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80일간의티벳일주

불경이 새겨진 색종이를 휘날리며-랑무쓰로 가는 길

찰라777 2011. 5. 11. 06:00

 

색종이가 허공에 빙그르 돌더니 초원 위로 떨어져 내렸다.

순간 인생은 색종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에 묻은 때가 색조이와 함게 씻어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옴 마니 반메움, 옴 마니 반메움, 옴 마니 반메움, 옴 마니 반메움..."

 

 

 

 

 

 

▲아내가 랑무쓰로 가는 버스에서 불경이 새겨진 색종이를 창밖으로 날리고 있다.

 

 

쪼이거(중국식이름 뤼얼가이)에서 내일 아침 6시 랑무쓰로 출발하는 버스표를 샀다. 당초에는 허쭤로 가려고 했다가 독일인 여행자 피터의 말을 듣고 랑무쓰로 행로를 변경을 했다. 피터는 지중해에서 요트 사업을 하다가 지난해 사업을 접고 홀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40대 후반의 피터는 개미 체바퀴돌 듯 바쁘게 살아가던 어느날  "인생이란 무엇인가?'란 의문이 생겨 홀연히 사업을 접고 그 의문을 풀기위해 티베트지방 여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랑무쓰는 마을 전체가 티베트 사원으로 되어 있으며 중국지방에서 천장天葬을 하는 유일한 곳이라는 것.

 

"천장이라니요?"

"네, 육신을 새들의 먹이로 주는 장례지요."

 

피터의 말을 듣고 보니 언젠가 TV에서 한 번 본적이 있는 것 같은 천장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그래서 우리는 허쭤로 가려고 하는 여정을 랑무쓰로 가기로 했다. 피터와 우리는 리위안 빈관에 함께 머물렀다.

 

트럭 운전수들로 붐비는 리위안 빈관은 밤늦게까지 시끌벅적했다. 화장실도 없는 방에다 난방은 작동이 되지 않아 밤에는 추웠다. 근처에 있는 가명여점(家明旅店)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백채와 감자, 그리고 토마토 요리를 먹었다. 백채는 그런대로 맛이 있는데 토마토 요리는 맛이 없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나는 추운 방에서 침낭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침낭을 덮었어도 추었다. 이 지역은 여전히 해발 4000m 5월인데도 여전히 춥다. 추운데다가 트럭운전수들이 떠들어 대는 바람에 가까스로 자정이 넘어서야 잠에 들 수가 있었다.

 

쪼이거는 랑무쓰나 간쑤성 북쪽으로 가는 거점이다. 마을 북쪽에 곰파가 하나 있는 것 외에는 볼거리도 없다. 다음 날 아침 6시 랑무쓰로 가는 버스를 탔다. 독일인 피터와 스위스인도 함께 탔다. 하루에 한 번 뜬다는 버스는 만원이다. 랑무쓰는 쪼이거에서 90km 떨어진 해발 3350m 에 위치해 있다.

 

 

▲맨땅에 오체투지를 하며 랑무쓰 사원으로 가는 티베트 인들의 믿음은 무조건이다.

 

 

버스는 비포장도로를 4시간 넘게 달렸다. 고원위에 끝없는 초원이 이어진다. 오체투지를 하며 랑무쓰로 향하는 티베트인들이 보인다. 그들을 바라보며 낡은 버스를 탄 나는 얼마나 편하게 가고 있는지… 털털 거리는 버스가 고맙게 생각되었다.

 

우리 앞자리에는 티베트인이 아까부터 색종이를 창밖으로 날리고 있었다. 색종이를 날리며 그는 "옴 마니 반메움"이란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내가 그를 바라보며 "옴 마니 반메움"하고 합장을 하자 그는 싱긋 웃으며 색종이 한 묶음을 나에게 건네준다. 그러면서 그 종이를 창밖으로 날리라는 시늉을 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이심전심으로 무슨 뜻인지를 우리는 서로 알아보았다.

 

나는 색종이의 절반을 아내에게 주고 절반은 손에 쥔채 색종이를 천천히 함께 창밖으로 날려 보냈다. 색종이가 허공에 빙그르 돌더니 초원 위로 떨어져 내렸다. 순간 인생은 색종이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종이를 허공으로 날리다보니 마음 속에 묻은 때가 씻어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옴 마니 반메움, 옴 마니 반메움, 옴 마니 반메움, 옴 마니 반메움..."

 

색종이를 날리며 아내와 나는 티베트인과 함께 옴 마니 반메움을 작은 소리로 외웠다. 아내의 병도 저 색종이를 따라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났다. 색종이에는 부처님의 그림과 불경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 색종이를 날리면 불경을 읽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 우리가 색종이를 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티베트 인이 합장을 했다. 그는 오른 손엔 마니차를 돌리고 왼손으로는 색종이를 날리고 있었다.

 

티베트인들은 믿음은 무조건이다. 어떤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모든 믿음을 행동으로 옮긴다. 그 추운 초원을 오체투지를 하며 사원으로 가는 것, 마니차를 돌리는 것, 색종이를 날리는 것, 옴 마니 반메 움 주문을 외우는 것 등 그들은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신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버스는 랑무쓰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섰다. 피터와 스위스인 부부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마을까지 걸어가려면 한 참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 때 마침 빵차(타우나 같은 봉고) 한 대가 나타났다. 다섯 명의 일행은 1인당 중국돈 5원을 주고 빵차를 탔다.

 

빵차는 랑무쓰 빈관 앞에 세워주었다. 빈관 지배인은 다행히 영어를 곧잘 구사를 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 그 빈관에 머물기로 했다. 3인용 도미토리는 1인당 20원을 받았다. 방은 비교적 깨끗했다. 빈관 1층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랑무쓰 사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사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다 티베트 사원이다. 빈관에서 걸어 나온 우리는 20원의 입장료를 내고 사원마을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