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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감 더하기 1-추억의 기차여행

찰라777 2012. 2. 25. 08:36

추억의 6감 여행

 

 

임진강 얼음장 밑으로 골골골 물 흐르는 소리를 듣다가 용산역에서 호남선 종착역 목포로 가는 9시 20분 발 KTX를 탔다. 유치원 졸업식과 입학식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다.

 

DMZ 부근 임진강에서 출발하여 자유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느낌은 남다르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은 그 어느 강보다도 민족이 서름을 느끼게 하는 강이다. 경순왕릉, 황포돗대, 김신조 1.21침투로, 땅굴, 임진각, 통일전망대... 뭐 이런 간판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임진강은 가슴이 저리고 아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아내는 봉천동 큰 아이 집에 남고, 홀로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면, 영혼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철길의 매듭 위를 스르륵스르륵 달리는 경쾌한 리듬소리는 추억의 파일을 불러들이고,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감각의 문을 열게 한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다.

 

“영혼만이 감각을 치유할 수 있듯이 감각만이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감각의 샘은 참으로 중요하다. 감각을 느끼지 못한 사람은 죽어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감각을 눈, 귀, 코, 혀, 몸, 그리고 마음 육감으로 느끼게 된다. 이 6감속에 영혼이 잠들어 있다.

 

기차를 타면 6감이 열린다

 

기차를 타면 적어도 눈과 귀와, 코 세 가지 감각이 열리게 된다. 그리고 수레에 먹 거리를 잔뜩 싣고 지나가는 열차수레판매원으로부터 커피를 한잔 사서 마시면 덩달아 후각과 미각의 문이 열리고, 마침내 마음의 문도 열리게 된다. 이런 분위기라면 그 누구와도 마음의 문을 열어 대화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차여행은 좋은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기차에서는 시각의 문이 압도한다. 차창에 비치는 늦겨울 풍경이 좋았다. 아니 이제 봄이 오는 풍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차를 타고 두 눈으로 창밖을 바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나 KTX는 너무 빠르다. 빨리 가서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풍경들이 순식간에 훌떡 지나가버리는 바람에 아쉬워진다. 사실 늘 그렇듯이 가장 빠른 자가 어리석음으로 똘똘 뭉친 채 돌아다니게 된다.

 

어쨌든 그래도 도시의 풍경보다 산, 들판, 강, 마을… 이런 한적한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해님이 구름 속을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숨바꼭질을 했다. 영국의 위대한 사상가 존 러스킨은 말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위대한 행위는 보는 것이다. 선명하게 본 광경은 시이자 예언자이며 종교이다.”

 

6감 중에서 보는 것만큼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창밖을 내다보다가 틈틈이 책을 읽었다. 미국의 일간지 기자생활을 25년간이나 하다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쓴 ‘혼자 사는 즐거움’이란 책은 기차에서 읽기에 딱 좋은 내용들이었다.

 

 

 

 

 

기차는 3시간 10분 만에 나를 목포역에서 내리게 했다. 항구에 내리니 풋풋한 갯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냄새는 추억을 일깨운다. 그 뿐만 아니라 잠자는 감각을 일개우고, 열정을 자극하여 불현듯 사랑에 빠지게도 한다. 나는 항구의 갯냄새가 좋다.

 

목포는 내가 시골에서 기차통학을 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나온 추억이 항구이다. 목포는 항구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거리며 날아갔다. 역에서 내린 나는 유달산을 바라보며 추억 학창시절로 빠져 들어갔다.

 

호남선 기차를 목포 항구로 달리다 보면 언제나 추억의 6감이 저절로 열린다. 6감이 열리는 추억의 여행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