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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극락세계인가! 지리산 서암정사 ③

찰라777 2009. 10. 1. 09:32

지리산에 숨겨진 서방정토, 서암정사③

 

여기가 극락세계인가!

 

 

 

▲비로자나불,이(理)와 지(智),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 하나라는

비로자나불만이 취하는 독특한 수인자세다.

 

 

"정말 굉장하군요! 꼭 극락세계를 유람하다 나온 기분이 듭니다."

"저는 이 암자가 어쩐지 좋습니다. 자구만 오고 싶어지거든요. 그리고 언젠가는 조그마한 암자를 내 손으로 짓고 싶습니다."

"허허, 그러다가 머리 깎는 거 아니요? 사실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나라도 자주 오고 싶어지겠습니다."

 

신 성생은 흐르는 땀방울을 주먹으로 씻으며 석굴법당의 예찬을 아끼지 않는다. 몇 십년간 건설업을 하다가 요즈음은 잠시 쉬고 있는데 나이도 나이인 만큼 작은 암자를 자신의 손으로 지어 그곳에서 조용히 수행을 하고 싶다는 신 선생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한일자로 굳게 입을 다문 그의 표정에서 지리산의 기운을 느낀다.

   

▲비로전을 올라가는데 대나무가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 대나무 수리인가, 바람소리인가?

  

 

서암정사 경내를 순간부터 우리는 마치 극락세계를 유람하는 몽매한 중생처럼 얼이 빠져 있었다. 돌계단을 따라 비로전으로 올라가는 데 양 옆에서 선 대나무에서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대나무가 내는 소리인가, 바람이 내는 소리인가? 그대 생각에 따라 분별이 되리라. 바람이면 바람이지 왜 또 분별을 하려고 하는가? 이 중생심은 어이 할 수가 없다.

 

 

▲비로전으로 들어가는 돌문에는 광명운대라고  쓰여진 노란글씨가 단정하게 음각되어 있다.

 

 

계단 끝자락에 아치형의 돌탑문에는 '광명운대(光明雲臺)'란 노란글씨가 단정한 전서체로 음각되어 있다. 구름처럼 많은 불보살이 상주 하는 곳이렷다!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탑 뒤에는 법계관(法界關)이란 글씨가 판석에 예서체로 음각되어 있고, 문 좌우로는 갈겨쓴 초서체가 물 흐르듯 새겨져 있다.

 

 

▲법계관 

 

 

動靜一源(동정일원) 동과 정이 둘이 아니며,

往復無際(왕복무제) 가고 옴이 둘이 아니다.

 

여래는 어디로부터 온 바가 없으며, 또한 어디로 가는 바가 없는 까닭에 여래라 하지 않는가. 정과 동도, 가고 옴도, 모두 하나의 마음에 있음이렷다. 돌문을 들어서니 우선 독수성과 산신이 정좌하고 모습이 보인다. 그 아래는 회광조심(廻光照心)이라 석판 밑에 작은 석실이 있다. 그 자리에 고요히 앉아 부처의 광명이 비추일 때가지 수행을 하겠다는 선방일까?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

 

 

석실 바로 오른 쪽으로 돌아가니 마치 거대한 바위를 포개 놓은 듯한 암벽이 나온다. 그 암벽의 맨 위쪽에는 비로자나불상, 아래 좌현에는 사자를 탄 문수보살과 우현에는 코끼리를 탄 보현보살이 협시불로 비로자나불을 떠받들고 있다. 그리고 한 가운데는 선재동자가 합장을 하고 선지식을 간절히 구하고 있다.

 

 ▲사자를 타고 있는 보현보살

 

 ▲선지식을 간절히 구하고 있는 선재동자

 

▲사자를 타고 있는 문수보살 

 

 

연화대에 정좌를 하고 있는 비로자나불은 결인(結印-양손을 가슴에 올리고 수인을 하고잇는 자세)을 하고 있다. 이(理)와 지(智), 중생과 부처, 미혹함과 깨달음이 원래 하나라는 비로자나불만이 취하는 독특한 수인자세다. 비로자나불은 고개를 꺾어 위를 쳐다보지 않으면 자칫 놓치기 쉬울 정도로 직각으로 음각되어 있다. 노사나불이라고도하는 비로자나불은 산스크리트어로 "두루 빛을 비추는 자"라는 뜻이다. 티베트, 네팔 등에서 널리 숭배되는 최고의 부처이다.

 

 ▲결인(結印-양손을 가슴에 올리고 수인을 하고 있는 자세)을 하고 있는 비로자나불

 

 

주산신은 산신령에 해당하는 상으로 본래 도교에서 유래되었지만 불교는 모든 토속신앙을 수용한다. 손에 파초선을 든 채 호랑이를 타고 있는 산신의 모습이 어쩐지 시골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산신의 뒤에는 쟁반을 받쳐 든 동자가 시봉을 하고 있다.

 

독수성은 천연바위에 천태산 소나무, 구름, 공작을 배경으로 마애상 형식으로 부조되어 있다. 긴 눈썹을 옆으로 휘날린 채 왼손에는 석장을 들고, 오른손에는 염주를 돌리고 있다. 독수성은 천태산에서 홀로 수행을 하여 정각을 얻은 나반존자를 일컫는다. 운문사 위 사리암에는 나반존자 기도만을 드리는 곳인데, 영험이 큰 대신 매우 엄하고 까다로워 목욕재계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려야 하며 삿된 마음을 가진 자에게는 오히려 화를 입힌다고 한다.

