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제주도

위미포구

찰라777 2009. 7. 12. 21:41

위미포구

  

 


제주도 남원읍 위미 포구.

봄에는 고사리 축제가 열리고, 가을에는 귤이 익어가는 귤림추색이 빼어난 귤의 명산지, 따뜻한 기후, 훈훈한 인심이 감도는 위미포구는 작은 마을 앞으로 두 개의 방파제가 발을 벌린 듯 둘러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방파제 끝에는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쌍둥이처럼 바다를 향해 파수꾼처럼 서 있습니다. 등대 건너편에는 ‘지귀도’가 섬속의 섬으로 아득히 바라보입니다.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제주올레’코스의 딱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위미포구는 올레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귀도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바다에 누워’라는 펜션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바다에 누워라는

펜션은 정말 바다에 누워 있는 듯 합니다. 2층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바로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습니다. 노란 소철 꽃이 퍽 인상적인 정원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파랑색의 탁자가 놓여 있는 정원, 파마머리 같은 해송, 용암으로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검은 돌, 파도소리, 갈매기, 등대…

 

 

 

바닷가로 내려오니 해녀들이 밤송이 같은 성게를 쪼개고 있습니다. 밤송이보다 더 긴 침을 온 몸에 달고 있는 성계를 쪼개니 황금빛깔 성게 속살이 보입니다. 해녀는 성게 속살만 칼로 도려냅니다.


“참 아프겠구나. 성게야.”

“이 성게는 먼 바당(바다)에서 건져온 거라 맛이 아주 달라.”

“어떻게 다르지요?”

“그건 먹어봐야 알아.”


늙은 해녀는 하루 종일 먼 바다에서 작업을 하여 잡은 성게가 1kg 정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파도처럼 주름진 얼굴, 성게처럼 갈라진 손가락, 성게를 잡느라 얼마나 허리가 휘어 졌을까? 하루 종일 성게를 잡아와 쉬지도 못하고 저렇게 앉아 밤송이 같은 성게를 쪼개는 작업을 하고 있다니, 그녀가 초인처럼 보입니다.

 

 


“그 성게 다 주세요.”

“잘 생각했어요. 살려 해도 이런 성게는 사지 못해. 댁이 오늘 운수가 아주 좋은 거야.”

“고맙습니다.” 


노란 성게를 싸들고 펜션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다가 조잘거리며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위미 포구로 들어가는 방파제에는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하나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작은 어선들이 통통거리며 등대 사리로 드나듭니다.

 

펜션에서 바로 바다로 걸어갔습니다. 바닷가에는 설문대할망이 풀어헤친 검은 용암들이 제멋대로 가지가지 조각품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검은 바위에 바다만의 독특한 식물들이 검은 원색으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고메기(작은 바다고동)가 바위에 붙어 있고, 성게도 그 밤송이 같은 팔들로 엉금엉금 기어 다닙니다. 긴 침으로 물위를 기어 다니는 성게는 마치 외계에서 온 동물처럼 신기하게 보입니다.

“녀석 참, 참으로 신기하네!”

“밤송이 같은 침들이 발과 팔 역할을 하는군요.”


 

 

 

바다 나리꽃이 분홍색으로 활짝 피어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꽃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와! 정말 아름답군요!”

“입술을 예쁘게 내 밀고 얼굴엔 검은 점을 찍은 머플러를 둘렀네!”

“머리는 곱게 빗어 넘겨 색시처럼 낭자를 했군요!”

“꽃들아, 정말 고마워! 사랑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억수로 내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빗소리를 가까이에서 듣습니다. 주룩 주룩… 빗소리는 피아노 건반을 난타 하듯 사정없이 댓돌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참 조네요!”

“뭐가?” 

“저 빗소리와 파도 소리가요.”

“흐음… 난타야 난타!”


그랬습니다.

빗방울의 난타 속에 바다는 끝없는 밀어를 속삭여 주고 있습니다. 탐라국에 도착한 첫날, 자연이 들려주는 난타의 공연을 들으며 ‘바다에 누워’라는 펜션에서 정말로 바다에 누웠습니다. 그레, 모든 것 놓아 버리고 바다에 눕자. 바다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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