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제주도

제주올레-희망걷기

찰라777 2009. 7. 20. 15:31

 “제주올레” - 희망걷기

  

 

 


지금 아내와 나는 제주도의 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월성사라는 작은 암자에 머물고 있습니다. 월성사는 비구니스님이 주지로 계시는 작은 암자입니다. 주지스님은 아내와 40년 전에 인연을 맺었던 분인데 이곳에 머물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갔습니다. 스님께서는 마침 빈방이 있으니 암자에 머물고 싶으면 있어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함께 온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우리 부부는 이 암자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할 수 있는 아내는 공해에 찌든 서울 도심을 떠나 맑은 공기가 있는 한적한 시골에서 적당한 운동과 요양이 필요한 때라고 아내의 주치의는 말했습니다.

 

차귀도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월성사는 해송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고, 암자 주변에는 하얀 깨꽃이 만발하게 피어 있습니다. 화산석으로 쌓아올린 담벼락에는 제비들과 산새들이 늘 찾아와 노래를 불러 주고 있습니다. 비구니 스님 혼자 머물고 계시는 암자에서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종을 치며 예불을 드리는 목탁소리에 잠을 자고 깨어나곤 합니다.

 

 

 

 

 

심장병환자를 위한 희망걷기


이번에 우리가 제주도에 온 것은 ‘제주올레’ 길을 걷기 위해서입니다. 작년 7월 1일 심장이식을 한 이후 제3의 생명을 살아가고 있는 아내는 심장이식 한 돌 기념으로 ‘제주올레’ 길을 걷자고 했습니다. 면역 억제제를 많이 복용을 하고 있는 아내는 아직도 한 살 먹은 어린애처럼 면역이 약하여 음식은 물론 각종 병균의 감염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작은 상처만 나도 잘 아물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거부반응이 심해져서 매일 운동을 해주어야 합니다. 장기 이식을 한 사람은 “감염”과 “거부반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와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만 합니다.


이식을 한 후 한 달이 가장 어렵고, 한 달이 지나면 1년이 고비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이식 1년을 맞이한 아내는 겨우 한 고비를 넘은 샘입니다. 이식 한 돌을 맞이하여 아내는 다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은혜를 주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심장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처럼 다시 걸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라도 주기 위하여 아내는 제주올레 길을 걷자고 했습니다. 새생명을 다시 얻은 아내를 위하여 무엇이든 못하겠습니까? 사실 나는 아내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인간의 생명이란 참으로 신비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내는 10년 전 루푸스라는 이상한 병으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고비를 넘겼는데, 2년 전 부터는 심장기능이 최악으로 상태로 떨어져 다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심장을 바꾸지 않으면 생명을 2년 이상을 살 수 없다는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아내는 ‘절망’ 계절 속에서 한여름을 보내야 했습니다.

 

 

 

 

헬런 켈러 여사의 희망이 “3일간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었다면, 아내의 ‘희망은 단 하루만이라도 숨이 차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절망의 늪을 헤매던 아내는 제3의 생명을 주신 기증자님의 은혜와 훌륭한 의료진,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마치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아내의 병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고작 이것뿐이었습니다. 

 

이제  제3의 생명을 살아가는 아내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 덤으로 인생을 살아가겠노라고 했습니다. 아내 덕분에 심장을 이식한 환자들을 여러사람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의 생각이 거의 아내와 비슷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보통사람과는 무언가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장 이식환우들끼는 한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입원환자를 위하여 수시로 병문안 내지는 전화를 주고 받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올레’란 집에서 대문 밖으로, 다른 집으로, 마을로, 다른 마을로, 산으로, 들로,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오솔길을 말한다고 합니다. 서명숙 님은 프랑스의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땅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까지 장장 800km 달하는 길을 걸으면서 고향 제주에 올레길을 낼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지구촌에는 세 곳의 유명한 순례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 둘째는 예루살렘 예수의 성묘로 향하는 길, 그리고 세 번째는 산티아고 ‘야고보의 성 유골’을 찾아 가는 길이 그것입니다. 이 순례자의 길은 그리스도 탄생이후 천년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걸어온 순례자들의 길입니다. 사람들은 길을 걸으며 자신이 지어온 업장을 참회하고 절망을 뛰어넘어 새로운 희망을 얻어가기도 합니다. 또한 지구촌에는 페루 마추픽추로 가는 ‘잉카의 길’, 호주 애버리진의 성지 울루루로 가는 길, 영혼의 도시 티베트 라사에 이르는 길 등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여러 구도의 길이 있습니다.

 

 

 


이제 여기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희망의 길인 ‘제주올레’ 길이 열린 것은 늦게나마 아주 다행스런 일입니다. 비록 이름난 다른 순례자의 길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섬길을 걸을 수 있게 아이디어와 길을 내준 서명숙님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는 제주올레길 걷는 것을 심장병 환자들을 위한 "희망걷기”라고 정했습니다.

 

고산 월성사에 머루고 있는 우리는 버스를 타고 올레길 출발 장소로 갔다가 걸을 수 있는 데까지 걷고 힘이 들면 그 지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월성사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올레 길은 제주도 일주도로와 인접해 있어서 버스를 타기도 편리합니다. 고산에서 버스를 탄 우리는 올레 1코스의 시발점인 시흥리에서 내렸습니다. 오늘 따라 비도 그치고 하늘은 맑습니다. 시흥청년회에서 표시한 "제주올레제1코스"란 이정표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몸 전체의 모공을 자연과 우주로 활짝 열어놓고 우리들만의 "희망걷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을 수 있는 지는 미지수 입니다. 그러나 힘이 닿는 데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걷고자 합니다.

 

(제주 고산 주민자치 센터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여 찰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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