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애들아, 내가 없는 동안 잘있어?

찰라777 2012. 4. 23. 09:03

죽을 힘을 다해서 밀고 나오는

떡잎처럼 살아간다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아...

 

 

지난 10일간은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이렇게 바뿐 농사철에는

24시간을 늘려서 써도 부족할 것 같다.

채마밭을 일구고, 거름을 주고, 씨를 뿌리고...

 

 

 

 

채마밭에 뿌린 씨만 해도 몇 개나 되는지 모르겠다.

강남콩, 줄콩, 땅콩, 상치, 감자, 옥수수, 호박, 부추 모종, 미나리 모종....

나팔꽃 흰색, 보라색, 청색, 분꽃, 채송화, 유영초 씨를 뿌리고,

 

꽃잔디, 제비꽃, 꽃무릇, 수선화, 돌단풍, 괴불주머니, 괭이눈, 매화나무 등을 심었다.

참나무 버섯을 따고, 쑥을 캐서 쑥차를 덖고, 쑥국을 끓여 먹었다.

 

 

 

 

이제 잠시 이녀석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

오늘 이곳을 떠나가면 5월 중순에나 돌아온다.

아침 일찍부터 나는 녀석들을 일일히 돌아 보았다.

 

봄비를 맞아 맹렬하게 솟아오르는 떡잎들은 참으로 온힘을 다하고 있다.

딱딱한 씨를 발아를 하여 땅속을 밀고 올라오는 여린 잎은 그 힘 어디서 나올까?

아마 죽을 힘을 다하여 밀고 올라올 것이다.

 

 

 

식물처럼 이렇게 죽을 힘을 다하여 사람도 일을 추진한다면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또한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나는 녀석들의 손길을 하나 하나 잡아주며 격려를 했다.

어떤 녀석들은 나와 입맞춤을 하자고 했다.

나는 서슴없이 녀석들의 볼에 키스를 했다.

 

 

 

 

4월들어 갑자기 늘어버린 식구들이다.

이 녀석들을 두고 집을 비우자니 마음이 짠하다.

법정스님께서 애지중지 아끼던 난을 남에게

주어 버렸을 때에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는데...

그러나 이 녀석들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모두 필요한 녀석들이다.

무소유란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이지 아무것도 소유하지않는 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채마밭을 돌아보는 동안 아내는 어제밤에 또 쑥 쑥 자라난 참나무 버섯을 마져 따냈다.

오늘 따낸 버섯은 하은이네 집에 줄거라고 하면서.

버섯을 따서 봉지에 넣고 어제 밤새 다듬어 씻어 말린 쑥을 차를 만들 것은 비닐봉지에 넣고

국을 끓일 것은 더운물에 데쳐냈다.

 

 

 

 

밖은 비는 개었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아내와 나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부탄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아내가 심장이식을 하는 바람에 3년 넘게 이렇다할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기적같이 회복이 된 아내와 가장 먼저 가고 싶은 나라가 부탄이었다.  

그러나 건강도 그랬지만 치료비에 올인을 하느라 여행경비 조달도 쉽지가 않앗다.

 

부탄은 매우 가난한 나라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부탄!

우리는 부탄에 가서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을 만나고 올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저 맨몸으로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떡잎처럼 순수할까?

그들은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농사를 지어서 자급자족을 하고 있는 나라다.

앞으로 우리도 이 채마밭을 잘 가꾸어서 우리가 먹는 채소만큼은 자급자족을 할 생각이다.

 

들에는 먹을거리가 천지이고, 할일이 태산 같은데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지만

하여간 우리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여행을 떠난다.

오늘 인도로 가는 길에서 함께 여행을 갈 동반자들을 만나기로 되어 있다.

그들은 또 어어떤 사람들일까?

 

 

 

 

"애들아, 나 없는 동안 잘 커야 해."

"누군가 물을 주어야 하지안하요?"

"응, 하늘이 줄거야. 하늘이 더디게 주면 내 친구가 너희들을 돌봐 줄거다."

"네, 염려말고 잘 다녀 오세요."

 

나는 온몸으로 인사를 하는 채마밭의 떡잎 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아마 녀석들은 잘 견디어 낼것이다.

애들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