, 그리고 일본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매우 우호적이다. 그것은 정부의 정책뿐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진심으로 장애우들을 배려하고 인간으로 대접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도 참여정부 이후부터 장애인 대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상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따갑다. 고궁이나, 명승고적, 박물관 등을 입장을 할 때에 장애인 증명서를 내밀면 귀찮다는 눈초리가 역역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을 사랑으로 보살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멸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의 왼발'의 주인공 크리스티가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 있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장애인을 사랑으로 눈으로 바라보아 주어야 한다. 비록 어머니 같은 위대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정상인과 차별적인 시각으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바로 이 "나의 왼발‘ 이란 영화가 주는 교훈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한 보고이다. 사랑은 원자폭탄보다 더 강하다. 사랑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는 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한 사랑의 보고인 이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내고 싶다.

 

-'나의 왼발(My left Foot)'을 읽고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