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입밋 돋우는 봄철 냉이, 보약중의 보약

찰라777 2012. 3. 9. 06:14

봄철 보약 입맛을 돋우는 중의 보약

냉이, 씀바귀, 물쑥..................

바구니에 가득찬 행복을 들고 오다

 

"아랫집에 사는 연이 할머니가 냉이를 캐러가자고 하네요."

"냉이가 벌써 돋아났을까?"

"글쎄요. 풀이라고는 보이지 않던 테…"

 

우리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연이 할머니를 믿고 냉이를 캐러가기로 했다. 연이 할머니는 냉이를 캐는 뭔가 꿍꿍이속이 있을 것이다. 비닐봉지 두 개와 칼 두 개를 챙겨들고 연이네 집으로 가는 아내를 카메라를 챙겨들고 따라 나섰다. 봄볕이 부드럽게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동이리 임진강변에서 냉이를 캐는 연이 할머니와 연이, 그리고 아내

 

 

연이네 집에 도착하니 연이 할머니는 허리에 바구니를 차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연이네 집에서 커피를 한잔하고 우리는 냉이를 캐러 나섰다. 연이 할머니는 칼을 들고 온 우리를 보더니 "칼로는 안 돼요. 여기 호미가 있으니 호미를 넣으세요."하며 호미를 챙겨 주었다.

 

"냉이가 있을까요?"

"나만 따라 와 봐요. 남이 캐 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캐야 해요."

 

 

▲연이 할머니가 캐낸 냉이뿌리 ,그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을 돋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연이도 함께 따라 나섰다. 우리는 연이 할머니를 따라 임진강변 평화누리길로 갔다. 까치가 푸드득 거리며 날아갔다. 그러나 임진강 변은 메마른 풀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연이 할머니는 그 메마른 땅을 호미로 후벼 내더니 냉이 뿌리를 캐내어 들어 보였다.

 

"자, 이거 좀 봐요. 이 봄철 냉이가 보약이거든."

"와~ 정말 냉이네요."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냉이. 언땅이 녹아 대지가 촉촉히 젖어있다.

 

 

냉이는 잔뿌리를 달고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이 할머니의 말로는 이미 작년에 뿌리를 내린 것인데 겨울을 이겨내며 땅속에 자라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냉이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연이 할메는 잘도 찾아냈다.

 

 

"할메 나도 여기 냉이 캤어!"

"어, 맞구나! 잘했네."

 

 

연이까지 냉이를 캐는데, 우리는 한 뿌리도 캐내지 못하자 연이 할메는 호미로 냉이를 가르쳐 주며 캐내라고 했다. 이것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다. 수십 년을 시골에서 살아온 연이 할메는 냉이를 캐는 프로다. 그러나 도회지에서만 살아 온 우리는 완전새내기 아마추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이렇게 다른 것이다.

 

 ▲마른 물쑥대를 파내면 이렇게연한 물쑥 뿌리가 돋아나고 있다.

 

 

입맛 떨어진 임금님 수라상에 자주 올랐다는 물쑥은 입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이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어 건강식으로 그만이다. 한방에서는 물쑥을 ‘누호(蔞蒿)’라 해서 뿌리를 제외한 전초를 생리통, 간 기능보호에 약용하기도 한다. 물쑥은 쑥과 달리 뿌리만 먹으며 진한 향이 특징이다.

 

어린잎은 주로 데쳐서 소금 간을 해 새콤하게 무치거나 고춧가루를 넣어 붉게 무쳐 먹는데, 뿌리는 참기름에 살짝 볶아서 고추장, 된장, 통깨를 넣고 간이 잘 배도록 많이 주물러 무쳐서 먹으면 진한 향과 함께 입맛을 돋우는 기가막힌 맛이라고 연이할메는 열변을 토했다.

 

 

▲임금님 수라상에 자주 올랐다는 물쑥뿌리는 진한향이 나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마른 건초 더미를 파내면 연한 물쑥뿌리가 나왔다. 간혹 가다가 우리는 씀바귀도 캐냈다. 연이 할메를 따라다니다 보니 우리도 어느 정도 냉이를 발견하는 능력이 생겼다.

