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100% 살아난 오갈피나무 1000그루

찰라777 2012. 5. 23. 07:07

5월이지만 임진강변의 새벽공기는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두포리 오갈피나무 밭에 도착하니 새들이 노래를 부르고 산천은 푸르다. 어쩐지 기분이 상쾌하다. 3월달에 정성을 들여 심은 오갈피나무가 어떻게 자라나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함께 로타리를 치며 오갈피나무를 심었던 응규와 캡틴 서와 함께 두포리 농장에 도착을 했다. 고구마 같은 친구들....

 

"야, 이애들 아주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네!"

"오우, 정성을 들인 보람이 있어."

 

 

 

 

▲3월에 심었던 오갈피나무가 한그루도 죽지않고 생생하게 자라나고 있다.

오갈피의 생장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나무는 정성을 들인만큼 자란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퇴비를 주고 물을 정성스럽게 준 보람이 난다. 

 

 

 

그 척박한 땅에서 오갈피나무 새순은 보란듯이 손바닥처럼 생긴 5장의 잎새를 하늘로 내밀고 생글거리고 있다. 모든 것은 정성을 들인만큼 그 효과가 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돌밭을 일구고, 비닐을 씌워서, 오갈피를 심고, 일일이 물을 주었던 생각이 난다. 돌밭에서 돌을 주어 돌탑을 쌓아 올리며 제발 잘 자라 달라고 기원을 했던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그렇게 마음을 조리며 심었던 1000그루의  오갈피나무가 100%로 살아나 이렇게 새순을 내밀고 있다! 

 

연두색 잎새는 아침 햇빛을 받으며 갓난 아이의 손바닥처럼 곱고 생생하게 펴져 있다. 오갈피나무 잎이 5개로 갈라지기 때문에 '오갈피(五加皮)'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다.

 

여린 잎에 코를 대보니 은근한 향기가 품어나고 있다. 잎의 생김새가 곡 산삼을 쏙 빼 닮았다. 다만 산삼은 풀이고 오갈피는 나무이다. 오갈피나무는 항염증작용, 진통해열작용, 심장혈관의 작용을 돕는다고 한다.

 

 

▲밭두렁에 자란 오갈피나무는 이미 심어진 것으로 잎을 따서 쌈을 먹기에 좋다. 

 

 

특히 가시오갈피는 인삼보다 더 우수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옛 소련 학자들이 기적의 약효를 지닌 천연 약물로 발표한 이래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인삼을 능가하는 약효가 있는 약물로 널리 애용해 왔다.  

 

 

두포리 밭두룩에는 몇해전에 심어놓은 오갈피나무가 몇 그루 있다. 누군가가 이미 여린 잎들을 따간 흔적이 보인다. 우리는 오갈피나무 잎을 따서 점심때 쌈을 해먹기로 했다.

 

잎을 따는 데 향기가 그윽하게 베어난다. 우리는 오갈피나무잎과 뽕나무 잎을 따고 옆에 있는 논에서 돌미나리를 캤다.

 

돌미나리를 구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바로 밭에 딸린 논에 있는 줄도 몰랐으니 과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지난번 돌미나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에 사는 우공님이 보내주신 돌미나리 몇 포기를 습기가 많은 곳에 심었는데 그 돌미나리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밭에 달린 논에는 잡풀을 제거하고 미나리 방죽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우갈피를 심은 밭에는 비닐을 씌웠는데도 잡초가 끈질기게 뻗어나오고 있다. 6월쯤에는 잡초를 한번 뽑아주어야 할 것 같다.

 

 

 

▲대전에서 우공님이 보내주신 돌미나리도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다.

 

 

 ▲밭둑 산비탈 오디나무에 오디가 싱싱하게 매달려 있다.

 

 

 ▲위에서 바라본 오갈피나무 밭

 

 

오갈피나무잎과 뽕잎, 그리고 돌미나리를 어진간히 딴 다음 우리는 여분의 땅에 들깨씨를 뿌렸다. 갈퀴로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린 다음 다시 갈퀴로 흙을 긁어 덮었다. 씨를 뿌린 줄을 알고 새들이 알면 다 쪼아 먹는다고 한다.  허긴 녀석들도 뭔가를 먹어야 하겠지. 새들이 먹고 남은 씨만 나도 성공이지 않겠는가.

 

 

      ▲여분의 땅을 갈퀴로 고르고 들깨씨를 뿌렸다. 새들이 알면 다 쪼아 먹으리라.

      우리는 씨를 뿌리고 다시 갈퀴로 흙을 긁어 들깨씨를 덮었다.

 

 

응규는 내년 봄에 이 땅에 뽕나무를 심자고 했다. 비탈에 있는 뽕나무 한그루에 오디가 엄청나게 열려 있었다. 아마 이 지역에도 오디나무는 잘 자르는 모양이다. 논두렁에 있는 오디나무에도 오디반 잎반이다.

 

꿩들이 꿩꿩 울며 메이리를 친다. 들깨씨를 뿌린 우리는 밭에 널부러져 있는 돌을 주어서 탑을 쌓아 올렸다. 돌탑을 쌓다보니 문득 부탄의 다랑이 밭과 논이 생각이 난다. 해발 2000~3000m 고지에는 수없이 많은 계단식 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척박한 산비탈의 땅을 일구어 옥수수와 감자 등을 심어 먹고 살고 있다. 그 부탄의 논밭에 비하면 이곳 두포리 밭은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밭 옆에 딸린 논이서 미나리를 캐는 응규. 등잔밑이 어둡다고,

그렇게 구하려고 했던 돌미나리가 바로 밭 아래 있다니...

 

 

자동차에 농기구를 싣고 오갈피잎, 뽕잎, 미나리를 실었다. 흙냄새와 향기가 차안을 가득 매운다. 뽕도 따고 님도 따고... 오늘 아침은 그런 기분이다.  행복은 100% 살아난 오갈피나무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고 있는 거다.

 

히히... 미나리, 오갈피잎, 뽕잎으로 쌈장 푹 발라 밥을 한입 퍼 넣으면 맛이  기가 막히겠다! 어서 가서 쌈밥이나 먹자.... 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두포리를 떠나 임진강변을 달려 동이리 금가락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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