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먹을 수 있는 정원, 귀농은 새로운 시작이다!

찰라777 2012. 6. 27. 22:01

태고의 생태계를 간직한 연천

 

 

오늘(6월 26일)은 연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교육을 받는 날이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에 집을 나섰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가을 하늘처럼 맑은 날씨. 그러나 밖은 몹시 더웠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동이리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임진강은 온통 푸른 녹음으로 우거져 있다.

 

북한에서 발원하여 한강하류로 흘러가는 임진강은 연천군의 젓줄이다. 임진교를 지나 태풍전망대로 가는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민통선과 접해 있는 이 지역은 무척 한가롭다. 보이는 것은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마을과 군부대뿐이다. 민통선은 비무장지대인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10~12km 되는 지역에 설치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는 구역이다.

 

 

비무장지대!

말 그대로 무장을 해제한 지역이다. 정말로 이 세상이 무장을 하지 않고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 지역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나 남과 북은 수많은 군인과 온갖 무기를 이곳 DMZ인근에 총 집결해 놓고 있다.

 

민통선 인근을 여행을 하다가 깜짝깜짝 놀라는 것은 탱크의 행렬과 완전 무장을 한 군인들의 행군을 만날 때다. 요란한 탱크의 굉음과 얼굴에 숯검댕이를 칠한 군인들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전시를 방불케 한다.

 

군작전 시 끝이 보이지 않는 탱크부대의 긴 행렬을 만나면 시도 때도 없이 교통이 통제된다. 때문에 연천사람들은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이유를 “탱크부대를 만나서”라고 말하면 이해를 하기도 한다.

 

 

▲DMZ는 태고의 원시림을 보유한 생태계의 보고이다

 

작년 12월 섬진강에서 연천으로 이사를 온 후 나는 민통선과 DMZ 환경에 흠뻑 빠져 있다. 전쟁의 상처와 민족분단의 비극이 상존해 있는 이곳에는 아직 때 묻지 않는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DMZ(Demilitarized Zone)는 지구촌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의하여 설치된 155마일 비무장지대는 60여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원시림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름을 알 수 없는 갖가지 새들이 교향곡을 들려준다. 길을 가다가 후다닥 뛰어가는 고라니를 만나면 흠칫 놀라기가 일쑤다. 임진강을 따라 사계절 변화하는 생태계는 태고의 모습 그대로다. 기러기, 재두루미 등 철새들의 행렬이 줄줄이 이어지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연천군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귀농교육 참여

 

집에서 연천군농업기술센터까지는 20km 거리. 연천읍내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 도착하니 “축, 연천군군과 함께하는 귀농기초교육”이라는 현수막이 길게 걸려 있다. 빙빙 돌아가는 물레방아 옆에 방문객을 쏘아보는 소들의 눈망울이 퍽 인상적이다.

 

마당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가 우산처럼 펼쳐져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그 밑에는 사슴인형이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 “농업은 산업의 뿌리”라고 새긴 표지석도 인상적이다.

 

“한반도의 중심 로하스연천”이라 새긴 현관문을 들어서니 좌측에는 오래된 각종 농기계를 전시해 놓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농업의 변천사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3층 교육장에 들어서니 벌써 많은 교육생들이 교실을 가득 매우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입구 물레방아와 느티나무

 

연천군에서 인구유인책과 더불어 안정적인 귀농정착을 위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귀농기초교육은 6월 26일부터 7월 31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운영한다. 총 35명이 참석한 이번 교육은 주로 서울 경기지역 거주 귀농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지만 멀리 충청도에서 오신분도 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사람들도 상당히 눈에 띤다.

 

 

“연천군은 30년 전 인구가 8만 명을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4만 5천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금년 들어 처음으로 7백 명의 인구가 증가되었는데 이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천혜의 때묻지 않는 자연을 간직한  연천으로 귀농 귀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2016년 소요산-전곡, 2021년 전곡-연천읍까지 전철이 개통되고, 건설 중에 있는 37번 국도가 완성되고 나면 연천은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이내로 접근성이 더욱 좋아집니다. 따라서 연천군은 귀농귀촌에 가장 적합한 지역입니다.”

