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제주도

백록담에 물이 찼네!

찰라777 2009. 8. 3. 18:10

 

 

 

▲ 한라산 백록담의 담수(2009. 8. 3 오전 9시 30분)

 

 

한라산을 수차례 등산을 했지만  이렇게 맑은 날씨에 물이 고인 백록담을 보기는 처음이다. 지난 7월 말경 내린 폭우로 백록담에 몇 년만에 만수가 찼다. 8월 3일 오전 6시, 붉게 타오르는 아침 태양을 바라보며 성판악코스를 올라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백록담의 만수를 보기위해 산행을 하고 있었다. 성판악에서 진달래 능선까지 2시간여 만에 주파를 했다. 만수를 보고싶은 마음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진달래 대피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커피 한잔에 초코파이 두 개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판악 코스는 진달래 대피소에서부터 더욱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 가장 힘든 마지막 깔딱고개다! 멀리 바다위에서 구름이 점점 정상으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저 구름이 올라오기전에 정상을 탈환해야 제대로 된 담수를 볼 수 있다. 고산지대에 피는 꽃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안간힘을 쓰며 정상으로 올라갔다.

 

 

 

 

 ▲ 넋을 잃고 백록담 담수를 바라보는 등상객들

 

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거기, 정상에는 푸른 담수가 절경을 이루며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며칠 동안 금새 물이 빠져 만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백록담에 물이 고인 장면을 처음으로 보는 순간은 감동적이었다. 담수와 맑은 하늘, 멀리 산 아래 피어오르는 뭉개구름 , 그리고 구름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 바다위의 하늘...... 이러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축복이었다. 나는 한라산의  설문대할망 여신에게 감사를 드리며 한동안 넋을 잃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관음사 코스로 내려오는 길은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이미 고목이 되어버린 구상나무와 산 아래 펼쳐진 구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귀한 나무다.  나는 마치 구름위를 날아 다니는 선인이 된 듯 했다. 초록의 구상나무 열매가 싱그러웠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은 영원히 아름답게 보존하도록 모두가 노력을 하여야 한다.

 

 

 

 

▲관음사 코스로 가는 길에 구상나무 고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구름띠 

 

 

백록담은 분화구둘레가 1,720m, 분화구 표고가 1,841.7m로 깊이가 108m나 되며, 분화구의 동­서 길이는 약 600m, 남­북 약 400m로 면적이 210,230㎡에 이른다. 담수면적은 평균 11,460㎡로 최대 만수시에는 20,912㎡이르러 장관을 이루게 된다. 백록담 최고 만수위는 4m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번 장마로 인하여 3m정도의 수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한라산을 탐방하는 등산객들에게는 이번 기회가 백록담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러나 비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면 백록담의 담수는 며칠 이내로 빠져나가 버릴 것이다.

 

10시간의 등산이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제주도의 창조신 설문대할망 여신께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겸허한 마음으로 한라산을 내려왔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2009.8.3 찰라 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