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찰라의 영농일지] 쟁기가 부러지다

찰라777 2012. 3. 17. 07:51

"나무를 심는 자들이여

천국이 그대 것이니..."

 

쟁기가 부러지다

 

 

3월 9일 (금요일)

포클레인으로 땅 뒤집기

 

 

▲납작돌이 많아 밭을 일구기가 만만치않을 것 같다.

 

 

오갈피나무를 식재하기로 결정하고 밭을 일구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몇 년 째 묵혀온 땅인데다가 흙이 딱딱하고 돌이 많아 작물을 식재하는 밭으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가 않을 것 같았다. 돌이 워낙 많아 트랙터나 경운기로는 갈아엎을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1차적으로 포클레인을 동원하여 흙을 뒤집어엎기로 했다. 이 작업은 하은이 아빠가 두포리 이장 댁에 부탁을 하여 마무리를 하기로 했다. 아내의 병원 외래가 있고, 나도 오른족 팔목 인대가 늘어나 봉천동 동네 고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오른쪽 팔목 인대는 무거운 것을 들면 늘어나곤 하여 골칫거리다.

 

 

의사는 팔목에 안전대를 두르고 물리치료를 계속 다니라고 했다. 오후에 하은이 아빠로부터 작업을 마무리 하였다고 전화가 왔다. 다음날 응규와 함께 양재동 나무시장에 오갈피나무를 구해서 두포리 밭으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인사동을 갔다. 30만 톤급 외항선을 몰고 다니는 외한선장 상일이 친구가 귀국을 했는데 인사동에서 응규, 응규 매형과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던 것. 모두가 한 고향 친구이다. 인사동에서 친구들을 만나 섬진강 한식집에 갔더니 만원이었다. 예약을 해야 하는데 그냥 왔더니 자리가 없다. 섬진강은 내가 직장 생활을 할 때 오래전부터 다니던 한식집이다. 주인이 섬진강이 고향인 남 마담인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다정한 표정이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자리가 없어서 어떡하지요? 1시정도면 자리가 비겠는데요."

"예약을 하지 않고 불쑥 나타난 내가 잘못이지요. 동네 산책을 하고 1시경에 다시 올게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이니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을 먹고 싶었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붐비는 인사동 쌈지 빌딩으로 가서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봄볕이 따스한 인사동은 젊은 청춘남녀들로 붐비고 있었다.

 

인사동을 구격을 하다가 1시에 섬진강에 갔더니 그래도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다려서 먹는 음식이 맛있다고 했던가. 시장이 반찬이라 그러겠지. 점심을 먹으며 지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3월 10일 (토요일)

돌 반 흙 반, 질척한 진흙 땅

 

 

▲질척한 진흙땅은 밭농사를 짓기가 어렵다. 원래 논을 흙으로 매운 땅이다.

 

 

오전 10시경 양재동 나무지장에 가니 나무를 사로 온 사람들로 붐볐다. 바야흐로 나무를 심는 철이 돌아온 것이다. 나무는 봄에 싹이 나기 전 3~4월과 가을에 잎이 떨지고 난 후 11월이 심는 적기다.

 

인터넷에서 비리 시장 조사를 해보니 오갈피나무는 1년생은 1주에 500원, 2년생은 1,000원~1,500원 정도 했다. 그런데 미리 주문을 해 놓아야 나무를 농원에서 가져다 매장에 준비를 해 놓은 다고 하여 나는 일주일 전에 2년생 나무를 미리 주문을 해 놓았다. 1년생은 죽을 확률이 30%가 넘는다고 해서 2년생을 주문했다.

 

 

▲2년생 오갈피나무 묘목

 

 

주문을 해 놓은 매장에 가보니 2년생 뿌리가 튼실한 오갈피나무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오갈나무 1000주에 우수리로 60주를 더해서 1060주를 사고, 금가락지에 심기위해 왕벚나무 2그루, 자목련 2그루를 샀다. 나무 심는 작업을 하려면 인부가 필요했다. 나무를 심어주는 인부 삯은 하루에 15만원이라고 한다.

 

"그렇게 비싸요?"

"그래도 요즈음 제철이라 나무 심는 사람은 구하기가 힘들어요."

"우리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심어보자고."

"생각을 해 보아야겠는데."

