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North America

로키의 보석, 루이스 호스 -닥터 지바고 촬영지

찰라777 2012. 7. 29. 16:53

 

로키의 보석, 루이스 호스 

닥터 지바고 촬영지

 

 

 

▪ 눕고만 싶은 루이스 호수

 

“어쩜 저렇게 고운 색깔을 낼 수 있을까요?”

“정말 쥑인다! 쥑여!”

세계 10대 절경중의 하나로 꼽히는 루이스 호수를 보는 나의 첫 소감의 ‘쥑인다!’였다. 과연 ‘로키산맥의 보석’이다. 눈이 시리도록 흰 빅토리아 빙하를 배경으로 에메랄드 빛 호수의 고운 빛깔은 신비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날씨도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호수의 색깔은 왜 에메랄드처럼 푸를까요?”

“빙하가 녹아내려 고인 호수라 그렇다고는 하는데…….”

루이스 호수는 과연 두 얼굴을 가연 호수 일까? 날씨의 변화, 보는 각도에 따라 에메랄드 블루, 스카이 블루, 다크 블루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으니…….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비추인 빅토리아 빙원의 모습은 물속에 있는 것이 진짜인지, 하늘아래 있는 것이 진짜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다시 아이스 파크웨이로 진입하여 컬럼비아 아이스 필드지대를 달렸다. 이 지역은 거대한 빙원지역이다. 그래서 도로 이름도 아이스 필드다. 이 도로를 중심으로 숲 속의 보석 같은 아름다운 호수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영혼의 호수로 불리는 미네완카, 피토 호수, 모레인호수, 보우호수, 에메랄드 호수……. 모두가 다 절새의 미인들이다

하얀 빙원을 끼고 원시림 속에서 기절할 것 같은 아름다움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호수들은 하나 같이 그 푸르른 가슴에 안기고 싶은 로키의 미녀들이다.

“끼악! 정말로 죽여주는 군요!”

“저게 먼 색깔이여?”

“옥색?”

“저 싱싱한 호수의 가슴에 눕고만 싶어지네!”

“아예 주무시구랴.”

곰의 형상을 하고 있는 피토 호수는 늘씬한 여인의 허리처럼 푸르고 아름답다. 정말 저 싱싱한 허리에 누워 한숨 자고 싶어지네.

 

저 호수에 눕고만 싶네!

 

하늘아래 싱싱하게 뽐내고 있는

푸르고 싱싱한 그 교태

빙산에 솟아 있는

하얀 가슴

부드러운 융단 같은

푸른 초목

 

저 호수에 눕고만 싶네!

 

 

▪ 죽여주는 아사바스카 강의 급류 타기

 

“기가 막혀!”

“기가 막히면 안 돼지. 기가 뚫리라고 왔는데.”

사실 그 배어난 절경을 보고 기가 막히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빙하가 뽑아내는 호수는 정말 ‘홍보가 기가 막혀!’다.

버스는 다시 푸르다 못해 검푸른 침엽수 사이로 곡예를 하듯 미끄러지며 컬럼비아 빙원을 달린다.

이곳은 닥터 지바고와 라라의 애틋한 사랑이 촬영된 장소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촬영무대.

 

“당신이 슬픔이나 회한 같은 걸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나는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요.”

 

지바고가 라라한테 했던 말. 어? 이건 나를 두고 한 말이네! 정말 내 아내가 슬픔이나 회한이 없는 완벽한 여자라면 나는 사랑을 하기도 전에 그만 질려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좀 부족한 듯한 것, 그것이 서로의 사랑을 더 애태우게 한다. 남과 여는 태어날 때부터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아닌가?

사실 아내가 크게 아프고 난 뒤부터 나는 아내에 대한 존재를 더 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늦깎이(?)의 사랑이 더욱 움 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바고의 말은 절대로 옳다. 그 지바고와 라라의 눈처럼 희고, 호수처럼 파란 사랑이 슬프게 머물다 간 곳, 그 장소는 러시아가 아니고 이곳 캐나다의 아이스 필드다.

 

“우~ 무섬증이 드는 폭포네요!”

“오늘 이 폭포를 따라 급류타기를 할 텐데.”

