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

찰라777 2011. 2. 14. 11:32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

 

날마다 마당을 쓰는 반특이와

부지런한 순천 조카를 생각하며...

 

△이른 아침 마당을 쓸고 있는 스님(지리산 법계사)

 

어젯밤에는 '반특이' 꿈을 꾸었다. 꿈은 참 이상하다. 오래전, 아내를 만난 후 불법을 접하고 나서부터 나는 어느 스님으로부터 '반특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어렴풋이 반특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반특이가 꿈에 나타났다. 나는 반특이처럼 우둔하게 살고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보면 비웃었다.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면 반특이 이야기를 전해주곤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나를 비웃었다. 그래도 나는 반특이 이야기를 했다. 어느 절 법회에서 반특이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들의 비웃음을 당하며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반특이…그와 나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반특이는 어리석고 둔한 사람이었다. 부처님 당시 오백 명의 수행자들은 날마다 그를 삼년 동안이나 가르쳤지만 반특은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은 반특이 무슨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며 그를 비웃었다. 반특이가 하는 일은 매일 수행자들이 머무는 곳을 깨끗하게 쓸고 닦는 일이 전부였다. 그는 청소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법구비유품에 나오는 반특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이 당시 머리가 매우 우둔한 반특이라는 비구가 있었다. 부처님은 5백 명의 아라한들을 시켜 날마다 그를 가르쳤으나 3년 동안 게송 한 줄도 외우지 못했다. 부처님은 반특을 가엾이 여겨 하루는 직접 불러다가 게송 한 구절을 가르치셨다.

 

"입을 지키고 뜻을 다스려 몸으로 나쁜 일 범하지 말라. 이와 같이 행하는 이는 이 세상을 잘 건너가리라."

 

반특은 부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동되어 이 게송을 듣자 그대로 따라 외웠다. 부처님은 다시 반특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늙어서야 겨우 게송 한 구절을 외웠을 뿐이다. 나는 너에게 그 이치를 설명할 것이니 일심으로 자세히 들어라."

 

반특은 분부대로 열심히 듣고 있었다. 부처님은 그를 위해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의 몸으로 짓는 세 가지 업, 망어(妄語), 기어(綺語), 양설(兩舌), 악구(惡口)와 같은 입으로 짓는 네 가지 업, 탐욕 성냄 어리석음과 같은 뜻으로 짓는 세 가지 업에 대해 설명하시고,  그 십업이 일어나는 원인과 소멸시키는 방법을 말씀하셨다.

 

또한 그 업으로 말미암아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을 쉬지 않고 윤회하는 것과, 또 그 업 때문에 하늘에 태어나기도 하고 지옥에 떨어지기도 하며, 또 도를 얻어 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잘 분별하여 말씀하시고 또 한량없는 묘법을 설명해주셨다. 그러자 반특은 마음이 탁 트이어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이 무렵 부처님께서는 날마다 비구 한 사람씩을 보내어, 5백 명이 살고 있는 비구니(여승) 절에서 설법을 하도록 했었는데 마침 반특이 갈 차례가 되었다. 비구니들은 반특이 온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비웃으면서 다음과 같은 모의를 했다.

 

"내일 반특 비구가 오거든 오히려 우리가 게송을 읊어서 망신을 주자."

 

다음날 반특은 비구니 절로 갔다. 여러 비구니들이 나와 예배하며 맞이하는 척했으나 저희들끼리 서로 눈짓을 해가며 웃고 있었다. 모두 자리에 앉아 공양을 마치자 비구니들은 반특에게 설법을 청했다. 반특은 곧 설법하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덕이 엷고 재주가 모자라 맨 끝자리의 사문이 되었으며 본래부터 완고하고 우둔하여 배운 것이 많지 않다. 그러나 게송 한 구절은 외우고 그 이치를 약간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설하려고 한다. 모두들 조용히 들어라."

 

그때 여러 비구니들이 앞질러 게송을 읊으려 했으나 갑자기 입이 열리지 않았다. 비구니들은 서로 쳐다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아무도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비구니들은 비로소 자기들의 생각이 잘못임을 알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허물을 뉘우쳤다.

 

반특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몸과 마음이 짓는 죄와 복, 하늘에 오르는 길과 도를 이루는 법과 생각을 끊고 선정에 드는 법 등을 낱낱이 설명하였다. 비구니들은 그 설법을 듣고 마음속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쁜 마음이 일어나 모두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뒷날 바사닉 왕이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여 정전(正殿)에서 설법을 듣기로 하였다. 부처님은 반특으로 하여금 위신력을 나타내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발우를 들고 오도록 하셨다. 부처님이 먼저 궁궐로 들어가시고 대중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때 문을 지키는 군사들이 반특이 오는 것을 보자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사문으로서 게송 한 구절도 외우지 못한다. 나는 속인으로서도 게송을 알고 있다. 아무런 지혜도 없는 그대에게 보시한다 해도 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당신 같은 사람은 청한 일이 없으니 들어 갈 수 없다."