 

 

 

이상호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환영사에 이어 농업개발과장의 연천군 농업 현황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연천군에서는 정착하는 농업인에 대하여 각종 정착지원금과 더불어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며, 특히 팩 호박, 포도, 남토북수쌀, 인삼, 콩, 율무, 한우, DMZ흑고사리 등 친환경 소득 작물 경작과 지원정책을 획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연천군은 귀농 대상자(20~65세)에게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최대 1,940만원(이사비, 빈집수리비, 정착장려금, 교육훈련비, 의료비, 출산장려금, 주택설계비, 경작비, 농업인턴비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남의 말만 듣고 무턱대고 귀농하는 것은

실패의 가장 큰 원인 원인...

 

오늘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귀농 12년차에 들어선 김태수(춘천시 사북면)씨의 귀농사례발표였다. 38세에 재산과 빚이 똥똥인 상태에서 귀농을 결심한 그는 처음에는 300평의 땅에 집짓고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2년부터는 600평의 밭을 임대하여 날마다 호미를 들고 풀과의 전쟁을 치루며 농사를 짓게 되었다는 것. 귀농 초기 그는 무 밭을 갈아엎고, 참깨 밭을 갈아엎으며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무농약 유기농 재배를 고집했다.

 

 

“논농사의 평균 수익은 평당 2500원, 밭농사는 평당 3000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 1년에 1천만원의 수일을 올리기 위해서는 4,000평 정도를 경작해야 합니다. 귀농 초보자가 4천 평 농사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거기에다 날씨는 하늘이 좌우하고, 병충해, 판로 등 농민의 애로사항은 이루 말도 다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정부지원이나 남의 말만 듣고 무턱대고 귀농을 하는 것은 많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벼농사, 고추, 감자, 참깨, 토마토 등을 친환경재배를 고집해온 그는 인터넷으로 회원을 모집하여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했다. 회원들은 매월 월 30,000원씩을 자동이체를 하고 원하는 농산물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귀농인끼리 정보공유가 중요

부모와도 따로따로, 공동 영농은 극력 피해야..

 

날이 갈수록 회원들이 원하는 농산물은 많아지자 농사품목이 10가지도 넘게 되어 쉴 틈도 없이 바빠졌다. 회원제를 8년 동안 운영을 하다 보니 회원수도 점점 늘어나면서 수입도 늘어나났지만 그만 큼 점점 더 힘이 들어져 갔다는 것.

 

그래서 내년부터는 회원제 운영을 중단하고 고추, 벼, 멜론, 인삼으로 품목을 대폭 줄여서 생산을 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귀농인들 끼리 정보소통이 무엇보다고 중요하며, 동업은 절댈 해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저희 아버님도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따로 따로 짓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부부끼리도 다툼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러니 지인들과 동업은 이상은 좋지만 절대 금물입니다. 소유를 구분해서 따로따로 짓고 필요하면 품앗이 형태로 서로 돕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농사품목 선정도 남의 말이나 정부 보조에만 급급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어 선배 귀농인의 농장에 가서 직접 농사를 지어 보는 체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년 들어 2천만 원을 들여 퇴비장을 설치하고 손수 퇴비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농협에서 판매하는 퇴비는 속성으로 만들어 발효가 충분치 않는데 반해 김씨는 4개월 정도 충분한 발효기간을 거쳐 퇴비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것.

 

나이 60, 도시에서는 은퇴지만 귀농은 새로운 시작이다!

 

2시간 동안 강의 내내 귀농희망자들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김씨의 강의를 들으며 질문도 수없이 이어졌다.

 

“사람의 나이가 60세가 넘으면 도시에서는 은퇴라고 하지만, 농촌으로 귀농을 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저희 아버님도 64세에 귀농을 하여 지금은 73세이신데 건강한 몸으로 저 보다 더 많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지만, 매일 아침 야채의 진액에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야채를 밥상에 올려 먹는 다는 것 하나만 보더라도 귀농은 매력이 있는 것입니다.”

