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찐빵으로 따뜻한 크리스마스 만들기

찰라777 2010. 12. 26. 04:18

날씨가 너무 춥군요.

이곳 지리산 섬진강변도 예외없이 동장군이 강타를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집이 하늘로 날아 갈 것만 같은 공포스런 분위기입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낭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커녕,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꽁꽁 얼어붙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되었군요.

 

허지만 춥다고 방에만 웅크리고만 있으면 더욱 춥겠지요?

옷을 몇겹 껴입고,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쓰고 ....

동장군에 대비한 완전무장을 하고 섬진강변을 걸어봅니다.

갈대가 바람에 파도처럼 물결을 치며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칼바람이 살을 에일듯 파고듭니다.

 

 

▲바람에 파도처럼 흔들리는 섬진강 갈대

 

 

물결치는 갈대숲에서 왜가리 한 마리가 푸드득 하며 비상를 합니다.

이 추운 겨울날 왜가리는 어떻게 겨울을 날까요?

인간처럼 먹이를 저장해 놓은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왜가리는 이 추운날 어디에서 먹이를 구하지?

 

 

섬진강은 흐르는 물이라서 아직 얼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추운 추위속에서도 맑은 물에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놀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윙윙 불고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날

크리스마스를 야생에서 보내고 있는 왜가리와 물고기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겹겹이 옷을 껴 입고서도 춥다고 웅크리고 있는 내가 갑자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섬진강 물고기는 추위를 타지도 않나?

 

 

산책에서 돌아오니 이웃집 혜경이 엄마가 찐빵을 만들어 먹자고 하면서 와 있었습니다.

아내가 내일 병원진료 때문에 서울에 간다고 하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뜨끈한 찐빵이라도 만들어 먹자는 거지요.

 

서울까지 병문안을 갈 수도 없으니 찐빵이라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훈훈하게 달구어 주겠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혜경이 엄마!

그녀는 아들과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이웃집이랍니다.

매일 들판과 건축현장에서 날품일을 하는 혜경이 엄마의 볼은 강추위에 빨갛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타지에 귀농을 해서 몇 개월째 살고 있지만,

우린 혜경이 엄마가 이웃에 살고 있어서 외롭지않답니다.

 

▲혜경이 엄마가 들고온 찐빵 오븐

 

 

그녀는 아예 빵굽는 오븐까지 통째로 들고 왔군요.

우리들을 위해 찐빵 오븐을 들고온 그녀를 보자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며 온몸이 더워집니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갑자기 수은주를 올려 실내를 뜨겁게 달구어 주고 있군요.

 

아내와 나는 통밀가루를 반죽을 하여 둥글게 만들고

혜경이 엄마는 밀가루에 막걸리 소다를 섞어 휘저어서

찐빵에 들어갈 팥을 짓이겨 안고를 박아 넣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벌써 입안엔 군침이 가득 고입니다. 쩝쩝~^^

 

 

 ▲막걸리 소다를 반죽에 섞어넣고, 팥을 짓이겨 찐빵에 안고를 박어 넣으니 입안에 군침이 흐릅니다. 쩝쩝^^

 

 

오븐에 찐빵 반죽을 넣어 뚜겅을 덮고 불을 지피니

김이 칙칙 나며 실내의 온도를 더욱 따뜻하게 데펴 줍니다.

마음까지 데펴주는 찐빵 덕분에

춥기만 했던 조립식 농가주택이 갑자기 훈훈해졌습니다.

 

 

▲찐빵 덕분에 추운 조립식 농가주택의 실내 온도가 갑자기 따뜻해졌습니다.

 

 

치지직~

찐빵익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훈훈해져 이제 덥기까지합니다.

그것은 혜경이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온 집안을 뜨겁게 달구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뜨거운 마음의 온도는 30년만에 찾아온 강추위도 잊어버리게 하는군요!

 

 

▲마음까지 덮혀주는 혜경이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들어있는 찐빵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한입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는데 왠지 모르게 목에 멥니다.

 

으음~ 내 마음이 왜 이렇까?

찐빵 하나

입에물고

행복에 겨워서

목이 메다니...

 

마음까지 녹여주는 이웃집 혜경이 엄마의 따뜻한 마음씨 덕분에

동장군을 이겨내며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찐빵 하나라도 나누어 먹는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지리산 섬진강변에서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