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임진강일기

휠체어와 목발

찰라777 2012. 7. 1. 06:31

 

좁은 공간에서 휠체어 생활을 한다는 것

 

“염증도 없고, 수술부위도 잘 고정되어 있군요. 이제부터 슬슬 목발을 짚고 걸음마를 시작해 보세요.”

“네? 이렇게 부기도 빠지지 않고 무릎도 퉁퉁 부어 있어 통증이 심한데도요?”

“원래 인간은 운동을 안 하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다리도 붓고 아픈 법입니다. 성한 사람도 운동을 안 하고 며칠 가만히 누워만 있어보세요. 허리, 어깨 팔다리가 붓고 아프지요.”

“네, 잘 알겠습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딛어야 합니다.”

“네.”

 

아내의 다리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는 X레이를 걸어놓고 수술부위를 가리키며 마치 어린아이에게 타이르듯 주의사항을 일러 주었다. 아내는 두 달 전 발을 헛디뎌 발뒤꿈치 뼈가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단순히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을 뿐인데 진단결과 뒤꿈치 뼈가 금이 가고 부서졌다는 것.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나이가 들수록 골다공증이 심해 뼈가 약해진다고 한다. 생리적으로 피를 많이 흘린데다가 아이를 낳으면서 많은 피를 소모하게 되어 남자에 비해 뼈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더구나 아내는 면역 억제제를 매일 복용을 하고 있어 골다공증이 더 심하다는 것.

 

오늘은 6월 30일. 아내가 심장이식을 받은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다가 장기이식을 받아 다시 태어나 제3의 생명을 살아가고 있는 아내! 그래서 나는 아내의 나이를 심장이식을 받은 날로부터 계산하여 셈을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30일, 이식을 받아 새생명으로 태어났으니 오늘은 아내가 만 4살이 되는 날이다. 장기이식을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을 아내는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고 부작용을 조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거기에다가 발을 다쳤으니 그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람이 걷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떨어지게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휠체어 생활을 2개월 째 하고 있는 아내를 지켜보며 나 역시 아내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처음 1개월 동안은 대소변은 물론 어디를 가든지 휠체어에 태워주고 밀어주어야 거동을 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를 받데 된 것도 직립하여 걸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실 인간은 직립으로 서지 못하고 걷지 못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걷지못하면 살아있어도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

 

아내는 차츰 나아져 이제 실내에서는 스스로 휠체어를 타고 거동을 한다. 더구나 무더운 여름에 좁은 실내 공간에서 휠체어를 타고 거동을 한다는 것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걸음마를 시작해 보라고 했으니 참 다행이다.

 

“찰라님이 고생이 많겠네요?”

“하하, 고생이요? 아내에게 전생에 빚을 엄청 많이 졌나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별로 고생이라는 생각이 안 돼요. 오히려 제가 아내를 바라보며 많은 걸 배웁니다.”

 

아내 덕분에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까지... 

 

나는 4년 전에 아픈 아내를 간병하며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여 두 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심장이식을 한 아내를 1년 동안 간명하며 공부를 하다 보니 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참으로 많았다. 사회복지사는 사이버대학에서 독학으로 공부를 했고, 요양보호사는 몇 개월 동안 이론 교육과 실습을 번갈아 가며 받았다.

 

늦은 나이에 아내 덕분(?)에 두 개의 자격증을 얻게 된 것이다. 아내는 이렇게 나를 공부시키고 있다. 그러니 나는 아내에게 늘 배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6월 28일은 하루 종일 병원에서 보냈다. 새벽 5시에 채혈을 하고, 12시 정형외과, 1시 내분비과, 2시 심장내과, 약국에 가서 약을 타고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아내는 간호사님들의 말처럼 그야말로 움직이는 종합병원과도 같다.

 

“신장 수치, 혈압도 정상이고요. 콜레스테롤, 간수치도 정상입니다. 다친 다리만 제외하고 관리를 잘하고 있군요.”

“모든 게 선생님 덕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식을 받은 지 4년 째 되는 아내의 심장 상태인데, 심장 주치의는 아내의 심장 상태가 극히 정상이라고 했다. 다리수술을 받은데다가 4년 검사를 받으며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휠체어 대신 목발? 

 

“자, 이제 걸음마를 시작해 볼까요?”

“잘 걸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겨우 4살 백이 어린애가 처음부터 잘 걸을 수 있나?”

 

목발을 짚고 조심스럽게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내의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2개월 동안 감아놓았던 깁스를 풀고 처음으로 발걸음을 딛게 되니 다소 흥분이 되는 모양이다.

 

“저런! 저런! 보폭을 좀 더 적게 해야지.”

“생각대로 잘 안돼요?”

“하하, 당신은 이제 겨우 네 살이지 않아?”

“호호, 그런가요?”

 

성질이 다소 급한 아내는 보폭을 넓게 뛰다가 비틀거렸다. 그래도 깁스를 풀고 걷게 되니 내심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아내의 의지와 용기는 실로 대단하다. 수술을 받는 것도, 병을 이겨내는 것도 용기와 의지가 없으면 견뎌내기 어렵다.

 

"당신 어깨 근육 하나는 단단해 지겠어."

"제발 웃기지 말아요.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2개월 동안 발 대신 팔로 휠체어를 밀고, 이제 휠체어 대신 목발 신세를 지며 팔에 힘을 주어야 하는 아내는 실제로 팔힘이 세어졌다. 인간의 신체는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용불용설이란 말이 있지않은가. 어려운 고비를 인내하며 다시 기적처럼 일어서는 아내에게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