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섬진강일기

새들이 자꾸만 유리창 풍경에 부딪친다는 개구리집

찰라777 2011. 6. 17. 06:56

 겸손하고 간소한 삶

 

 

 

 

오늘은 오랫만에 양동마을 개구리집에 갔습니다. 서로가 바빠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마침 오늘은 집에 있다고 김선생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구례읍에 다녀오는 길에 우리는 농협에서 퇴비 거름 세포대를 사가지고 갔습니다. 개구리집은 자동차가 없어 무거운 퇴비를 나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텃밭에 가꾼 채소와 꽃들이 몹씨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섬진강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개구리집에 도착을 하니 푸른 대나무가 울타리를 치고 소나무 한그루 지붕을 덮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합니다. 모든 것을 손수 만들고 지은 개구리집은 언제 보아도 담백하고 심플합니다. 대나무와 소나무, 작은 집, 그리고 텃밭과 정원이 보기만해도 마음을 가라 앉혀주는 수행의 공간이 다가오는 느낌을 줍니다.

 

 

 

 

개구리집은 미국에서 살다가 마음을 수련하기 위해 네팔로 가서 몇 년 수행을 하다가 한국의 지리산에 우연히 오게 되었는데 지리산이 너무나 좋아 이곳에 눌러 앉아 살게된 부부입니다. 개구리를 너무나 좋아하여 개구리 문패를 달고 거실에 들어가면 개구리 조각, 개구리 인형, 개구리 그림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습니다.

 

 

마을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터를 잡아 손수 15평 정도의 저 집을 지어 텃밭에 야채와 꽃을 가꾸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개구리 집에는 TV도 없고, 전화도 없으며, 자동차도 없습니다. 방 하나 거실 하나, 그리고 난방은 작은 장작난로 하나로, 침대 하나, 쇼파도 없습니다. 가진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생활은 최대한 간소화하며 매일 텃밭에서 일하고, 책을 읽으며 독서를 하고 개구리 조각을 하면서 수행을 하며 살가는 부부입니다.

 

 

 

 

섬초롱 꽃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두 부부다 텃밭에 심어놓은 꽃들이 사계절피어나는 개구리집은 언제나 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꽃은 끈끈이대나무풀이라고 하는데 꽃이 아주 곱게 피어 있습니다

 

 

 

 

집 앞 화단에는 여러가지 꽃이 피어나는데 지금은 두레 달맞이 꽃이 달을 향하여 아주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마치 달을 향하여 미소짓는 듯한 달맞이꽃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방문객을 반겨주고 있습니다.

 

 

 

 

저희집에도 개구리 집에서 분양을 받은 달맞이 꽃이 피어있는데 개구리집 달맞은 꽃은 참으로 곱게 피어나 있군요.

 

 

 

 

텃밭에는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 등 각종 야채를 심어 놓았는데, 아주 정리정돈을 잘해 놓았습니다. 대나무로 지주대를 세워서 하늘로 뻗어 올라가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놓고 있습니다. 개구리 부부는 식물에 대하여도 각별히 정성을 들여 키우고 있습니다. 마치 정원수처럼 엮여져 있는 텃밭이 집과 잘 어울립니다.

 

 

 

 

개구리집 앞 벽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하나 나 있는데 그 유리창에 비친 풍경이 너무나 선명하여 새들이 날아와 자꾸만 부딪친다고 합니다. 새들은 유리창 속의 풍경이 마치 실제 나무들인줄 착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새들이 유리창에 날아와 부리로 유리창의 풍경을 쪼아대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새들이 착각을 하지 않도록 유리창 중간중간에 색동이로 퍼즐을 붙여 놓았다고 합니다. 그런뒤로는 부딪치는 횟수가 줄어 들어싸독 하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솔거의 벽화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새들이 날아와 유리창 풍경에 자꾸만 부딪친다는 개구리집 유리창 풍경

 

 

 

 

유리창에 비친 풍경이 마치 실제 풍경과 비슷합니다.

 

 

 

 

텃밭 건너에는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정원에 앉아 있으니 밤꽃향기가 매우 그윽하게 온 몸을 베어듭니다. 오동나무(왼편)와 팽나무가 양편에 서 있고 그 사이로 보이는 밤꽃 언덕이 한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밤꽃

 

 

 

쑥갓 꽃이 이렇게 아름답게 피어나는 줄을 몰랐습니다. 우리집은 일전에 쑥갓을 모두 뽑바 버렸는데 꽃을 본 아내가 몹시 후회를 하는군요. 모든 식물들은 꽃이 필 때가지 기다려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쑥갓꽃

 

 

 

 

패랭이꽃

 

 

 

 

오이꽃도 노랗게 피어 있습니다.

 

 

 

 

무화과 열매로 튼실하게 열려 있습니다.

 

 

 

 

 

 

 

 

후박나무 잎새

 

 

 

 

옆에서 바라본 개구리집과 텃밭이 매우 환상적입니다. 더구나 대나무들이 모두 새순이 돋아나 푸르름은 더해주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에 너무 추워서 대나무들이 시들 시들 했는데, 다시 봄기운을 받아 푸른 잎새를 돋아내 멋진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뒤뜰에는 주변의 돌을 주어 모아 탑을 쌓아 놓았는데는 두 부부의 수행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탑을 공들여 쌓아 놓은 모습을 보더라도 말없이 수행을 하는 두 부부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돌탑 주변에는 바위취가 아련하게 피어 있습니다. 바위취는 돌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개구리 부부가 손수 쌓아올린 돌탑은 마치 마이산의 돌탑을 보는 듯 합니다.

 

 

 

곱게 피어난 바위취꽃

 

 

 

 

돌탑 옆에는 작은 연못을 만들어 놓고 수련을 심어 놓고 있습니다. 연못의 물은 개구리집에서 300m나 떨어진 계곡에서 파이프를 연결하여 백운산의 맑은 물이 흘러오게 해놓았습니다.

 

 

 

수련이 맑은 물속에 잠수를 하여 피어 있군요.

 

 

 

 

 

2단으로 만든 연못에는 작은 분수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바위취꽃과 연못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못에서 흘러나온 물은 텃밭을 돌아가게 작은 시내를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멀리 계족산이 바라보이는 개구리집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두 부부의 모습이 그저 아름답기만 합니다. 매우 검소하고 간단하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개구리 부부를 보면 참으로 느낌 점이 많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책을 사랑하며, 정원을 가꾸면서 수행을 하는 두 부부의 삶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채식을 하는 두 부부의 수행 깊이가 어디까진인지 가늠이 가질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겸손한 삶을 살아가는 두 부부의 모습에서 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겸손의 미덕과 삶의 향기를 느끼곤 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텃밭 한 쪽 팽나무 밑에는 작은 정자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정자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정자도 김선생이 손수 만들었는데, 투박하지만 아주 정감이 가는 정자입니다.

 

 

 

정자에 앉아 차 한잔을 나누며...

 

 

 

 

(2011.6.15 개구리 집에서)

 

'국내여행 > 섬진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이 춤을 춘다  (0) 2011.06.21
뽕뽕 방귀끼는 뽕나무 오디  (0) 2011.06.20
너도 밤나무냐?-밤꽃 향기 야시시한 섬진강 <19번 도로>  (0) 2011.06.15
청매실  (0) 2011.06.14
보리밭  (0) 201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