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서울

오슬로 토르 부인의 하루-서울시 여행女幸프로젝트를 생각하며...

찰라777 2010. 3. 3. 12:24

지난 2월 23일,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블로거 데이>에 참석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강동어린이회관>에서 40여명의 블로거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 날 주제는 <서울시의 여행(女幸)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었다. 여행프로젝트라고 해서 처음에는 여성들이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젝트로 생각을 했는데, 여성들이 행복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강동구에서 운영하는 <강동어린회관>을 둘러보고 서울시의 여행프로젝트 정책을 청취한 후, 블로거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나는 문득 북유럽을 여행하며 만났던 토르부인의 하루가 생각났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복지가 가장 잘 되어 있다는 북유럽의 중산층인 토르부인과 우리나라 중산층 여성이 살아가는 하루는 어떻게 다를까? 이를 곰곰이 생각하며 그 당시 느꼈던 점을 기술해 본다.

 

 

 ▲버스에 유모차를 태운 모습(덴마크 코펜하겐). 북유럽의 많은 주부들은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고 시장을 가거나 영화를 보로 간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로 영화관을 가는 토르부인


오슬로 시에 사는 토르부인은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난후, 영화관으로 가기위해 유모차를 끌고 집을 나선다. 2살 난 아기를 유모차에 싣고 버스정류소로 간 그녀는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정류소에 게시된 버스 시간표를 보니 1시 35분에 버스가 오게 되어있다 . 버스는 1시 35분 정각에 도착한다.


버스의 난간이 정류장 턱과 평행을 이루어 토르부인은 유모차를 밀고 편하게 버스 안으로 들어간다.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면 버스 문 입구에는 넓은 공간이 따로 있다. 유모차를 실은 주부들을 위한 곳. 다운타운의 영화관 바로 앞에서 내린 그녀는 영화관내에 설치된 유아 보호소(baby care center)에 아이를 맡겨놓고, 영화를 관람한다. 그곳에는 많은 주부들이 토르부인처럼 유모차를 끌고 와서 아이들을 유아보호소에 맡겨두고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에는 베이비시터(Babbitter;아기를 돌봐 주는 사람)가 안전하게 아기를 돌보아 준다.

 
영화 관람이 끝난 후 토르부인은 유아보호소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아줌마 부대들이 떼를 지어 버스를 타러 간다. 자가용을 타고 매연과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우리네 풍경과는 퍽 대조적이다. 토르부인은 남편을 위한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 유모차를 밀고 근처의 마트로 간다. 시장을 본 후 그녀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위한 저녁 준비를 시 작한다.

 

 ▲유모차를 타고와 영화를 관람한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아이들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시장을 가는 주부들

 
오슬로 여행 중에 보았던 것들 중에서, 버스를 타고 하루일과를 보내는 토르부인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에서도 거의 마찬가지다. 버스를 타고 가서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하는 노르웨이 중산층 주부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해유전의 개발로 쏟아지는 풍부한 석유덕분에 풍요한 삶을 꾸려 나가고 있는 노르웨이! 그러나 많은 주부들은 교통수단으로 자가용이나 택시 대신 공간이 넓고 이용하기 편리한 버스를 이용한다.

 
서울시의 버스는 이렇게 될 수는 없는가? 불과 100m의 백화점을 가더라도 자가용을 타고 가는 우리나라 주부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 적이어서 여행 중에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주부들은 자전거를 타고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간다. 쇼핑센터에는 자전거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따로 있다. 이는 인구가 과밀한 이웃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통 허브역할르 하고 있는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도 대형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땅덩이가 좁고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야말로 이런 시스템이 절실하게 요구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나라의 중산층 이상의 주부들은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어떤 면에서는 과분할 정도로 충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까운 시장에 가더라도 거의 모두가 자가용을 몰고 간다. 평일 교외의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99%가 여성들로 가득 차 있다. 주말 대형 마트에는 남편들이 쇼핑 카트를 밀고 쇼핑을 하는 아내 뒤를 따라다닌다. 경제권도 대부분 주부에게 있다. 먹고, 입고, 주거하는 것도 선진 외국 못지않게 풍부하다. 특히 고급 뷔페나 음식점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 버려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서민층의 생활은 그렇지가 않다. 서울시는 모든 여성들이 살기에 편하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서민들이 살기에 편리한 여행(女幸)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시행을 하여야 한다.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실속 있는 시스템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네더란드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와 기차역의 자전거 주차장에 두고 기차를 타고 간다.

 


나는 여행 중에 택시보다는 지하철을,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타기를 좋아한다. 버스를 타면 우선 지나가는 거리의 풍경을 관람할 수 있다. 버스의 창문을 열면 꽤 신선한 공기도 들어와 지하철보다는 훨씬 숨통이 트여서 좋다. 서울시와 버스회사는 이러한 버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야 한다. 유모차를 밀고 버스를 탈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에너지도 절약하고, 공해도 훨씬 덜하지 않겠는가? 물론 인구의 과밀, 교통 체계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웃 나라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가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전체 시민을 위한 공익정책은 광범위하게 수렴하되, 결정된 정책은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실시이후 많은 주민들이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하여 자신들만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일부 집단이기주의 주장하는 주민들의 거센 요구가 있더라도 홍보를 하고 설득을 병행하며, 대다수의 편익을 위해서 옳다고 판단되는 정책은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 블로거들이 많은  이이디어을 포스트 잇에 기재하여 보드에 붙였다.

 

 

이날 블로거들이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위하여  많은 아이디어를 포스트 잇에 기재하여 보드에 붙였다. 저 많은 아이디어가 얼마나 서울시에 반영이 될까? 불특정 다수인 블로거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은 참신하다. 그러나 제발 전시효과만을 노리는 그런 행사가 아니였으면 좋겠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며, 시장을 보러가는 오슬로의 토르부인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녀의 손은 거칠었으며, 옷차림 또한 수수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평화로웠으며 행복해 보였다.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부르짖는 서울시와 서울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다 같이 함께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