 

3천만 원을 투자하여 트랙터도 새로 장만했다는 그는 내년부터 멜론과 인삼 재배에 희망을 걸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보겠다며 의욕에 차 있었다.

 

연천군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귀농기초교육은 귀농초기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기초이론과 현장실습 중심의 맞춤형 교육으로 짜여 있다. 주 1회 총 6차에 걸쳐 실시되는 교육과목은  귀농사례발표, 농업의 이해와 토양, 벼재배, 전작, 유지작물, 특용작물, 콩 율무재배, 고추재배, 1박 2일간의 귀농투어도 계획되어 있다.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어 유기농 채소 재배하는

오바마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오바바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2009년 3월, 백악관 잔디밭 일부를 갈아엎고 대신 채소를 키우는 텃밭을 만들었다. ‘The White House Kitchen Garden’이라고 명명된 텃밭은 1천100평방피트(약 30평)로 백악관 정원 잔디 깎기와 잡초를 제거하여 확보한 풀을 재료로 퇴비를 만들고, 워싱턴 인근 체서피크 만에서 가져온 게껍질 가루와 석회 등을 버무려 토질을 바꾸었다.

 

 

▲백악관 잔디밭을 갈아 엎어 텃밭을 일구는 미셸 오바마

 

그곳에 2백 달러를 들여 사들인 상추, 당근, 무, 감자, 완두콩, 토마토, 호박, 해바라기, 브러콜리 등 55종의 씨앗을 심어 무공해 영농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해충은 살충제 대신 무당벌레 등 자연 천적을 이용해 없애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최근 그녀의 텃밭 이야기를 “아메리칸 그로운(American Grown)"이란 제목으로 책을 냈다. 그녀는 텃밭에서 나오는 신선한 유기농 채소가 식생활을 어떻게 바꾸고, 가족들의 건강을 얼마나 개선시켰는지, 두 딸인 말리아와 샤샤의 식습관을 얼마나 바뀌었는지가 소개되어 있다.

 

 

▲유기농 재배로 상추를 수확하는 미셸 오바마

 

내 손으로 손수 기른 야채를 갓 따와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채소를 먹는 행복...

 

구례 섬진강에서 세평 텃밭을 1년 반 동안 가꾸어 본 경험이 있는 나는 현재 연천 임진강변에 150여 평의 텃밭을 만들어 10가지도 넘는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치마상추, 청상추, 오크상추, 치거리, 쑥갓, 부추, 호박, 고추, 감자, 고구마, 검은콩(서리태), 대두콩, 땅콩, 토마토, 들깨, 수박, 옥수수, 완두콩, 줄콩……

 

 

▲찰라가 손수 일군 텃밭에 심은 야채들

 

아침에 일어나 텃밭을 바라보면 마치 채소 백화점을 보는 듯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달려가 풀을 뽑고, 물을 준다. 텃밭은 순전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일구고 있다. 삽과 곡괭이로 잡초가 우거진 땅을 파고, 쇠스랑으로 일구어, 호미로 풀을 뽑고, 물뿌리개로 물을 날라다 물을 주고 있다.

 

바라보는  정원보다 먹을 수 있는

찰라의 정원으로....

 

그런 와중에 이번 연천군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극심한 가뭄에 우박 세례를 맞아 텃밭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매일 새끼 밥상에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싱싱한 상추가 올라온다.

 

▲손수 기른 야채를 갓 따와

진액이 뚝뚝 떨어지는 야채로 식사를 하는 행복이란...

그냥 바라만 보는 정원보다는 “먹을 수 있는 정원(Edible Garden)"이 집안에 가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작은 텃밭에서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손수 땀방울을 흘리며 지은 야채를 먹는 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는 내 마음 속으로 내가 손수 가꾸는 정원을 <찰라의 텃밭>으로 명명했다.  연천군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귀농기초교육은 먹을 수 있는 <찰라의 텃밭>을 가꾸는데 많은 것을 일깨어 줄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연천군에 감사를 드린다.

 

(2012.6.26 연천군귀농교육에 참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