 

나무를 심는 인부는 나중에 한 번 더 고려를 해보기로 했다. 나무박사인 친구가 있으니 땅을 고르고 힘이 들어가는 일을 할 수 있는 인부를 구하면 품삭이 더 쌀 것 같다는 것이 응유의 판단이다.

 

 

나무를 싣고 양재동을 출발하여 응규와 함께 두포리 밭으로 갔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상태인가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응규의 생각이다. 양재동에서 파평면 두포리까지는 80km의 거리다. 두포리에 도착하여 현장을 살펴보니 포클레인으로 밭을 뒤집어 놓긴 했는데 돌이 워낙 많고, 배수가 되지 않아 그 상태로는 도저히 나무를 심을 수가 없다. 밭고랑을 타지 않으면 비닐을 씌우기도 힘들고 장마철에 나무가 물에 잠겨 자랄 수가 없다는 것이 친구 응규의 판단이었다.

 

땅이 워낙 질척한데다가 그대로 나무를 심으면 장마철에는 수렁이 되어 나무가 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밭고랑을 탄 후에 배수가 잘 되도록 한 다음에 나무를 식재해야 한다.

 

두포리 이장님 댁(여울)에 가서 매기매운탕으로 점심을 먹고 이장님에게 트랙터나 경운기로 밭고랑을 타 줄 것을 부탁했다. 이장님은 요즈음 농번기철이라 트랙터나 경운기 작업이 바쁜 철이라 작업일정을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장님은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부탁을 했는데 오늘 내일 사이로는 시간을 뺄 수가 없다고 했다. 아무튼 빠른 시일 내에 밭고랑을 타는 작업을 해줄 것을 부탁을 하고 이장 집을 나왔다.

 

오갈피묘목을 밭에 묻어둘까 하다가 꽃샘추위 내일과 모래 날씨가 영하 5~6도로 내려간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동해를 입을 우려가 있으므로 그냥 자동차에 싣고 서울 집으로 왔다. 묘목을 아파트 베란다로 옮겨서 스프레이로 물을 정성스럽게 뿌려 놓았다. 오갈피나무는 물을 좋아하므로 뿌리에 물이 마르면 안 된다.

 

 

 

3월 12일 (월요일)

밭고랑 타다가 쟁기를 부러뜨리다.

 

▲트랙터로 밭고랑을 치다가 쟁기가 부러진 땅. 납작하고 큰 돌에 부딪치면 쟁기도 부러지겠다.

 

 

두포리 임용석 이장과 몇 번이나 통화를 했다. 밭고랑을 빨리 타야 나무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이장님으로부터 오늘 트랙터로 밭고랑을 탄다고 전화가 왔다. 농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답사를 한 결과 밭에 돌이 워낙 많아 경운기로는 도저히 도랑을 탈 수 없다는 것. 돌이 둥글거나 작으면 농기계 작업을 하기에 좀 나을 것인데, 이 밭은 돌이 납작하고 큰데다 돌 반 흙 반이다. 더구나 흙이 진흙 종류인데다 생각보다 물이 많다.

 

그런데 맙소사 트랙터로 고랑을 치다가 쟁기가 부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큰 돌에 부딪친 쟁기가 배겨나지 못하고 부러지고 만 것이다. 투덜거리는 농부에게 미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현장에는 가지 못했다. 오늘은 내가 아산병원에 외래가 잡혀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혀 밑에 돌기가 돋아나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조직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다니던 아산병원에 예약을 했더니 오늘 오후 4시 마지막 시간에 잡혔다. 아산병원에 도착하니 언제 병원은 아픈 사람들로 붐빈다.

 

노종열 교수 특진으로 외래진단을 했는데, 혀에 마취를 하고 조직을 때어냈다. 의사의 말로는 가끔가다 60대가 넘으면 구강에 악성 종양이 나는 수도 있는데 일주일후에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혀는 예민한 곳이라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전기로 땜을 해야만 했다. 일주일분의 약을 지어 집에 돌아오니 6시가 다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

"뭐 괜찮겠지. 일주일 후에 결과 나온다고 하는군."

 

환갑이 넘도록 써 먹은 육체는 여기저기 고장이 나게 되어 있다. 고장이 난 부분은 장 수리하여 달래면서 살아가야 한다. 옛날 같으면 환갑을 넘으면 상노인이다. 요즘이야 의학이 발달하고 잘 먹고 관리를 잘 해서 환갑이 넘어도 젊은 청년처럼 살아가는데, 사실 나이는 속이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