 

씀바귀 이른봄에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데, 잎의 상처에서 분비되는 흰 수액은 쓴맛을 내지만 기름에 무치거나 초간장에 무쳐 먹으면 오히려 입 맛을 돋운다. 식물의 뿌리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는데 위장약이나 진정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씀바귀 뿌리

 

 

마른 잎을 호미로 살살 후벼서 파 내려가면 냉이 뿌리가 깊이 박혀있다. 생명이 땅이 숨을 쉬고 있었다. 응달진 곳은 아직 언 땅이 녹지 않아 딱딱했다. 언 땅을 파내다가 그만 호미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나는 집으로 가서 호미를 찾아서 가져왔다. 그러나 그 호미도 끝이 부러지고 말았다. 호미질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다. 연이 할메는 호미가 부러지지도 아니하고 잘도 캐내는데…… 그러니까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다니까 ㅋㅋㅋ

 

 

▲얼음이 채 녹기도 전에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성질 급한 사람

 

 

임진강에는 얼음이 풀리자 갈매기가 찾아오고 오리도 어디선가 와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아직 얼음이 채 녹지않는 강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성질 한 번 급하군. 고기야 꼭꼭 숨어버려라. 버들강아지가 부드럽게 솜털을 내밀며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숲속에 있던 고라니가 후드득 놀라 달아나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도 덩달아 놀라 뒤로 물러서곤 했다. 이곳 연천군 임진강 변은고라니들의 천국이다. 그러나 도로가 발달되고 차량이 늘어나면서 고라니의 설땅도 점점 밀려나고 있다.

 

 

 

▲기지개를 켜고 돋아나는 버들강아자의 브드러운 솜털

 

 

자연의 조화는 정말로 절묘하다. 낮이 길어지고 햇볕이 점점 따스해지자 모든 만물이 소생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나절을 캐내고 보니 제법 냉이가 쌓였다. 연이 할메 바구니에는 어느새 바구니에 가득 냉이가 담겨졌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몇 끼는 해 먹겠네. 봄철 입맛도 돋우고, 보약중에 보약이제."

"와, 정말 많이 캤네요!"

"오기를 정말 잘했어요. 조금 있으면 남이 다 캐가고 없거든."

"그러게 말이에요. 오늘 너무 고마워요."

"다음에는 산나물을 캐러가요, 우리."

"네 그러지요. 꼭 함께 가요."

 

 

▲연천군 임진강변에서 캐낸 냉이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보약중의 보약이다

 

 

"하하 오늘은 바구니에 행복이 가득찼군."

"그러게 말이에요. 벌써 임맛이 도는데요."

"엄청 부자가 된 기분이야!"

"우린 언제나 부자 아닌가요?"

"ㅋㅋㅋ... 그러긴 해. 마음이 언제나 부자이니깐..."

뭐라고 해야 할까? 바구니에 가득찬 이 행복한 느낌! 임진강은 봄볕에 물비늘이 반짝이며 다이아몬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저 많은 다이아몬드가 우리 곁에 있으니 부자 부럽지 않군. 우리는 바구니에 가득 찬 냉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봄볕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비늘이 다이아몬드 보석처럼 빛났다. 저렇게 많은 보석이 있는 강가에 살고 있는 우린 부자중의 부자다 ㅋㅋㅋ...

 

 

점심을 먹고 냉이를 다듬었다. 흙을 털고, 잔뿌리를 정리해서 냉이를 물이 담가놓았다. 저절로 흙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씻어내야 한다. 흐르는 물에 씻으면 뿌리가 다쳐서 향과 맛을 잃게 된다는 것.

 

아내가 씻어내는 냉이를 바라보니 벌써 입에 침이 나온다. 냉이는 우선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음식이 아닌가! 냉이는 단백질, 비타민,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봄철 건조한 날씨로 인해 눈이 피로하고 건조할 때 먹으면 제격이다. 춘곤증으로 피로해지기 쉬운 계절, 간에도 좋고 눈에도 좋다는 냉이 국을 연이 할메 덕분에 먹게 되었으니 연이 할메한 테 감사를 드려야 했다.

 

 

 

 

 봄볕에 반사되어 물비늘이 반짝이는 임진강. 해빙이 되어가는 물속에서 누군가 고기를 잡고 있다.

 

 

언 땅속을 밀고 나오는 달맞이꽃 로제트

 

 

별꽃의 함성!

 

 

평화누리길에 철철 흘러내리는 약수맛!

 

 

아직은 건조한 임진강 숲길에는 가끔 고라니들이 튀어나와 놀라게 한다니까...

 

 

임진강변에 있는 연이네 집. 연이 할메는 우리들의 사부다!

 

(2012.03.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