  

▲독수성을 시봉하고 있는 동자. 사슴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독수성 왼쪽에는 한 동자가 사슴 두 마리와 함께 과일 바구니를 들고 독수성을 시봉을 하고 있다. 사슴은 영물로 받아드려지고 있는데, 두 마리의 사슴이 한층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독수성 앞에는 돌로 벽을 쌓고 돌로 이엉을 한 작은 돌방이 하나 지어져 있다.

 

"사실 저는 저런 작은 암자를 하나 지어서 수행을 하고 싶습니다."

"저런, 신 선생에게 딱 맞겠군요. 저 방에 들어 낮아 있으면 곧 도인이 되시겠는데요."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 용왕전 

 

 

신 선생과 한담을 주고받으며 비로전을 내려와 왼쪽으로 올라가니 용왕전이 나온다. 용왕 역시 민간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바다, 강, 호수 및 기타 갖가지 물과 그곳에 사는 생물들을 관리하고 지배하도록 옥황상제에게 명령을 받은 물의 왕이다. 또한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불법에 합당한 소원을 들어줄 수가 있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샘을 집수한 큰 물통을 뒤에 두고 꾸며져 있다. 물의 소중함을 신성시하여 신격화하기 위함이다. 양편의 벽에 박은 주련은 물의 소중함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용왕전 앞에는 붉은 나리꽃 한 송이가 곱게 피어나 있다.

 

無盡淸淨泉 (무진청정천) 다함이 없는 맑고 청정한 샘이여,

如天甘露水 (여천감로수) 바로 천상의 감로수로다.

衆生得飮者 (중생득음자) 중생이 이 물 얻어 마시면,

悉皆獲淸凉 (실개획청량) 모두 청량함을 얻으리라.

  

 

▲칠보연지는 암자 전체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용왕전에서 내려와 범종루에 이르니 느닷없는 연못이 나온다. 연못에는 파란 연잎이 돋아나 있고, 십장생을 나타내는 조형물 사이로 비단 잉어가 유유히 유영을 하고 있다. 거북이는 입으로 물줄기를 쏘아대고 관세음보살이 들고 있는 호로병에서는 감로수가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관무량수경에 극락정토에는 연꽃이 피어 있는 큰 연못이 있는데 물은 맑고 깨끗하여 바닥이 들여다보이고 꽃들은 황금빛으로 빛난다. 극락정토의 성중(聖衆)들은 이 연지에 둘러앉아 설법을 듣는다”고 적혀 있다. 이런 산중에 연못을 조성하여 연꽃과 물이 흐르니 암자 전체가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부용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범종루를 돌아 편편한 마당으로 돌아 나오니 자목련 아래 반가사유상이 홀로 마당에 서 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자목련 밑에 홀로 사유하고 있는 반가사유상 

 

 

장독대를 지나 공양간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석굴법당을 바라본다. 저렇게 숲으로 덮여 있는 곳을 발견한 원응 스님의 염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안에 40년 불사를 하여 온 것은 혼신의 힘을 다한 불심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경지다. 

 

▲장독대 

 

 

아래쪽 길로 걸어 나가니 배송대(拜送臺)가 나온다. 들어올 때는 위쪽 대방광문을 통하여 들어왔기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조각이다. 배송대는 영가를 서방정토 극락세계로 인도 하는 것으로 아미타불이 좌보처에 관세음보살, 우보처에 지장보살을 거느리고 반야용선을 타고 있다. 반야용선은 영가를 저승으로 태워가는 배를 말하는데, 이는 죽은 시신을 묘지로 이운(移運)할 때 용, 봉황, 연꽃 등 아름답게 치장을 한 상여를 가리킨다.

 

 

 ▲배송대

 

 

이제 서암정사를 떠날 시간이다. 좁은 공간에 오목조목하게 새겨놓은 아미타불 세계, 이는 마치 극락정토 피안의 세계와 같다. 이 피안의 세계를 떠나 사바세계로 가야한다. 입구 돌기둥에 새겨진 음각이 사바세계로 돌아가는 자의 마음을 달랜다.

 

森羅萬象各別色 (삼라만상각별색) 삼라만상 온갖 모습이 제각기 다르지만

還鄕元來同根身 (환향원래동근신) 고향으로 돌아가면 본래 같은 뿌리라네.

 

 

 ▲입구에 세워 놓은 돌탑

 

 

"오늘 신 선생님 덕분에 소인은 극락세계를 다녀온 기분이오이다."

"하하하, 저도 찰라님 덕분에 오고 싶은 곳을 한 번 더 와서 아주 좋아요!"

"암자는 언제 지을 거지요?"

"때가 되면 짓겠지요."

 

그렇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 억지로는 되지 않는 법.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서원과 그 서원을 이루기 위한 부단한 수행정진, 그리고 간절한 기도가 없으면 결코 이루기 어려우리라. 서암정사는 40년 긴 세월을 두고 원응스님의 대원력과 간절한 기원으로 세워진 암자가 아닌가?

극락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다.

 

(서암정사에서 찰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