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하동 '천년차나무'가 아프다!

찰라777 2011. 5. 13. 19:19

 

하동 정금리 천년차나무는

높이 4.2m, 밑동 둘레 57cm, 수관폭 5.6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차나무로 인증을 받은

'한국최고차나무' 또는 '천년차나무'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겨울 동해를 입어 고사위기에 처해있다.

 

 

 

 

▲하동 "천년차나무"가 지난 겨울 동해를 입어 아사직전에 있다.

죽은 끝가지부분을 잘라낸 곳에 진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살아날 희망은 있다.

 

 

 

"천년차나무가 동해를 입어 너무 아파해요."

"링게르를 맞았는데도 시들시들 하당께."

"푸닥거리를 해서라도 저 천년차나무를 꼭 살려야 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차나무인 '천년차나무'가 동해를 입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제16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지난 5월 7일 천년차나무를 찾아 하동 정금리로 갔다. 도심다원 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차나무 위치를 물어보니 할머니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저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푸닥거리를 해서라도 하동 야생차의 상징인 천년차나무를 기필코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푸닥거리를 해서라도 "천년차나무"를 꼭 살려내야 한다고

걱정을 태산 같이하며 찻잎을 따는 할머니들(정금리 도심다원) 

 

 

천년차나무는 도심다원 맨 꼭대기에 있다. 천년차나무를 만나러 가는 대문에는 험상궂게 생긴 대장군들이 눈을 부릅뜨고 보초를 서고 있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녹차대장군, 신토불이대장군, 차사랑여장군이 켜켜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많은 장군들이 지키고 있어도 천년차나무는 겨울동장군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시들시들 맥이 없이 서 있다.

 

푸른 찻잎 한 장 달리지 않고 하연 가지를 축 느려뜨리고 힘없이 서 있는 차나무는 곧 쓰러질 기세다. 주변에 잡목들은 모두 파릇파릇 새잎을 돋아내고 있는데 유독 천년차나무만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죽기직전의 숨넘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높이 4.2m, 둘레 57cm로 한국최고차나무로 인증까지 받은 하동 천년차나무의 벌거 벗은 모습

 

 

하동 정금리 천년차나무는 높이 4.2m, 밑동 둘레 57cm, 수관폭 5.6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차나무로 '한국최고차나무' 또는 '천년차나무'로 불리고 있다.

 

한국기록원은 여러 가지 논란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차문화연구회와 한국양명학회의 실측자료를 근거로 2008년 한국최고차나무'란 인증서를 하동군에 전달한바 있다. 또한 경상남도는 지정기념물 제264호로 지정을 하여 보호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요란하게 인증서까지 받은 문화재를 어떻게 관리를 하였기에 그렇게 귀한 존재인 차나무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까? 이 차나무를 관리하고 있는 하동군 문화화광광과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보았다.

 

"지난겨울 예상밖의 강추위가 몰아쳐서 차나무가 동해를 입은 것 같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링거 등 영양분을 투입하고 보온조치를 하는 등 응급조치를 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동군 문화관광과 김성채 씨의 말이다. 지난겨울 예상 밖의 강추위로 차나무가 동해를 입어 쇠약해진 차나무에 대하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응급초치를 하고 있는데, 다른 나무들에 비해 오래된 차나무에 대한 관리사례가 없는데가 동해를 심하게 입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실토했다. 또한 차나무가 있는 위치가 개인 소유의 차밭에 있다 보니 관리상의 어려움도 있다는 것이다.

 

 

 

 

▲관리보호보다는 요란한 구조물 설치로 고통을 당했을 차나무가 안스러워보인다.

 

 

죽어가는 끝가지를 잘라낸 자국을 자세히 살펴보니 잘린 자국에서 진물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차나무 주변에는 짚으로 보온 조치를 해 놓고 있다. 겨울이오기전에 미리 차나무를 감싸서 보온 조치를 했더라면 이렇게 동해까지는 입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미 작년부터 감나무 등이 냉해를 입는 등 이상기온에 대하여 기상청은 여러차례 예보를 해 왔었다. 쌍계사 주변의 야생차나무들도 상당히 많은 냉해를 입어 5월인데도 푸른 찻잎보다는 붉은 빛을 띠는 차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관리당국이 천년차나무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우렸다면 저렇게 심하게 동해까지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최고차나무'라고 비석까지 써 붙이고, 요란하게 나무로 거대한 구조물까지 설치한 것에 비해 주인공인 차나무에 대한 보호관리는 소홀하게 하여 거의 아사직전에 있다. 오히려 이런 치장을 받는 동안 차나무는 괴로웠을 것이다. 이런 요란한 전시효과보다는 관리보호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저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 아닐까?

 

어떻든 '천년차나무'는 하동 차나무의 상징물이다. 하동군은 한국 최초의 야생차 시배지를 자랑하며 해마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또한 이 축제는 외국인들에게도 상당히 알려져 찻잎 따기, 차문화 예절 익히기 등 체험관광으로 점차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내실관리보다는 밖으로 나타내는 전시효과에만 너무 치중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동 야생차나무의 상징인 "천년차나무"를 꼭 살려내야한다

 

 

 

"우짜꼬? 살아날 것 같습디까?"

"절도 좀 했나염?"

"살아나라고 기도 잘 하셨제?"

 

천년차나무가 제발 원기를 회복하하여 살아나기를 기원하면서 차나무에게 합장 배례하고 내려오는데 찻잎을 따고 있는 할머니들이 또 다시 한마디씩 던진다. 차나무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할머니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 보인다. 찻잎을 따는 할머니들의 염원처럼 하동군은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하동 야생차의 상징인 천년차나무를 꼭 살려 내야 한다. 

 

(2011.5.7 하동 정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