 

하는 수없이 반특은 대궐 밖에 서 있게 되었다. 어느덧 공양시간이 되었다. 부처님은 공양을 하기 위해 정전 위에 자리를 잡고 계셨다. 이때 부처님은 움직이지 않고 계시는데 발우를 든 긴 팔이 밖으로부터 쑤욱 들어오더니 부처님 앞에다 그 발우를 놓았다. 왕과 신하들과 태자들이 이것을 보고 모두 놀라서 물었다.

 

"이 팔은 누구의 팔입니까?"

"이 팔은 반특 비구의 팔이오. 그는 요즘 도를 얻었소. 이곳에 올 때 내가 발우를 가지고 오라고 주었는데, 문을 지키는 군사가 그를 들여보내지 않아서 지금 팔을 펴서 이 발우를 내게 주는 것이오."

 

왕은 즉시 반특을 들여보내도록 했다. 뒤늦게 들어오는 반특의 위신은 매우 훌륭해 보였다. 왕이 부처님께 물었다.

 

"반특은 성품이 원래 우둔하여 게송 하나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인연으로 도를 얻었습니까?"

 

"많이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요. 행하는 것이 제일이오. 반특은 겨우 한 구절의 게송을 외우고 그 이치를 알 뿐이지만 그가 알고 있는 이치는 이미 신의 경지에 들어가 있소. 몸과 입과 마음으로 일으키는 업은 이미 순금과 같이 고요하며 빛을 내고 있소.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그 뜻을 해득하지 못하고 또 실행하지 못하면 한갓 정신만 어지러울 뿐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소."

 

 

 

이 말씀에 이어 부처님은 게송을 읊으셨다.

 

雖誦千言 句義不正 不如一要 聞可滅意

수송천언 구의부정 불여일요 문가멸의

 

비록 천 마디의 글귀를 외우더라도

그 글의 뜻이 바르지 않으면

한 마디의 말을 들어마음을

편안히 다스리는 것만 못하다.

 

雖誦千章 不義何益 不如一義 聞行可度

수송천장 불의하익 불여일의 문행가도

 

비록 천 마디의 말을 외우더라도

올바른 뜻이 들어 있지 않으면 무익하다.

단 한 마디의 뜻이라도

옳게 듣고 그대로 행하여

편안함을 얻음만 못하다.

 

雖多誦經 不解何益 解一法句 行可得道

수다송경 불해하익 해일법구 행가득도

 

아무리 많은 경전을 외워도

뜻을 알지 못하면 이익이 없다.

단 한 구절의 법을 알아도

그대로 행하면 깨달음 얻는다.

 

부처님이 이 게송을 마치자 모든 비구들은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며 왕과 신하들과 태자들도 마음에 평안과 즐거움을 얻었다.

 

- 법구비유경 -

 

아침에 108배를 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있는데, 밖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직 어두움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는 이른 아침에 누굴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니 순천에 살고 있는 처조카이다. 저런! 이렇게 이른 아침에 계족산을 넘어오다니…. 그녀는 순천의 어느 고등학교 구내식당에서 조리사를 하고 있어 매우 바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아내와 함께 보따리를 풀어보니 오곡찰밥, 우엉나물, 톳나물, 닭도리탕 등이 들어 있었다. 내일모래가 보름이라고 정성스레 보름 상을 준비해 온 것이다.

 

몸이 성치 않은 고모를 위해서 정성 것 준비해 온 것이다. 그 정성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녀는 학교에 간다고 하면 선걸음으로 계족산을 넘어 갔다. 계족산을 넘어 순천에 가려면 30분이 넘어 걸린다.

  

△순천 처조카가 새벽같이 가져온 나물과 오곡밥  

그녀는 정말 반특이 같은 여인이다. 말보다 몸이 항상 앞서는 보시 행(行)을 한다. 천 마디의 말을 외우더라도 올바른 뜻이 들어 있지 않으면 무익하다. 단 한 마디의 뜻이라도 옳게 듣고 그대로 행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아무리 많은 경전을 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문득 헬런 켈러 여사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행복해지려면 행복을 낳는 일들을 해야 한다. 행복은 삶의 정원에서 가장 느지막이 익는 열매 가운데 하나이다.

 

인도에는 아주 기가 막힌 묘기가 하나 있다. 망고 씨를 땅에 심고 해녀가 주문을 외우면 5분도 안 돼 망고나무가 자라서 꽃이 활짝 핀다! 나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아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그것을 마술 외의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 우리는 망고나무를 키워본 적이 없더라도 그것이 5분 안에 자랄 수 없음을 안다.

 

요컨대,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선'을 행하는 것이다. '행선(行善)은 곧 확실한 행복이다. 이것은 명백한 인과법칙이다.

 

-헬렌 켈러-

 

 

순천이 처조카를 보면 선행을 하는 모습이 좔좔 흐른다.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녀를 거울삼아 하루에 아주 작은 일이라도 선행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 선행이 곧 행복의 열매를 맺지 않더라도 꾸준히 행할 일이다.

 

우리 집 앞길을 쓸고, 마을회관 마당을 쓰는 일부터 하자. 내가 바라는 행복이 곧 오지 않더라도. 행복은 삶의 정원에서 가장 느지막이 익는 열매라고 하지 않던가?

 

 

(2011.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