“정말요?”

“그 스릴 느껴보고 싶다고 했잖소?”

“하지만 설마…….”

아사바스카 폭포는 빙하와 눈이 녹아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을 유감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흘러내린 빙하의 물이 암반 사이를 깎아내려 힘이 넘치는 장엄한 폭포를 이루고 있었다.

우린 정말로 아사바스카 강의 리버 라프팅을 신청했다. 죽기 아니면 가무라 치기 아닌가? 고무보트를 타고 쏟아내 지르는 급류를 따라 대책 없이 내려갔던 급류 타기는 평생토록 추억거리가 되었다.

나는 우리나라 동강에서는 급류타기를 해보지 않았는데, 동강 댐을 막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걸 막아버리면 어디서 이런 스릴만점의 급류타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이 자연이 주는 대로, 자연이 생긴 대로 받고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디서 감히 인간이 자연을 정복한단 말인가?

“아이고, 나 죽네!”

“아사! 아사!”

강 이름도 묘하게 ‘아사바스카’다. 급류 타기는 강 이름만큼 죽여주는 스릴을 느껴야 했다. 사람은 너무 좋아도 죽고, 너무 슬퍼도 죽는다.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아내는 너무 좋아서 지르는 소리다. 그렇게 죽는다고 지르는 소리는 듣기도 좋다. 노련한 보트가이드가 없었다면 정말 바위에 부딪혀 죽었을 지도 모른다.

백년을 산다 한들 타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어지 알 수 있으리오! 그러기에 사람은 앞으로 백년을 더 사나 1년을 더 사나 별 차이가 없다. 어떻게 살다 갔는가가 중요한 것.

보람 있는 삶. 보람 없는 삶.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보람 없는 백년을 사느니 보람 있는 1년을 살고 싶다. 지금 우리는 아내가 아프다고는 하지만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보람은 기쁨이오, 생의 환희이기에…….

 

 

▪ 컬럼비아 대 빙원

 

“와! 먼 바퀴가 내 키만큼 크다요?”

“이건 얼음 성으로 가는 차라서 그래!”

급류타기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가 도착 한곳은 아사바스카 아이스 필드. 좌우간 오늘은 ‘아사!’로 놀자. 컬럼비아 빙원(氷原)은 그 넓이가 자그마치 약 십만 평에 이른다니 가공할만하다.

그 빙원에서 흘러내린 얼음 덩어리들이 아사바스카 빙하 등 8개의 빙하를 만들어 냈단다.

“아이고! 저 얼음 덩어리 좀 봐요!”

“보고 있어.”

바퀴 큰 스노코치에서 내린 우린 한 마리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잰 걸음을 걸어야 했다. 아사하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게 되므로. 빙하에서 녹아내리는 물이 시냇물을 이루고 있었다.

“이 빙하는 어떻게 생겨요?”

“추우니까 생기지.”

“누구 그 정도는 다 알지롱.”

“눈이 내리고 내려서 30m이상 쌓이고 쌓이면, 그 눌리고 눌려서 그만 얼음이 되고 만대.”

“흐음~ 그건 그럴 듯 하내요잉~”

“그럴 듯 한 게 아니라 교과서내요잉~”

“이 빙하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백년 만년 살아 있겠지.”

“아하! 썩지는 않겠군요.”

컬럼비아 빙원은 북반구에서 북극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원. 그 두께가 자그마치 380m나 된다니 놀랍기도 하다. 이 빙원 속을 파헤치면 정말 썩지 않고 살아있는 생물들이 있지 않을까?

“아이고! 따가워요. 난 그만 버스로 갈래요.”

“따가우면 얼음 속으로 들어가야지.”

3 천 미터가 넘는 빙산에 내리쬐는 햇볕은 의외로 따가웠다. 모자를 두고 온 아내는 차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발바닥은 차갑지만 위에서 쏟아지는 햇빛과 밑에서 반사하는 빛은 머리를 뜨겁게 하고 몸을 덮게 하였다.

녹고 녹아내리는 빙하. 지금도 빌 밑에 있는 빙하는 녹으면서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니 자연의 신비란 도대체 알 수 가 없다.